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붙박이별 Apr 27. 2024

끼어들기의 기술

끼어들기의 핵심은 당연함이 아니라 감사함이다.

새벽 6시 20분. 출근시간을 알리는 알람이 울린다.

학교까지는 차로 40km. 물, 커피, 차 안에서 먹을 간식까지 야무지게 챙겨서 길을 나선다. 한동안 뻥뻥 뚫렸던 길이 막히기 시작한다. 러시아워가 시작된 것이다.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피하는 것이 내가 이른 아침 출근길을 고집하는 이유다.


# 눈치게임 시작

 도로 위를 가득 메운 자동차들이 느림보 거북이처럼 움직인다. 이 대열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핸들을 꽉 잡고 허리를 세워본다. 정신줄 꽉 붙들지 않으면 몇 대의 차가 끼어들지 알 수 없다.

 앞차와의 간격을 좁혀보지만 역부족이다. 결국 브레이크를 밟아 통 크게 끼어들기를 허락한다. 아량 넓은 운전자가 되어 선심(?) 쓰니 작은 뿌듯함이 덤으로 따라온다.



# 끼어들기의 기술

끼어들기는 관계의 기술이다. 상대 운전자가 기분 나쁘지 않게 나를 끼워주게 만드는 것이 이 관계의 핵심이다. 

 일단 머리부터 넣고 보자는 식의 끼어들기는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절대 끼워주고 싶지 않은) 묘한 승부욕을 자극하기도 한다.

 반대로 기다려줘도 타이밍을 놓쳐서 끼어들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본인의사와 상관없이 교통흐름에 방해를 주게 되니 이래저래 민폐가 된다.



# 끼어들기의 핵심

끼어들기의 핵심은 예고, 민첩함, 감사함이다.

예고 : 미리 깜빡이를 켜고 상대에게 양해를 구한다.

민첩함 : 상대가 멈춰주는 느낌이 들면 3초 안에 부드럽게 끼어든다.

감사함 : 끼어든 후에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깜빡이를 3회('고마워'의 의미) 깜빡인다.

 

 사실 운전자 중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단지 실천이 어려울 뿐. K-직장인이라면 바쁜 아침시간, 일분일초가 아쉽지 않은 이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자신만 바쁘다는 듯 마구잡이식으로 끼어드는 이기심이 평화로운 도로 위  운전자들의 세계에 균열을 일으킨다. 나 혼자 끼어들 때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만 그런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 순간, 끼어들기는 더 이상 미안한 일이 아니게 된다. 이내 도로 위는 이기심과 화남, 억울함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되고 다.

 


# 당신이 끼어들기를 하게 된 행운아라면...

 인생을 살다 보면 의도치 않게 끼어들기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태어나보니 좋은 집안, 좋은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거나 지독히 운이 좋은 상황에 놓이게 되는 순간들.

 당신이 그런 순간을 만나게 된 행운아라면 그렇지 못한 이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잊지 말자. 그리고 당신의 행운을 당연함보다는 감사함으로 받아들이자.

 그러면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이들은 브레이크를 밟아 통 크게 끼어들기를 허락할 것이다.






 

이전 16화 나는 혹과 동거를 시작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