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위를 흐르는 하룻밤의 여행

by bigbird

땅 위를 흐르는 하룻밤의 여행

해랑열차로 1박 2일 기차여행을 다녀왔다.

레일크루즈 해랑(RAILCRUISE HAERANG).
이름 그대로, 바다 위를 항해하는 유람선을 땅 위의 철도에 옮겨 놓은 듯한 존재다.
‘땅 위의 유람선’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게 느껴질 만큼, 이동과 숙박, 식사와 관광을 하나로 엮은 국내 유일의 숙박형 관광열차다.

여행은 늘 체험을 남기고, 그 과정에서 사람을 만나게 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오래도록 단체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다.
정해진 시간표, 집단의 속도, 그리고 나만의 호흡을 잠시 내려놓아야 하는 불편함 때문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자동차가 아닌 기차로 떠나는 숙박형 여행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차를 몰 필요도 없고, 이동 자체가 목적이 되는 여행이라니.
호기심이 앞섰고, 망설임 끝에 예약을 시도했다.
생각보다 빠르게 마감되는 일정에 한 번 더 놀라며, 간신히 동부권 1박 2일 코스를 예약할 수 있었다.

여정은 이렇게 흘렀다.
서울역을 출발해 제천과 단양을 거쳐 경주를 지나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오는 길.

첫날은 제천과 단양 관광을 마친 뒤 영천역으로 이동했고, 그날 밤은 열차 안에서 숙박을 했다.
낯선 공간에서의 하룻밤.
기차가 멈춰 있었고, 그러나 어딘가로 이어지는 그 묘한 감각이 인상 깊었다.

여행 동안 총 네 끼의 식사가 제공되었다.
첫째 날 점심과 저녁, 둘째 날 아침과 점심.
식사 하나하나가 정성스러웠고, 관광지 이동은 전용 버스로 이루어져 불필요한 수고를 최소화했다.
편안함과 편리함이라는 여행의 기본 조건을 극대화한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열차 내 숙박의 불편함이었다.
집을 나서면 고생이라는 말처럼, 익숙한 호텔 숙박에 비하면 분명 불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면 충분히 감내할 만하다”는 생각으로 하룻밤을 보냈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점은 이동의 편리성이었다.
누군가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저 앉아 있거나, 누워 있거나, 창밖을 바라보며 흘러가는 풍경을 맡겨두면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여행은 훨씬 가벼워졌다.

침대에 누운 채 이동한다는 경험.
그 하나만으로도 이 여행은 충분히 특별했다.

전반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에서 잠시 내려와,
땅 위를 천천히 흐르듯 이동했던 하룻밤의 기억은 오래 남을 것 같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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