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본연 인간(本然 人間)

by bigbird

본연 인간(本然 人間)

인간은 원래 텔레파시도 할수 있었고,
원하는 먹을 것도 생산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러나 어둠의 세력에 의해 방해를 받고 교육을 통해 모든 능력을 잃어버렸다.

그런 조금 남아있는 능력자는 모두 산으로 들어갔다.
산속에서 수련을 통해 그 능력은 꾸준하게 전해져 오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시 한복판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한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하린’은 지하철 안에서 낯선 사람의 생각이 자신의 머릿속에 그대로 들려오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환청이라 생각했지만, 그건 분명한 문장이었고, 반복되었다.

“저 사람은 왜 계속 나를 쳐다보는 걸까?”

하린은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돌려 옆자리를 보았다. 놀랍게도 그 사람은 분명히 자신을 경계하고 있었다. 하린은 직감했다. 무언가가 깨어나고 있다.

그날 이후, 하린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후, 출근길에 갑자기 나타난 노인이 말했다.

“너도 들리는구나. 그럼, 시간이 다 됐다. 산으로 와라.”

그 말을 끝으로 노인은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안고 하린은 결국 산을 찾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이들을 만나게 되었고, 진실을 듣게 되었다.

“우리는 잊혀진 존재들이다. 인간 본연의 능력을 되찾기 위해 수백 년을 기다려 왔다. 이제 너희 세대가 그 마지막 열쇠다.”

하린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잊혀진 능력을 되찾고 어둠의 세력과 맞서 싸울 것인가, 아니면 편안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인가.

하지만 이미 그의 눈은 이전과 달랐다.
이미 그는, 잊혀진 것을 보고 있었다.

하린은 회사를 그만두고, 혼자 짐을 꾸려 산으로 향했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깊은 산속, 마치 무언가가 이끄는 듯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째 되는 날, 짙은 안개 속에서 고요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곳은 일반인에게는 절대 보이지 않는 장소—‘기억의 골짜기’ 였다.

거기서 하린은 드디어 그 노인을 다시 만났다. 그의 이름은 ‘무연(無然)’이라 했고, 산속에서 수십 년을 수련해 온 원 능력자 중 한 명이었다.

무연은 하린에게 물었다.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 복수냐, 구원이냐, 아니면 단지 궁금증을 풀기 위함이냐.”

하린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대답했다.

“진실이요. 인간은 왜, 어떻게 이 능력을 잃었는지 알고 싶어요.”

무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기억의 연못으로 데려갔다. 연못에 손을 담그자, 하린의 눈앞에 환상이 펼쳐졌다.

한때 인간은 텔레파시로 서로 소통하고, 물질을 창조하며 자연과 하나였다. 그러나 어느 날, 다른 차원에서 온 존재들이 그 능력을 두려워했다. 그들은 어둠의 각인이라 불리는 기술을 통해 인간의 의식을 봉인했다. 이 기술은 ‘교육’, ‘규율’, ‘문명화’ 라는 이름으로 위장되어 퍼졌고, 인간은 서서히 자신의 능력을 망각하게 되었다.

연못의 환상이 사라졌을 때, 하린은 떨리는 손으로 말했다.

“그럼… 지금의 세상은 다 조작된 거였군요…”

무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너는 그 고리를 끊을 깨어난 첫 번째 사람이다.”

그러나 하린이 그 말을 다 이해하기도 전에, 산 너머에서 거대한 폭음이 울렸다.

‘우리를 찾았다.’

무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숨을 시간이 없다. 너의 훈련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하린은 무연의 인도 아래 ‘기억의 골짜기’ 깊숙한 동굴로 들어갔다. 그곳은 과거 능력자들이 수련하던 공간이었고, 지금은 단 한 사람만이 남아 있었다. 그는 하린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나는 설운. 네 안에 잠든 힘을 꺼내줄 사람이다.”

훈련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것은 몸을 단련하는 것이 아니라, 잊고 있던 것을 다시 떠올리는 일이었다.
하린은 점차 자신이 어릴 적 상상이라 여겼던 일들이 모두 능력의 잔재였음을 깨달았다.

생각만으로 잃어버린 물건을 찾은 적이 있었고,
친구의 마음을 알았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하늘을 날았던 꿈이 그저 꿈이 아니었음을 기억해냈다.

