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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Oct 06. 2020

첫술을 뜨면서 수저를 놓을 때까지 리엑션!

캬~~~ 김치가 기가 막히네!

''캬~~~ 김치가 기가 막히네... 대한민국에 이런 김치 맛은 없어. 없구말구.''


돌아가신 친정 아빠의 엄마표 김장김치 시식 리엑션이다. 이어 동치미 국물을 쭉 들이키시며 리엑션 릴레이를 이어가신다.


 ''우와~~~숸하게 톡 쏘는 게 속이 뻥 뚫리네. ㅇㅇ엄마 이거 이렇게 맛있어도 되우. 찬밥 있음 김치 송송 썰고 동치미 국물에 김치말이 밥 먹음 딱이겠는데.'



아빠 리엑션이 김치보다 더 기가 막히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리엑션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것!

첫 술을 뜨셔서 다 드실 때까지 주기적, 간헐적, 지속적으로 계속된다.


엄마는 눈살을 찌푸리며 알았으니 많이 드시라며 리엑션을 마다 하지만 입가의 미소는 리엑션에 홀라당 넘어가 있다.

엄마는 아빠 리엑션 덕에 음식 솜씨가 일취월장할 수밖에 없으셨단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리엑션이다.

고향이 이북이신 아빠는 엄청난 미식가셨다. 학교 등록금이 얼마인지는 모르셔도 매일 저녁 삼남매 간식  사오시는 건 잊지않으셨다.






삼 남매 중 둘째인 나는 아빠를 제일 많이 닮았다. 엄마를 닮은 언니와 남동생은 키도 작지 않은데 아빠를 닮은 나만 작다. 그래서일까 아빠는 그래도 딸 중엔  막내라고 나를 언니보다 더 이뻐하셨고 나는  아빠 딸랑이가 되었다.

아빠 리엑션을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나는 어느새 아빠랑 똑같이 리엑션을 한다.


''엄마, 엄마!''

''아이구, 한 번만 부르셔~~~''

''엄마 콩나물 너무 맛있어. 칼칼한 게 아삭아삭하고, 난 엄마 콩나물이 젤 맛나. 왜 식당에선 이렇게 못하지.''

''똑같은 콩나물이지 모 달라. 아빠 딸 아니랄까 봐.''

''엄만 내가 없는 말 하는 거 봤어.''

'' 그 말도 아빠가 늘 하던 말씀 이유.''

''하하! 그런가? 아니 이 꽁치는 어떻게 구운 거야? 소금 뿌려 잰 거야? 뿌리면서 구우셨나용? 간이 기가 막히네. 비리지도 않아.''

''비리지 않음 생선도 아니라며, 암튼 어쩌면 사람 기분 좋게 하는 재주꺼정 아빠를 빼닮았는지. 어디 가도 밥은 안 굶게쑤.''

''아니 비리지 않다는 게, 역겹게 비리지 않다는 거지.

엄만 사실을 사실대로 얘기하는데 안 믿어~~~''

''아이고 알았어요. 꽁치 식음 비려 얼른 드셔.''


엄마는 어느새 꽁치를 다 발라놓으셨다. 엄마 얼굴이 보름달처럼 환하다.






''세상에 헉! 맛있다~~~ 기가 막히네. 아니 국에 마약넣으셨나베. 국물이 어쩜 이렇게 시원해~~~.''


사랑하는 나의 이모가 끓인  국을 먹은 나의 리엑션이다.


''아이고 또 우리 형부 빙의하셨지. 어쩜 말투도 똑같냐.

너네 아빠 리엑션 땜 울 언니가 장금이가 되도록 얼마나 음식을 했겠쑤. 암튼 별걸 다 닮아! 국물이 너무 심심한가 싶은데?''

''심심은... 이모, 심심한 국 못 드셔 보셨구먼. 딱 조아.''

''그래? 간도 안 봤는데? 입맛 까다로운 조카님이 딱이라니 다행일세.''

''아 진짜ㅋ 간도 안 봤다 굽 쇼? 하하! 진짜 자매 아니랄까 봐, 엄마랑 똑같아. 엄마도 맨날 간도 안 봤데~~~


간도 안 봤는데 그리 맛있냐고 해야 하나...

간도 안 보고 성의 없이 해도 되나? 해야 하나...ㅋ''


이상은 나의 친정집 식사 풍경이다.




(이모님 양념게장)




결혼을 하니 다른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집사님(다해주는 남편)은 시골 출신이기도 하지만 돌아가신 아빠랑은 너무 다르다.


요리를 따로 배운 적은 없지만 엄마가 장금이시니 딸인 나도 그다지 솜씨가 떨어지진 않는다. 고기도 먹어본 눔이 맛을 안다고, 어찌어찌하다가 엄마가 해줬던 맛을 기억해 흉내를 낸다.

