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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수 Sep 19. 2024

느리게 산다는 것

느리게 산다는 것

출근길에 스쳐가는 이들.

무표정하게 내 곁을 지나간다.

유독 시선을 끄는 사람이 있다.

목발을 집고 익숙하게 계단을 내려오고 신호등을 건너며, 지하철 역 입구에선 천천히 조심스레 계단을 오른다.

아마도 태어났을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듯한 짐작이 든다.

그가 눈에 들어온 것은 아마도 나도 다리를 절며 걷기 때문이리라.

뇌경색 후유증으로 생긴 족하수(바깥쪽 발등이 떨어지는 증상)를 가진 사람이 생각보다 많이 보인다.

그 전에도 있었겠지만 내가 그 증상이 있다 보니 더 잘 보게 된 듯싶다.

몸에 불편이 있다 보니 불편함을 가진 사람이 많이 보인다.

또한 가슴 한편에는 많은 피로감을 느낀다.

그도 나처럼 리듬이 깨져서 몸에 피로감이 쉽게 오리란 생각이 든다.

사람이다 보니 그 와중에 비교를 한다.

그래도 목발을 짚는 불편보다는 맨몸으로 절뚝이며 걷고 있는 내가 그래도 낫다고.

그런 몹쓸 비교에 또한 자책감도 들면서...


오며 가며 자주 보면서 어느 아파트에 사는 지도 알게 되었다.

한 번은 스타벅스에서 그를 보았다.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아들을 공부시키고 있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뒤늦게 합류한 그의 아내도 보았다.

무표정한 얼굴의 그와 그의 아내. 그리고 아들. 그들은 가족이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의 아내는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이었다.

아마도 그의 선한 마음씨에 결혼을 하게 되었고 사랑으로 아들을 낳았으리란 짐작이 된다.

그리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으리라.


얼른 좀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내게 좀 더 느긋하게 살라는 말을 하는 것 같다.

답답한 마음에 빠르게 뭔가를 하려는 내게 조금 천천히 가도 된다는 말을 하는 듯싶다.


이젠 모든 일을 느긋하게 해야 한다.

신호등이 점멸하고 있을 때는 건너지 않고 다음 신호를 기다리게 된다.

버스를 타기 위해 뛰지를 못하니 다음 버스를 기다려서 타게 된다.

몸에 맞추어 살게 된다.

내 몸은 느림을 원하니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느리게 산다는 것.

적응하면 또한 살아진다.

이젠 느리게 사는 것을 즐겨야겠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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