며칠이 흐르고, 하린의 눈빛은 변해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을 믿지 못하던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산 아래 마을에서 이상한 실종사건이 발생했다. 마을 사람들은 하나둘씩 이유 없이 사라졌고, 기억을 잃은 채 돌아오기도 했다. 마치 누군가가 그들의 정신을 '지우고' 있는 듯했다.

무연은 이를 ‘어둠의 추적자’의 징조라 설명했다.
그리고 그날 밤, 하린은 처음으로 그것을 보았다.

검은 망토를 두르고, 얼굴이 보이지 않는 존재. 말없이 서 있었고, 그 존재를 본 순간, 하린은 머리가 찢어질 듯 아팠다.

“널 찾아왔다, 깨어난 자여.”

그 존재는 하린의 정신에 직접 말을 걸어왔다.
하린은 두려움에 휘청였지만, 무연과 설운이 옆에서 그를 지탱했다.

설운이 속삭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네 안에도 같은 힘이 있다.
기억해라, 너는 인간이다. 진짜 인간.”

하린은 손을 들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로 텔레파시를 사용해 그 존재의 정신에 반격했다.

“돌아가. 더는 속지 않을 거야.”

순간, 어둠의 추적자는 몸을 부르르 떨며 사라졌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무연은 말했다.

“그 녀석이 널 본 이상, 곧 ‘그 자’도 움직일 것이다.
너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찾아야 한다.
너처럼 깨어날 준비가 된 사람들 말이다.”

이제 하린은 자신의 사명을 알게 되었다.
숨겨진 능력자들을 찾아 함께 싸울 것. 그리고…

잃어버린 인간의 본질을 되찾는 것.

하린은 전국을 돌며 잊힌 능력을 간직한 이들을 찾아냈다. 그들은 모두 평범한 삶 속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감각을 가지고 있었고, 하린과의 만남을 통해 각성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인 이들은 “본연회(本然會)”라 불리게 되었고, 무연과 설운의 지도 아래 수련을 거듭했다. 그들은 염력, 치유, 물질 생성, 공간 감각 공유, 집단 텔레파시까지 능력을 되찾아갔다.

하지만 어둠의 세력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수천 년 전 인간의 능력을 봉인한 장본인, ‘에레브’가 모습을 드러냈다.

에레브는 인간의 두뇌 구조 자체를 설계한 존재였다. 그는 차원의 균형을 위해 인간의 가능성을 통제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 능력 있는 인간은 ‘불량한 변수’였다.

하린과 본연회는 천계문, 옛 기록에 등장하는 차원의 문이자 봉인의 핵심 장소에서 그와 맞서게 된다.

전투는 정신과 정신의 싸움이었다.
하린은 수련한 모든 힘을 동원해 맞섰지만, 에레브는 그들의 가장 깊은 공포를 조종해 혼란에 빠뜨렸다.

그 순간, 무연이 마지막 힘을 써서 하린에게 속삭였다.

“진정한 힘은 기억이 아니라… 사랑과 연대에서 나온다. 하나로 연결하라… 전부…”

하린은 본연회 전체와 텔레파시를 통해 연결됐다.
수십 명의 정신이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그들의 ‘집단 의식’은 폭발적으로 확장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들은 잊혀졌던 ‘인간의 본질’—온전한 창조자—의 상태에 도달했다.

에레브는 그 순간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가 두려워했던 건 인간의 파괴성이 아니라, 인간의 무한한 ‘창조성과 공감’ 이었다. 그것은 어떤 억제장치로도 제어할 수 없는 빛이었다.

에레브는 사라졌고, 천계문은 열렸다.

그 문 너머에는 아직도 능력을 잃고 살아가는 수많은 인간들이 있었고, 이제는 그들을 깨우는 일이 남아 있었다.

하린은 고요한 새벽의 빛 속에서 동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는 잃어버렸던 것을 되찾았다.
이제, 그 빛을 모두에게 전할 차례다.”

그리고 그렇게, 인간은 다시 창조자의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에필로그

수십 년 후, 기록은 전설이 되었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이렇게 배운다.

"인간은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느끼며,
스스로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교실 맨 뒷자리, 창밖을 바라보는 한 소년의 눈에
잠시 반짝이는 빛이 스쳐 지나갔다.

—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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