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라는 탈을 쓴 접근에 대하여

by bigbird

“호의”라는 탈을 쓴 접근에 대하여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받지 않는다.
잠시 후 또다시 전화가 울린다.
나는 간단히 문자로 남겨달라고 했다.

곧이어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내용은 낯설지 않지만, 묘하게 불편했다.
상대는 마치 오래된 지인처럼 말을 걸었고, 같은 회사 출신이었다며 자신은 정년퇴직을 했다고 말했다.
통화 가능하냐는 질문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길래,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자 엔지니어를 구하고 있다며 일자리를 제안했다.
내가 장애인이라고 하자, 그래도 통화하고 싶다고 했다.
마치 내 상황은 중요하지 않다는 듯, 오직 통화가 목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상한 낌새에 문자를 캡처해 친한 친구와 법무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보냈다.
친구들은 대뜸 말했다.
“다단계다.”
"사기인듯."

법무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친구는 그런 경우 많이 봤다고도 했다.
요즘은 주로 퇴직자들을 노린다고 했다.
바로 연락하는 게 아니라, 몇 개월에서 1년쯤 기다렸다가 불쑥 접근한다고 한다.
혼자 있고, 불안해지고, 누군가의 말이 필요해질 무렵을 노리는 것이다.
진짜 일자리 제안이라면,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와 소개자의 이름을 먼저 밝히는 게 당연하다고도 했다.
그 친구의 단호한 말 한마디가 나를 단단히 일깨웠다.
누군가 이렇게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참 든든한 일이다.

나는 지금 내가 원할 때, 내가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서두르지 않는다.
불필요한 친절에 기대지 않는다.

내가 원치 않은 상대의 호의는, 경계하라.
그것은 때때로 ‘호의’가 아니라, 잘 짜인 ‘덫’일 수 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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