당연히  아빠의 리엑션을 기대하지만 집사님은 아무 반응이 없다.

'맛이 없나?'

다시 맛을 본다.

'나쁘지 않은데?'


TV를 보며 즐겁게 식사를 하는 집사님.

속에서 뭔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TV를 확 꺼볼까? 아니지, 그건 또 매너가 아니지?'

침 한번 삼키고 간을 본다.


''찌게 맛이 어때? 맛없어?''

''아니! 왜?''

''왜 라니? 맛있다는겨? 근데 왜 맛있다고 말을 안 해?''

''그냥 먹을만한데?''

''아니 먹을만하다는 게 모야~~~''

''맛없지 않단 거지. 아니 맛있어. 그걸 꼭 말로 해야 하나?''

''당연하지! 우리 아빠는... 암튼 맛있단 말 안 함, 안 해줄 거야!''


나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아빠 리엑션을 주입시켰고, 선전포고도 날렸다. 맞벌이를 하면서도 나는 거의 반찬을 사본 적이 없다. 계란 라이라도 내가 한다는 주의였고 또 까칠한 엄마 딸이... 그렇게 배웠다.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뭐든 단품 메뉴는 제대로 하는 식단을 고수했다. 그러니 꽤 먹을만하게 제공을 하는데 아무 리엑션이 없다는 건 내겐 너무 낯설었다.


이상은 신혼초 우리 집 식사 풍경이다.






집사님은 웬만함 나한테 맞춰주는 착한 사람. 물론 한 번에 달라지지 않았지만... 어언 함께 산지 30년이 되어가니,

내가 묻기도 전에 리엑션을 한다.


''야~~ 아 맛있다. 담백한 게. 뒷맛은 칼칼하고. 어떻게 한 거야?''

''고기는 간 마늘 소금 후추로만 간했고, 육수 낼 때 시골  빨간 고추 말린 거 좀 넣었지. 괜찮아?''

''음, 아주 맛있어. 사진 찍어야겠다.''


집사님은 찐 리엑션을 하며 캐나다에 있는 아들한테 보낸다며 인증샷까지 찍는다. 먼저 리엑션에 칭찬을 쏟아 부우니... 담엔 뭘 더 넣고 어찌어찌 더 맛나게 해 주겠다고 답사를 잊지 않는다.


이상은 달라진 우리 집 식사 풍경이다.






5년 전쯤 당뇨라는 녀석이 집사님에게 급습했다. 급성 당뇨는 백퍼 스트레스다. 스트레스 없는 사회생활이 있겠냐만은 암튼 반갑지 않다. 당뇨도 당뇨지만 합병증이 문제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당뇨약을 복용했지만 수치가 심각한 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약이 떨어졌지만 버텨보기로 다. 버텨볼 만해 보이니 욕심이 다. 물론 늘 기본적으로 당뇨를 의식한 메뉴를 요리하지만,  본격적인 당뇨 식이요법을 파헤친다.


맛있다는 리엑션 보다 '당이 내렸어'라는 리엑션에 집중한다.

다행히 집사님이 맛있게 잘 먹어주었고 놀랍게도 혈당 수치가 내렸다. 너무 신기했다.

물론 집사님을 제일 잘 아는 내가 만든 음식이니 그럴수 있지만, 꼭 혈당을 낮추지 못한다해도, 최소한 건강한 메뉴임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집사님은 퇴직하면 내게 요리를 해주겠다고 했다.

퇴직 전에 하던 말이니 퇴직하고 볼 일이지 했는데..

어느새 퇴직을 한지 약 5년이 지났고...

집사님은 정말 요리를 꾸준히 해 주었다.

그것도 온 정성을 다해서 요리한다.

심지어 맛있다. 주부들이야 남이 해준 게 다 맛있다지만... 집사님 요리는 정말 맛있다.

집사님 요리솜씨에 나는

아빠보다 더 기가막히게 리엑션을 날리고

리엑션은 더 맛난요리를 맛보게 한다.


문제는...

저녁 메인 메뉴다 보니 가끔은 술안주에 가깝다.


나는 집사님 혈당 낮추는 메뉴를 극진히 하고(플러스)

집사님은 술안주를 극진히 만든다?(마이너스)

이런 넌센스!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다.

제로라니 그나마 다행이다.

마이너스 아닌게 감사하다.

가능함 외식을 삼가고 집콕이 잦으니,

서로를 생각하며 정성들인 음식이

귀하다.


결코 화려하거나 최고급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주거니...!

받거니...!

소박하게!


첫 술부터 수저를 놓을 때까지 리엑션을

할수 있음이...

감사하다.



이어지는 에세이에

제가 성공한

혈당 낮추는 건강메뉴와

집사님 건강메뉴, 안주 몇가지를

소개 하려고 합니다.

함께 즐겨요!

핑퐁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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