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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May 21. 2020

[탐구생활] 오프라인 여행사는 정말 사라질까?

코로나 이후 여행업에 대하여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상 및 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전염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인간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데 한계가 있기에 다른 이슈와 다르게 좀처럼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한다는 게 조심스럽고 어렵다. 코로나 19 사태로 비즈니스에 있어서 직격탄을 맞은 업종이 관광, 항공, 면세 등 사람의 이동 속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들인데, 국경이 차단되고 항공기가 운행하지 않으면서 현재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관련 업종의 회사들은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최대한 줄여가면서 버티기 싸움을 하고 있는데, 문제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후에는 그 전처럼 여행 수요가 회복돼서 정상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이슈는 관광업에 있어서 오프라인 여행사의 역할론에 대한 부분이다. 코로나 사태로 특히나 언택트 서비스가 부각되고 있지만 안 그래도 위기에 직면했던 오프라인 여행사는 정말로 사라질까? 만약 그럴 확률이 높다면 오프라인은 생존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1. 한국 관광업의 역사 : 오프라인 여행사의 탄생 배경


한 개의 산업이라는 게 만들어지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요건이 필요하다.


그 산업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확실해야 하고,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사업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 관광업은 정말 짧은 시간 동안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다. 관광업은 크게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인트라바운드(내국인의 국내여행) 세 가지로 나뉘는데 가장 사업성이 컸던 영역이 아웃바운드 시장이었기에 한국의 관광업은 88 올림픽 이후 아웃바운드를 중심으로 발전하게 됐다.


요즘이야 패키지여행의 만족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80년대 후반에만 해도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았고, 일부 상류층들만 즐길 수 있었던 해외여행은 패키지여행이라는 상품의 형태가 나오면서 비로소 대중화될 수 있었다. 해외로 패키지여행을 한 번이라도 다녀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패키지여행의 가장 큰 강점은 가성비다. 일정 인원 이상이 같이 여행을 함으로써 저렴한 가격에 여행과 관련된 전체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출처 : JTBC <뭉쳐야 뜬다>



이런 상황에서 80년대 후반부터 국외여행이 자율화된 한국은 수없이 많은 여행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실 이때는 정말 시장도 노다지였다. 타 산업과 비교해서 세금 신고 등 매출, 매입에 대한 신고가 투명치 않던 때라 단골 고객을 확보한 여행사들은 짧은 기간에 큰돈을 벌 수 있었다. 여행업에 대한 전문성도 전문성이지만, 고객과의 관계 관리가 매우 중요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에서는 여행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기가 어려웠다. 앞서 말했듯이 산업으로의 성장을 이루려면 돈의 흐름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해야 했기 때문이다.



출처 : JTBC <뭉쳐야 뜬다>



바로 이때 등장한 회사들이 모두투어, 하나투어 같은 현재 한국의 종합여행사들이다. 하나투어보다 역사가 더 오래된 모두투어는 최초로 홀세일(도매) 방식의 비즈니스를 선보이며 개인고객이 아닌 소매 여행사들을 대상으로 고객을 유치했고, 이는 단시간에 많은 고객을 확보하며 패키지여행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산업 발전의 공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많지만 어찌 됐건 이런 종합여행사들은 기존의 소규모 여행업체가 투명하지 못하고, 관계성으로 거래되는 부분들을 투명화하고 바로 잡아 나갔다. 그 덕분에 이후 2010년대에 이르러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성과를 맞이할 수 있었다. 물론, 처음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때 이전에 이력이 없었던 분야였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2. 글로벌 OTA의 출현 : IT와 결합된 온라인 여행사의 탄생 배경


급격한 해외여행 수요의 성장에 힘입어 고속 성장하던 오프라인 여행사에 위기가 시작된 건 2010년대 초반 OTA의 출현이었다.


OTA는 Online Travel Agency의 약자로 태생이 IT에서 출발해서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던 온라인 여행사들이었다. 미국의 익스피디아 그룹, 부킹닷컴 그리고 중국의 씨트립까지 이들은 뛰어난 IT기술과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항공권, 호텔, 티켓/패스 등 자유여행 시장에서 한국의 여행업을 하나씩 잠식해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과속화된 데에는 해외여행에 대한 경험 증가와 스마트폰의 대중화 등 정보에 대한 공유가 활발해지면서 여행에 대한 설계를 개개인이 자유롭게 하는 자유여행 트렌드가 확대된 데 있다.



