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은 인생 10년
벚꽃이 만개하는 계절인 봄이 왔다.
젊은 사람들은 셀카를 찍고,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아이들을 그리고 나이드신 분들은 꽃을 찍기 시작한다. 매년 어김없이 다가오는 봄꽃들에 대해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사진을 찍는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라는 드라마가 있다. 하루가 고달픈 여자 사원이 출근 길 지하철에서 바라본 벚꽃을 보고 행복을 찾아 퇴사를 한다. <내남편과 결혼해줘>에서는 암말기 환자가 죽음 냄새 가득한 병동의 창가에서 바라본 벚꽃을 보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다, 오늘도 고맙게 찾아온 벚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사진을 찍는 이유는 어쩌면 나라는 존재가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어서가 아닐까.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남은 인생 10년>이라는 일본 영화가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세상에태어나면 만나는 가족이 있다.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누구는 나를 사랑한다. 그런 소중한 일상이 유효기간이 생긴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스무살이 된 마츠리(고마츠 나나 분)는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 그녀의 시간은 앞으로 10년 밖에 남지 않았고, 마츠리의 가족들은 평상시 그대로 행동한다. 어쩌면 마츠리가 다른 생각을 할가 눈치만 보는 것이 추가 되었을 뿐이다. 그랬다, 부모들은 조용히 슬픔을 감추고 있었다. 마츠리는 자신과 함께 했던 사람들을 만나기로 했다. 중학교 동창회에 나가 카즈토(사카구치 켄타로 분)를 만나 친하게 지낸다.
카즈토는 부모님과 연을 끊은 채 인생을 허비하며 살아가고 있다. 10년전만 해도 꿈이 많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자꾸 실패만 한다. 그에게는 앞으로의 10년이 끔찍이 싫어 극단적 선택을 한다. 불투명한 미래와, 암울한 현실이 두려웠던 카즈토.. 그러나 눈을 떠보니 마츠리가 곁에서 쏘아본다.
“세상에는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사람도 있어”.
마츠리는 카즈토에세 자신의 시한부 인생을 말하고 삶을 쉽게 저버리지 말라고 충고한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카즈토였지만 가족관계가 좋지 않고, 가족이 화목하지만 미래가 없는 마츠리는 서로의 결핍을 나누기로 한다. 시간이 갈수록 카즈토의 마음에는 마츠리로 가득해져 고백을 하려고 하지만 여의치가 않다, 반면 마츠리도 카즈토의 마음을 알지만 삶의유통기한이 있는 자신의 시간에 그를 끼게 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커져 가는 둘의 마음은 결국 사랑을 시작해 보기로 한다.
어느 순간 마츠리의 한 손에는 캠코더가 들려 있다. 하나의 계절이 지날 때마다 마츠리와 카즈토의 추억도 많이 쌓이고 파란 하늘처럼 환하게 웃는 자신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이 숨 쉬고 있는 동안 가족과 카즈토와 보내는 행복한 시간들을 기록하기 위해서 한순간도 놓치기 않고 열심히 찍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둘의 모습은 변하기 시작한다. 삶을 이야기 했던 마츠리는 병색은 짙어지고, 삶의 태도가 바뀐 카즈토는 반대로 생기가 가득하다.
마츠리는 남은 시간을 아껴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 시작한다.
영화 <남은 인생 10년>은 마츠리에게 기적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마츠리로 인해 생기를 얻은 사람들이 그녀의 인생 만큼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 <남은 인생 10년>은 동명소설의 故‘코사카 루카’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속 1년 동안의 사계절은 일본 전역의 사계절 명소를 찾아 담아냈다. 계절이 가고 새로운 계절이 오면 사람들의 사진은 하나씩 쌓여간다. 죽음을 알지 못하는 것은 신이 준 선물이면서 반대로 앗아가는 것 같다. 내일을 살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하루하루 허비하는 인생도 있으니..원작자는 소설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지만 영화는 매년 벚꽃 개화에 맞춰 방영되는 봄날의 로맨스로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