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어들기의 기술

끼어들기의 핵심은 당연함이 아니라 감사함이다.

by 붙박이별

새벽 6시 20분. 출근시간을 알리는 알람이 울린다.

학교까지는 차로 40km. 물, 커피, 차 안에서 먹을 간식까지 야무지게 챙겨서 길을 나선다. 한동안 뻥뻥 뚫렸던 길이 막히기 시작한다. 러시아워가 시작된 것이다.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피하는 것이 내가 이른 아침 출근길을 고집하는 이유다.


# 눈치게임 시작

도로 위를 가득 메운 자동차들이 느림보 거북이처럼 움직인다. 이 대열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핸들을 꽉 잡고 허리를 세워본다. 정신줄 꽉 붙들지 않으면 몇 대의 차가 끼어들지 알 수 없다.

앞차와의 간격을 좁혀보지만 역부족이다. 결국 브레이크를 밟아 통 크게 끼어들기를 허락한다. 아량 넓은 운전자가 되어 선심(?)을 쓰니 작은 뿌듯함이 덤으로 따라온다.



# 끼어들기의 기술

끼어들기는 관계의 기술이다. 상대 운전자가 기분 나쁘지 않게 나를 끼워주게 만드는 것이 이 관계의 핵심이다.

일단 머리부터 넣고 보자는 식의 끼어들기는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절대 끼워주고 싶지 않은) 묘한 승부욕을 자극하기도 한다.

반대로 기다려줘도 타이밍을 놓쳐서 끼어들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본인의사와 상관없이 교통흐름에 방해를 주게 되니 이래저래 민폐가 된다.



# 끼어들기의 핵심

끼어들기의 핵심은 예고, 민첩함, 감사함이다.

○ 예고 : 미리 깜빡이를 켜고 상대에게 양해를 구한다.

○ 민첩함 : 상대가 멈춰주는 느낌이 들면 3초 안에 부드럽게 끼어든다.

감사함 : 끼어든 후에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깜빡이를 3회('고마워'의 의미) 깜빡인다.

사실 운전자 중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단지 실천이 어려울 뿐. K-직장인이라면 바쁜 아침시간, 일분일초가 아쉽지 않은 이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자신만 바쁘다는 듯 마구잡이식으로 끼어드는 이기심이 평화로운 도로 위 운전자들의 세계에 균열을 일으킨다. 나 혼자 끼어들 때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그런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 순간, 끼어들기는 더 이상 미안한 일이 아니게 된다. 이내 도로 위는 이기심과 화남, 억울함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 당신이 끼어들기를 하게 된 행운아라면...

인생을 살다 보면 의도치 않게 끼어들기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태어나보니 좋은 집안, 좋은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거나 지독히 운이 좋은 상황에 놓이게 되는 순간들.

당신이 그런 순간을 만나게 된 행운아라면 그렇지 못한 이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잊지 말자. 그리고 당신의 행운을 당연함보다는 감사함으로 받아들이자.

그러면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이들은 브레이크를 밟아 통 크게 끼어들기를 허락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