2. 오다가 집에 가버린 마왕
세상은 멸망 직전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멸망까지는 아직 멀었고, 그냥 사람들이 멸망이라고 우기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작은 일에도 겁을 먹었다. 가령 창문이 덜컥거리면 “마왕이다!”라고 소리치는 식이었다.
문제는 이번엔 진짜 마왕이 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적어도 마왕 본인은 그리 주장했다.
마왕은 산 꼭대기에서 소리쳤다.
“움하하하하! 어리석은 인간들이여! 나의 공포를 느껴라!”
하지만 아무도 듣지 못했다. 너무 멀어서였다. 그래서 마왕은 짜증을 내며 내려오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면 검은 연기 같은 게 내려오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또 겁을 먹었다.
“마왕이다!”
“세상 끝났다!”
“축제를 다시 할까?”
“아직 끝나진 않았는데요?”
“그러니까 선축제 후대응!”
논리는 없었다. 흥분이 다 잡아먹었다. 사람들은 용사 노곤에게 달려갔다.
깨우려는 건 아니고, 그냥 그 앞에 서서 기도하려고 했다. 그가 자고 있으니 안심이 된다는 이유였다.
자고 있으면 세계가 지켜지는 것 같다는 아주 단순한 심리였다.
한편 마왕은 마을 입구까지 도착했다.
“드디어… 나의 공포를 보여줄 때가…!”
“아!”
"잠깐만…"
그리고 그는 멈췄다. 왜냐하면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높은 곳에서 너무 빨리 내려와서였다.
마왕도 고도를 급격히 바꾸면 어지럽다. 이런 건 누구나 그렇다. 마왕은 휘청거리며 주저앉았다.
옆에 있던 지나가던 염소가 놀라 울었다. 그 울음에 마왕은 더 놀라서 뒤로 넘어졌다. 그대로 발목이 삐었다.
“아얏!"
"아… 젠장…”
마왕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하지만 체면상 비명을 지를 수 없었다. 그래서 조용히 이를 갈았다.
그 순간, 멀리서 노곤의 코골이가 들렸다.
스으으으으— 크으으으으—
그 소리만으로도 바람이 흔들리고 나무 잎이 날렸다.
그 잎 중 하나가 아주 정확하게, 정확히 0.1cm 오차도 없이, 마왕의 콧구멍에 들어갔다.
“컥—!”
"어머, 이거 뭐얏"
마왕은 재채기를 했다. 그 재채기가 너무 강력해서 그의 몸은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그리고 그대로 원래 살던 성 방향으로 날아갔다.
“어리석… 쿨럭… 인간들… 쿨럭… 내가… 다시…!”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저 멀리 검은 점이 되어 사라졌다. 마을 사람들은 입을 크게 벌렸다.
사람들은 서로 속삭였다.
“용사님이… 또…!”
“이번엔 코골이로 마왕을 물리치셨다!”
“놀라워…”
“이건 진짜 신이다.”
“축제다!”
마을 사람들은 또 축제를 준비했다. 용사는 여전히 자고 있었고 오늘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이 모두를 더 안심시켰다.
*이 글에 포함된 이미지는 AI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