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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Apr 24. 2021

두릅 꼬치 전

그냥 부쳐도 될 것을 꼬치에 꽂으니 연둣빛 자태가~~~

<꼬치전... 엄마랑, 언니랑>

명절이면 언니랑 내가 엄마일을 돕는다.

엄마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다.

"일을 할 줄 알아야 남도 부린다. 할 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차이야."

결혼하기 전까지 밥도 한번 안 해본 내가 결혼해서 그나마 이렇게 저렇게 할 줄 아는 것은 분명히

엄마의 그런 교육 덕분이다. 특히 엄마가 음식을 하실 때 오며 가며 본 것이 아마도 어깨너머 교육이 된 것 같다.


어느 해 명절이다.

늘 그랬듯이 삼색 꼬치전을 한다.

엄마는 꼬치전 재료를 준비하시고 언니와 내게 꼬치로 끼우라고 하신다.

얼굴이 뛰어나게 이쁜 언니는 얼굴처럼 어찌나 꼬치를 이쁘게 끼우는지 색도 화려하고 모양도 자로 잰 듯

반듯하다. 크기도 일정하니 어느 하나 튀는 것도 없다.


"아이고 언니처럼 이쁘게 만들어야지. 뭐든 이쁘게 만들어야 이쁜 딸을 낳아요."

엄마가 내가 만든 꼬치를 보시고 하는 말씀이다. 나는 언니만큼 이쁘게 만들지를 못한다.

손솜씨만을 보면 언니는 금손이고 나는 똥 손이다.

만두, 송편은 그렇다 치고 꼬치는 그냥 꽂기만 하면 되는데 어쩌면 그렇게 손 솜씨가 차이가 나는지ㅋㅋㅋ


언니의 솜씨는 누가 봐도 인정을 안 할 수가 없으니 샘이 1도 안 난다.

어릴 때였는데도 언니의 솜씨를 보고 지금 말로 완전 '리스펙'이라며 깨갱깽 했다.

"우와~~~ 진짜 이쁘다 이건 뭐 완전 기계로 찍어내는 것 같은데?"

착하다 착하다 그렇게도 착한 언니는 이런다.

"이쁘긴~~~ 뭐가 이뻐 그냥 꽂은 거야."

그러면서도 좋아서 얼굴이 빨개진다.

나 같음 이랬을 텐데 ㅋㅋㅋ

"정말 이쁘쥐? 이건 나밖에 못해 ㅋㅋㅋ 이건 집에서 먹긴 좀... 어디 내다 팔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상황이면 항상 엄마의 단골 멘트가 나온다.

똥 손 주제에 뭐가 신이 나서 엄마 멘트를 가로 챈다.

"나 엄마 말 다~ 알아. '어쩌면 한 배속에서 나왔는데 그리 다르냐'라고~~~~ㅋㅋㅋ 맞쥐?"

넉살을 부리는 나를 보며 엄마도 언니도 까르르까르르 한다.

 

부지런하고 착한 언니와 완전 정반대인 나는 살살 수작을 부린다.

"엄마! 이거 그냥 부쳐 먹으면 안 돼? 어차피 빼먹을 거 왜 이렇게 힘들게 다 꽂는 거야~~~?"

"으이그 이제 몸이 비비 꼬이시는 구만? 그러니까 명절에 하지, 매일 이렇게 하겠어?

조상을 잘 모셔야 복을 받는 거예요."

"그럼 조상님 꺼만 꽂으면 되쥐?"

"아이고 몇 개를 꽂았다고 엄살은..."

이때 착한 언니가 훅 들어온다.

"내가 마저 꽂을게 넌 나가 놀아!"

이런!

착한 건지 완전 고수인지 언니 덕분에 나는 맨날 더 찍힌다.



<꼬치전... 시누이들이랑, 동서들이랑>

홍 집사(남편)는 딸 셋 아들 셋 육 남매다.

그중 홍 집사가 막내다. 그러니까 나는 세 며느리 중 막내며느리다.


어느 해 어머님 생신이다.

육 남매가 다 모였다.

시댁 부엌에서 세 며느리가 음식을 하느라 분주하다.

시골부엌이 좁지는 않지만 등치가 있는 큰동서, 둘째 동서가 왔다 갔다 하면 좀 복잡하다.


손맛이 좋은 큰동서는 그야말로 뚝딱뚝딱하면 나물이 턱, 조림이 턱, 암튼 턱턱 자판기처럼 쉽게 음식을

만든다.


둘째 동서는... ㅋㅋㅋ 그냥 없으려니 한다. 그분은 일도 잘 못하지만 '어떻게 하면 일을 안 하나...'

묘수를 내는데 독보적인 재주를 가지고 있다. 결혼해서 10년까지는 잘 몰랐다.


뭘?

묘수인지 레알인지...


10년을 지낸 후 완전 깨달음을 얻었다.

그런데 희한하게 밉지가 않다. 아니 심지어 귀엽기까지 하다.

이젠 아예 이런다.


"동서 내가 기름 부어주까? 둘이 하면 좀 낫지."

"노노노노노노 ㅋㅋㅋ 형님 저 혼자 충분히 해요. 형님은 딴 거 하세요ㅋㅋㅋ"

꼬치전을 부치려는 내 앞에 슬며시 와서는 기름병을 들고 기름을 부어준다니 ㅋㅋㅋ

백퍼 그냥 놀겠다는 거다. 10년은 속았지만 이젠 안 속는다. 게다가 같이 늙어가는 사이에 까고 말을 한다.

"형님 정 할 거 없으시면 개밥 주고 오세요.ㅋㅋㅋ"


개밥...


