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던하게 걸어온 길 끝에서

by bigbird

무던하게 걸어온 길 끝에서

돌이켜보면 지금까지의 삶은 비교적 무던하게 흘러온 듯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0대 초반의 잠깐의 어려움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회사에 입사해 28년을 한결같이 다녔고, 그곳에서 주된 직장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 시간 속에서 뇌경색으로 쓰러지는 큰 일을 겪기도 했다.
1년 남짓 쉬며 몸과 마음을 추슬렀고, 다시 힘을 내어 제2의 직장을 얻기까지 이어졌다.

궁즉통(窮則通).
막다른 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길이 보인다는 말이, 그때의 나를 설명해주는 듯하다.

지금은 현재의 부서에서 정년을 맞이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더 이상 자리를 옮기지 않고, 이곳에서 조용히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년이 연장되어 조금 더 일할 수 있다면 그때까지는 성실히 임하고,
그 이후에는 직업으로서의 일이 아닌, 소일거리를 찾아 여유롭게 지내고 싶다.

퇴직 후 1년 남짓 쉬는 동안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처음에는 그저 살기 위해 내려놓은 일이었지만,
6개월쯤 지나자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것을 느꼈고, 다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올라왔다.
그렇게 경력직 공무원으로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공공의 이익과 봉사라는 가치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보람으로 다가왔다.

나이가 들어서도 젊은 주무관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좋다.
특히 동갑내기 여자 주무관과는 편하게 지내며 서로 의지가 된다.
그가 명예퇴직을 고민하길래,
정년을 채워도 여전히 시간은 충분하니 조금만 더 함께 버텨보자고,
가능하다면 끝까지 같이 걸어가 보자고 말해주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