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의 대상이 된다는 것
퇴직한 지 어느덧 8개월.
처음 몇 달은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렀다.
늦잠도 자보고, 하고 싶던 일들을 하나둘 시도해보며, 내 삶의 속도를 나에게 맞춰가는 연습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잘 지내시죠?”
“시간 괜찮으시면 통화 한 번 해요.”
겉으로는 안부인 듯 다정하게 시작되지만,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그 의도가 드러난다.
호기심.
그저 ‘퇴직한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나’ 궁금해서 걸려온 전화.
몇 가지 질문이 오가고, 대답이 정리되면 통화는 빠르게 끝을 향한다.
"아, 네… 아무튼 잘 지내시고요."
그 어색한 마무리 속에서 나는 조용히 웃는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마음을 정했다.
‘탐색 차원’의 연락은 굳이 받지 않기로.
직장에 있을 땐 나름 친했던 사이 같았지만, 막상 대화를 나누어 보면 그게 얼마나 얄팍한 친밀감이었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예전에 어떤 동료가 퇴사한 후, 문득 궁금해서 전화를 걸었던 기억.
그 사람도 나와 반갑게 통화했지만, 통화를 끝내고 나니 마음이 어딘가 불편했다.
그저 호기심이 만든 연락이라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기에.
인간관계란 참 묘하다.
같은 시간을 보냈어도, 진심이 있었던 관계는 시간을 지나도 이어진다.
반면, 목적과 호기심으로 연결된 인연은 그렇게 쉽게 흩어진다.
그래도 나는 얽매이지 않기로 했다.
억지로 이어갈 필요도, 지나간 인연에 연연할 이유도 없다.
어차피 인연이란, 정말 만나야 할 사람이라면 언젠가 다시 마주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때는 서로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조금 더 깊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저, 나에게 집중할 시간이다.
나의 삶, 나의 리듬, 그리고 나의 평온함.
그것을 지키는 일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택이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