출처 : 익스피디아



이때부터 전통적인 여행사들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OTA들은 구조상 홈페이지나 앱 등을 통해서만 고객을 대하기에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고 소수의 마케터들만 두고 한국시장에 대해서 광고 마케팅을 해가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쌓고,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최저가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기존에 오프라인 여행사의 단골 고객이었던 손님들도 익스피디아가 제공하는 최저가 호텔과 호텔스닷컴이 제공하는 1박 무료 리워드 서비스에 이끌려 여행서비스 구매에 있어서 온라인 여행사를 이용하는 비중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출처 : 매일경제



더욱이, OTA들은 CS보다는 신규 고객 획득을 위한 디지털 데이터에 기반한 추천에 능했다. 내가 익스피디아 사이트에 들어가서 발리의 풀빌라를 몇 개 검색해본 이력이 있으면 익스피디아는 매우 친절하게 비슷한 풀빌라를 프로모션까지 더한 가격으로 추천해줬고, 홈페이지에는 현재 얼마나 많은 이용자들이 이 풀빌라를 예약하고 있고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는지 친절하게 알려줬다.






3. 오프라인 여행사의 미래 : 생존을 위한 조건


산업 트렌드의 변화라는 게 비단 여행업에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기업이라는 거 자체가 항상 변화하는 내외부 상황에 맞춰 적응하고 변화해나가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안 그래도 위기에 봉착했던 한국의 오프라인 여행사는 코로나 이후에 어떻게 될까? 정말 온라인 여행사에 밀려 사라지게 되는 걸까?


우선,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다만, 그 수는 분명히 줄어들고 형태는 세분화되고 특화될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사실 현재는 여행사라는 걸 하나 차리는데 진입 장벽이 매우 낮다. 다른 업종과 비교해서 큰 자본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PC와 전화기 정도만 있으면 운영이 가능한 등록제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여행사를 차리고, 상황에 따라 쉽게 폐업하는 경우도 생기면서 소위 한탕주의나 비전문적인 운영을 통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정보의 홍수 시대에서 고객들은 스마트해졌고 과거의 일부 행태가 더 이상 받아들여질 수도 없을 것이다. 물론, 코로나 이후에도 자유여행이라는 흐름은 계속해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여행이 일상화되고 짧게 여러 번 다녀오는 경우들이 많이 생기면서 고객들은 스카이스캐너나 네이버 항공권 같은 메타 서칭 서비스를 이용해서 최저가 항공권이 나왔을 때 항공권을 즉흥적으로 구매하고, 여행을 떠날 것이며 이러한 구매과정 속에서 오프라인 여행사들의 역할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저렴하게 가성비 있게 가는 여행수요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경험 상품이고 여행을 준비하고 실행하고 다녀와서 회고하는 과정 속에는 상당히 많은 물적, 정신적인 에너지가 투입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좀 더 깊이 있는 색다른 경험을 원하는 여행객들은 온라인 채널을 이용해서만 경험에 대해서 사전 학습하고 준비하기에는 제한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여행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욱더 Small & Detail 전략이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 어차피 요즘은 여행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워낙에 많기에 모든 지역에서 모든 경험에 대한 전문가가 되기는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여행사는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 깊이 있는 경험과 고객을 공감하게 하고 설득시킬 수 있는 컨설팅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많이 아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게 다른 영역인 것처럼 전문성을 쌓고 이를 잘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디지털 사이언스 시대에 맞춰 여행수요에 대한 디지털 데이터 수집을 위한 적절한 도구의 활용이 필요하다. 예전처럼 특정한 전문가 개인에 의해서 시장의 반향을 일으키는 시대는 지났다. 어떤 지역에서 어떠한 경험이 트렌드가 되는지, 고객들이 많이 검색하고 찾는 건 뭔지에 대해서 디지털 데이터를 추출하고 분석할 수 있는 그리고 이러한 통계를 바탕으로 추천하고 컨설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디지털 시프트로 세상이 변했다지만, 여행의 본질은 사람의 경험이란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고객들로부터 오프라인 여행사의 특화되고 매력 있는 서비스를 찾게 만들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디지털 도구에 대한 공부와 함께 고객, 여행객의 취향에 대한 체계적이고 심도 깊은 분석과 테스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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