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숙성과 발효를 통해 제대로 된 빵을 만들겠다는 고집

부산 옵스(OPS)

by 피터

주말에 남천동을 다녀왔습니다.


남천동은 부산의 대표적인 부촌이기도 하고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배우 최민식 씨가 한 명대사 속에도 등장하는 동네이기도 하죠. 하지만, 제가 방문한 이유는 남천동의 대표빵집 옵스(OPS)의 1호점인 남천점을 방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남천동은 옵스를 비롯하여 특색 있는 개인 빵집들이 몰려있어 2010년대 중반부터 빵천동으로 불리면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번 달 라디오에서 소개할 부산의 로컬 브랜드가 옵스라서 자료조사 겸 답사 차원의 방문이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부산을 비롯하여 전국에 15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전국구 제빵기업으로 성장한 옵스는 1989년 2월에 남천동에서 삼익제과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습니다. 경북 선산이 고향인 옵스 김상용 대표는 가난한 농부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집안형편상 공부를 오래 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고, 중학교만 졸업하고 고향을 떠났습니다. 17세에 친척을 따라 대구로 간 그는 처음에는 유리그릇 공장을 시작으로 사회생활을 경험하며 여러 가지 허드렛일을 했습니다. 무언가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잡일만 하게 되자 이후 대구를 떠나 김해에 갔고 여기서는 나전칠기 공예 기술을 익히게 됐다고 하는데요. 3년 정도 기술을 익혀 어느 정도 숙련공이 되었을 때 오일쇼크가 터지며 소비가 위축되고 공예품 시장이 축소되어 계속 일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어린 나이에 일찍 사회에 나와 어려움을 많이 겪은 김 대표는 다시금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먹는 분야에 희망을 품게 됩니다. 제빵 분야로 입문을 결정한 것이죠. 그래서 부산으로 와서 당시 서면의 명보제과에 막내 직원으로 들어가 각종 허드렛일을 맡으며 제빵에 대한 일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제빵업계 환경이 지금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격하고 열악한 시절이었지만, 그렇게 참고 버티며 일을 배웠고 이후 여러 제과와 서라벌호텔 뷔페를 거치며 제빵과 양식에 대한 경험을 쌓아나갑니다.


삼익제과로 시작했던 옵스 1호점 남천점


그리고 결혼 후인 1989년 2월에 오랜 기간의 시장조사 끝에 처음으로 자신의 가게를 연 곳이 남천동의 삼익제과였습니다. 신생 빵집이 기존에 있던 기라성 같은 지역 빵집들을 상대해 내기 위해서는 빵에 대해서 손님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했는데요. '당일 생산, 당일 판매'라는 원칙을 준수하며 인공재료를 가미하지 않고 빵의 기본재료인 밀가루, 소금, 물, 이스트만으로 제대로 된 프랑스식 빵을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합니다. 또한 반죽 자체를 얼리지 않고 손수 빚어 자연 발효와 숙성을 거치는 빵을 지향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쌓이자 빵의 품질을 알아본 고객들로부터 입소문이 나고 단골이 쌓이게 됐죠. 이후 90년대 들어 또 한 번의 변화의 시기가 오게 되는데 바로 파리바게뜨를 필두로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생기기 시작한 점이었습니다. 이후 김상용 대표는 94년도에 옵스(OPS)라는 이름으로 명칭을 바꾸고 고급 프랑스식 빵이라는 브랜딩에 박차를 가하는데요. 최고의 재료와 과정을 통해 양질의 빵을 생산하기 위해 제빵 선진국인 일본, 프랑스 등에 전문가들로부터 노하우를 전해받고 장비를 추가로 도입하는 등 품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독하게 해 나갑니다.


옵스 남천점 외관


이런 노력들 끝에 해운대점을 비롯하여 매장확장에도 박차를 가하죠. 옵스는 현재 부산에만 8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양산, 울산, 서울, 인천, 수원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특이한 점은 롯데 백화점 매장에 특히나 많이 입점해 있습니다. 백화점에서 손님들을 모으기 위해 지역 빵집들이 중요한 콘텐츠로 부각되면서 서로 윈윈 하는 전략일 수도 있죠. 로마 신화에서 풍요의 여신인 옵스의 이름을 따와서 시작한 옵스가 2020년에는 식약처로부터 유통기한 경과 재료 사용 이슈로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지만, 그 후 더욱 신선한 원재료 사용과 제조과정에 있어서 심혈을 기울이는 상황입니다. 최근 옵스 매장에 가보면 착즙 사과주스도 판매하는데 옵스 제과에 들어갈 과일을 경북 청송, 상주에 있는 농장에서 직접 운영하여 원재료로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좋은 재료에서 양질의 빵이 나온다는 철학을 지키기 위함이죠.


2025년 기준 옵스의 연매출이 약 300억 원에 육박하는데요. 지역별 스타빵집들이 워낙에 많이 생기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탓에 나름의 어려움도 있지만, 부산에서 시작해서 전국구로 성장한 대표 제과 브랜드인 옵스가 창사 이래로 끈질기게 지켜왔던 품질에 대한 원칙을 지켜가며 계속해서 창의적인 발전을 해나갔으면 합니다.




https://www.youtube.com/live/9AdDMvRFqiQ?si=jkhg-YNzGhmnJMy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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