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1년, 쉼이 가르쳐준 것들

by bigbird

퇴직 후 1년, 쉼이 가르쳐준 것들

지난해 11월, 회사를 떠난 지 어느덧 1년이 흘렀다.
참 빠르다.
몸과 마음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 선택한 퇴직이었고,
지금 돌이켜보아도 그 결정에 후회는 없다.

주변 사람들은 퇴직 후 시간이 남아돌아 힘들 거라고 걱정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내게는 오히려 지금의 삶이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었다.

28년 1개월.
거의 30년에 가까운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던 순간은,
묘한 해방감과 함께 진한 행복감이 밀려왔다.
퇴직금으로 생활하다가 60세부터는 국민연금을 조기수령해 살 계획이었다.
혹시 여의치 않으면 집을 옮길 생각도 있었다.

생활비는 줄어들 거라 예상했지만, 막상 쉬다 보니 오히려 늘었다.
들어오는 돈은 없고 나가는 돈만 있다 보니
통장은 생각보다 빠르게 얇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후회는 없다.
살아온 터전을 옮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신혼 초부터 여섯 번의 이사를 하며 배운 게 있다.
‘어디에 살아도 그곳이 내 삶의 자리’라는 것.

몸도 마음도 이제 한결 가벼워졌다.
혼자서도 잘 지내고 있지만,
가끔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혼자만의 시간은 달콤하지만,
사람은 결국 함께해야 온전해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나보다 더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을 마주하며
문득 ‘조로(早老)’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아직은 젊다고 생각했지만, 세월은 내 어깨 위에도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다.

직장생활 18년 차, 뇌경색으로 쓰러졌을 때
내 인생은 크게 멈춰섰다.
1년의 휴직과 재활의 시간은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한 전환점이었다.

처음 6개월은 몸의 오른쪽이 마비되어 침대에 누워 지냈다.
재활 끝에 손이 움직이고,
비록 절뚝거리지만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을 때,
그것은 내게 기적이었다.

그 후 10여 년을 더 다니다가 마침내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지금, 퇴직 후 1년이 지났다.
몸은 회복되었고, 마음은 한결 단단해졌다.
무엇을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휴식은 회복을 가져다준다.
휴식은 자연이 주는 치유의 시간이다.
이제 충분히 쉬었으니,
다시 작은 일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오늘도 행복하시길.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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