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by bigbird

쓸모

카페에서 젊은 엄마 넷이 모여 수다를 떨고 있다.
깔깔 웃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옆에 앉아 있다 보니 대화가 또렷이 들린다.
평소 같았으면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었을 텐데,
그날따라 산책을 오래 한 탓에 잠시 이어폰을 내려놓았다.

한 여자가 그들 무리에 없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꺼냈다.
모두가 아는 사람인 듯했다.

“처음에는 인사도 하고 아는 척을 하더니,
요즘은 그냥 지나가.”

그러면서 덧붙인다.
아마도 자신이 그 사람에게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일 거라고.

쓸모 있음.
쓸모 없음.

그 말이 묘하게 마음에 남는다.
조금은 씁쓸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봤을 마음일지도 모른다.
그걸 드러내느냐, 숨기느냐의 차이일 뿐.

사람은 누구나 손해 보지 않으려 한다.
누군가는 주고(Giver),
누군가는 받고(Taker),
또 누군가는 맞추며 산다(Matcher).

결국은 give and take 속에서 관계가 이어진다.

문득 어린 시절 친구가 떠올랐다.
집이 슈퍼마켓을 해서 친구들 중 가장 넉넉하게 살던 친구였다.

우리가 어울려 놀 때면,
대부분의 비용을 그 친구가 부담하곤 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그 친구는 부모 덕에
아낌없이 주는 삶,
전형적인 Giver로 살아갈 수 있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고,
부모님이 집까지 마련해주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는
어쩌면 동화 속에서나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 친구는 결국 주식 투자에 실패했고,
집은 경매로 넘어갔다.
지금은 아내와 아들과 떨어져 지내고 있다.

꿈 많던 시절이 있었다.
그 친구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나는 영화감독,
그 친구는 촬영감독.

그저 학창 시절의 꿈이었지만,
그때는
그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던 시절이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