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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동기 모임

by bigbird

입사동기 모임

1996년에 입사한 동기들과의 모임을 아직도 이어가고 있다.
세월이 꽤 흘렀지만, 그 끈은 묘하게도 놓이지 않는다.
이번 모임에는 나를 포함해 이미 퇴직한 동기 둘,
몸이 좋지 않아 병가 중인 동기 한 명,
그리고 여전히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 세 명이 함께 자리했다.
모두의 시간이 달라졌지만,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만큼은 예전 그대로였다.

돌아보면 이 모임이 꾸준히 이어져 온 데에는 총무 역할을 맡은 동기의 공이 크다.
회비를 따로 걷지 않는 대신,
모임에 나온 사람이 1/N로 계산하거나
승진·이사처럼 누군가에게 기쁜 일이 있을 때는 그 사람이 한턱내는 방식으로 정착되었다.
상반기 한 번, 하반기 한 번.
“그래도 1년에 두 번은 보자”는 약속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번 모임의 화제는 단연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였다.
동기들 중 가장 빠른 이는 이미 부장이었고,
대부분은 차장의 턱에서 멈춰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 느끼는 분위기가 있었다.
“아, 우리는 여기까지구나.”
어딘가 담담하면서도 씁쓸한, 묵직한 공감대.

정년연장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막상 연장되어도 “그냥 끝내고 싶다”는 말이 더 많았다.
“지긋지긋하다”는 말도 나왔다.
그 마음이 이해된다.
내년이면 입사 30년이다.
버티고 버티며 달려온 세월이 주머니 속 돌멩이처럼 묵직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모여 웃고 떠들었다.
그렇게 동기모임은 또 한 번, 세월의 한 장을 넘겼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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