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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Apr 23. 2021

내 인생에서 죽쑨 거?

음... 당신 만난 거? 우쒸!

<시험... 죽! 미역국!>

"시험은 잘 봤누?"

"죽 쒔어ㅋㅋㅋ!"


죽 쒔다?

'시험을 망쳤다, 못 보았다'는 비유적인 표현을 할 때 '죽 쒔다'라고 표현한다.

'죽 쑤다'는 '곡식의 알이나 가루를 오래 끓여 흠씬 무르게 한 음식을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동사다.

애를 써서 밥을 하려다가 죽이 되어버렸을 때 '죽 쒔다', '죽 됐다'라고 말한다.

어떤 일을 하려고 애를 쓴 공이 도로아미타불이 되었을 때 하는 말이기에 '죽 쒀서 개 준다'는 말 또한

애써서 만든 무엇을 엉뚱하게 남이 가지게 되었다는 의미다.




수능시험을 보러 가는 날 아이가 도시락을 싸주려는 엄마에게 죽을 싸 달라고 한다.

화들짝 놀란 엄마는 옛날 사람이다.

"아니 제정신이야? 시험 죽 쑤면 어쩌려고!"

"아이 참 엄마는 언제 적 얘길 하는 거야. 김밥은 소화 안된다고!"


아이의 말에 한 표다.

물론 나 역시 그 엄마랑 똑같이 얘기했을 테지만 말이다.


자식 이기지 못한다고 엄마는 아이의 말대로 정성을 다해 죽을 쑨다.

쌀로만 끓이면 힘을 못쓸까 소고기도 곱게 갈아 넣고 야채도 잘게 다져 영양죽을 끓인다.


엄마의 정성이 가득 담긴 죽을 싸가는 아이는 환한 표정으로 시험을 보러 간다.

"엄마, 정성 뿜 뿜 죽 먹고 시험 잘 보고 올게. 걱정하지 말아. 학교 문밖에서 덜덜 떨고 빌지도 말고 ㅋㅋㅋ"




미역국은 어떤가...


미역국 역시 시험을 보는 날 먹지 않도록 금기시된 음식이다.

왜?


미역의 미끌미끌, 흐물흐물한 모양 때문에 미역처럼 주르륵 미끄러질 수 있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심지어 시험에서 떨어지면 '미역국 마셨다'라고 한다.


'죽'이던 '미역국'이던 시험 보는 날이면 금기시되다시피 한 음식이지만 영양면에서는 1도 근거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시험 보는 날 더 먹어야 할 정도로 영양과 소화면에서는 최고다.





<건강검진... 죽!>

쫄쫄 굶고 건강검진을 하는 날이다.

오로지 한가닥 희망이 있기에 피뽑으람 뽑고 소변 받아오라면 받아오고 온갖 하기 싫은 일들을 꾹 참고 한다.

도대체 그 희망은 무엇인고?

'죽'이다.


홍 집사(남편)가 재직 당시 복지제도 중 하나, '건강검진'이다.

배우자도 포함이니 따라나선다.

건강검진이 끝나면 병원 내에 있는 죽집의 '죽' 식권까지 준다.


"당신 무슨 죽 먹을 거야?"

"당근 맛있는 죽이지ㅋㅋㅋ"


직장에서 준 '죽'식권은 7천 원짜리다.

전복죽은 만원이다.

"에라이 기왕이면 만 원짜리 주지 ㅋㅋㅋ"

"왜 또 그래~~ 전복죽 싫어하는 사람도 있잖아~"

"뭐래? 또 남의 편이야! 3천 원 거슬러 달람 되쥥 ㅋㅋㅋ"





금식을 했으니 공복 상태인 위를 잘 달래줘야 한다. 위를 잘 달래야 하니 죽을 먹는 게 좋다.

수능 시험 보러 가면서 '죽'을 싸 달라는 아이는 분명 시험을 잘 봤겠지...

최소한 소화가 안되어 시험에 지장을 주는 일은 없었을 게다.


'미역'은 어떤가.

미역은 칼륨, 철분, 비타민이 풍부하고 특히 다량 함유되어있는 요오드는 심장과 혈관의 활동을 돕고
체온과 땀 조절 등 신진대사 증진에 효과적이다. 피를 맑게 해 줌은 물론 피로 해소와 심신 안정에도

도움이 되니 피를 맑게 해야 하는 산모는 물론 수험생이 섭취하면 좋은 음식이다.


우와~

그럼 미역죽을 먹으면 시험은 무조건 합격인가 ㅋㅋㅋ


백종원인지 황종원인지 암튼 그 돼지 아저씨 덕분에 지난번에 구입한 물미역이 하나 가득이다.

시험 볼일은 없다만 몸에 좋다니 오늘은 생미역으로 미역죽을 끓여본다.


생미역죽!

Gooooooo!







ㅡ이작가야's 생미역죽ㅡ

Yummy!

요리 준비!

재료 (2인분)
생미역- 250g
찹쌀, 멥쌀 - 반 컵씩 1컵
참기름
국간장 -2큰술
소금




Yummy!

요리 시작!


멥쌀, 찹쌀을 반반씩 섞어 씻은 후 한 시간 정도 불려 물기를 쪼~옥!





쌀을 불리는 동안 생미역을 준비한다.

소금에 박박 문질러 씻어 헹군 미역을~~~






끓는 물에 10초 정도 넣다 빼는 느낌으로 금방 꺼내면 이쁜 연두색으로 변신!

데친 미역을 찬물에 헹구어 물기를 빼고...





백가 아저씨는 믹서기에 미역을 갈았지만 식감을 더하기 위해 프로세서에 다진다.





중 불에서 달군 팬에 참기름을 솔솔 두르고 불린 쌀을 투명해질 때까지 칙칙 볶는다.





볶던 쌀에 다진 미역을 촥! 





쉐킷 쉐킷 달달 볶다가~





충분히 물을 붓고 센 불에서 바글바글  끓이다가 불을 중불로 줄여 뭉근히 계속 끓인다.

이때 소금, 간장 살짝!






바닥에 눌어붙지 않도록 가끔 저어가며 졸인다.

뭉근히 쌀알이 퍼지도록~






그릇에 담고 깨 솔솔~

젓갈이나 김치 정도 곁들이면 다른 반찬 노노노노노!


(먹기 전에 간장, 소금으로 취향에 맞게 간 추가!)





맛있당!






"어때? 맛있어?"

"맛있네!"


그렇게~~~~~~~~~~~

교육을 시키고 잔소리를 하고 협박을 해도 참!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닌 거 맞다.

거의 백퍼 먼저 맛있다고 하는 적이 없다.

맘 같아선 딱 굶기고 싶지만 에휴 ㅠㅠㅠ


"나는 죽 먹으면 꼭 엄마 생각나 ㅋㅋㅋ

뭐 잘못한 거 있음 아픈 척하면 엄마가 흰 죽 끓여줬거든 ㅋㅋㅋ

속아 주신 거겠지?

그래도 난 살면서 시험은 죽 쑨 적 없네... 당신은?"


"나?? 나는... 시험보다... 내 인생에 죽 쑨 게... 그러니까 당신 만난 거?"
"우쒸! ㅋㅋㅋ"


한 가득 끓이면 어르신도 아이들도 잘 먹을 고소한 죽이다.

생미역죽!





내 인생에서 죽 쑨일 ㅋ은 뭐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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