둘째 동서가 그렇게도 열심히 개밥을 주러 가는 것이 설거지를 안 하려고 빠져나가는 묘수였던 것인지를

10년 만에 알았다.




어릴 때 나는 꾀돌이였는데 시집을 와서는 엄마의 잔소리가 생각나서일까?

일을 피하지 않고 곧잘 한다.


아니 엄마가 옆에서 말하는 듯 환청이 들린다.

"여자가... 일 피하는 것처럼 꼴불견이 없어요..."

늘 엄마가 하던 말이다.


해가 갈수록 숙련된 솜씨를 발휘하는 나는 일 잘하시는 큰 형님과 손발이 착착 맞는다.


어머님 생신인 그날...

팔을 걷어붙이고 삼색전을 꽂아가며, 부쳐가며 혼자 척척하고 있는데...


둘째 시누이가 부엌에 등장한다.

"꼬치전 부치네... 아유 뭐 대충 하지, 그래 잘할라하노... 그란데 햄이 너무 두껍지 않나?"

햄을 썰은 큰 형님 얼굴이 어두워지는데...

그때 잔소리 대마왕 큰 시누이가 부엌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그냥 지나치지 않고 끼어든다.


"햄 좀 두꺼우면 어때!"

엥? 웬일이지?

암튼 큰 형님 얼굴이 환해지려는데...

그럼 그렇지.ㅋㅋㅋ

큰 시누이가 이런다.

"막내이~ 밀가루를 양쪽에 다 발랐노?"

"한쪽만 발랐는데요?"

"그래 잘했다. 그래야 깔끔하다!"

우쒸! 순간 불덩이가 살짝 올라오다가 내려가려는데...

이런!

막내 시누이가 들어오면서 그 이쁜 낭랑한 목소리로 이런다.

"뭐 이래 맛있는 냄새가 나노~~~"

헉! 세시누이가 부엌에 다 들어왔다. 여자가 여섯 명이다. 부엌이 바글바글하다.

살살 짜증이 난다.


큰 시누이가 한 소리 더 한다.

"기름이 너무 많지 않나?"

아 이런!

'나가라고 해?말아! 해? 말아! 아냐, 참자 큰 형님이 암말 안 하는데...

아냐, 다 나가라고 하고 싶다ㅋㅋㅋ어쩌지?'

하면서 나랑 찰떡궁합인 막내 시누이에게 눈을 찡긋 사인을 보낸다.

'형님! 다 데리고 나가세요~~~~~~'

역시 '아'하면 '어'하는 막내 시누이다.

목소리가 어찌나 짜랑짜랑한지!


"아, 마, 쫌! 홍 가 여자 들은 마, 다 나갑시다. 뭐한다고 출가외인들이 부엌에 와가 이래 말이 많노~"

우와~ 속이 뻥 뚫린다.

천군 마마를 얻은 기분이 이런 맛이구나...


<꼬치전... 꽂았을 뿐인데...>

그냥 끓여도 될 것을 굳이 어묵에 꼬치를 꽂는다.

그냥 구워도 될 것을 굳이 닭고기에 꼬치를 꽂는다.

그냥 부쳐도 될 것을 굳이 두릅에 꼬치를 꽂는다.


어묵에, 닭고기에, 두릅에 정성을 꽂는다.

꼬치 하나 꽂았을 뿐인데 꽂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꼬치로 정성과 사랑이 찌리릿 전해진다.


오늘은 오롯이 두릅만 꽂은 두릅 꼬치전을 만들어본다.

하나, 둘, 셋... 줄을 선 두릅이 연둣빛 자태를 뽐낸다.


두릅 꼬치전!

Goooooooo!




ㅡ이작가야's 두릅 꼬치전ㅡ

Yummy!

요리 준비!

재료
두릅 -300g(손질 후)
감자전분- 1큰술
반죽: 부침가루 - 150g, 물 -160ml
소금
식용유
-------
양념간장






Yummy!

요리 시작!

신선한 참두릅 대기!



저 부분을 뚝 자를 때 가시 조심조심!




물에 소금을 한 꼬집 넣고 물이 끓으면 두릅을 데치는데, 밑동 부분이 데치는 시간이 더 걸리니...

포인트: 잎 부분을 모아 한 손에 쥐고 밑동 부분을 아래로 놓고 먼저 데친 후 (20초~30초) 몽땅 데침!

모두 1분 20초 정도! 



캬~~~ 안 그래도 요즘 연둣빛 사랑에 푹 빠졌는데 연둣빛 색좀 보소!




찬물에 헹군 두릅은 물기를 쪼~~~ 옥!





아빠 두릅, 아가 두릅, 엄마 두릅 키를 맞춰 꼬치에 꽂는다.

이때 부침 반죽이 잘 붙도록 감자전분을 솔솔 뿌림. (없으면 패스)





물과 부침가루를 잘 섞어 소금을 한 꼬집 넣고 반죽! (선택:얼음이 있으면 두세 조각 넣고 쉐킷 쉐킷!)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중 약불에서 부침 반죽을 주르륵 흐르도록 바른 두릅 꼬치를

노르스름하게 앞뒤로 부친다.





뒤집어서 노릇하게~





기름기도 쪼옥 빼서~





연둣빛 두릅 꼬치전 완성!





색이 곱다~~~





하나씩 쏙쏙 빼서 양념간장을 찍어 냠냠!





"와~ 언제 이렇게 다 꽂아서 부쳤어~~~ 그냥 부치나 보다 했더니?

"내가 또, 한 서프라이즈 하자낭! 놀라게 해 줄라고 조용히 꽂아 부쳤지 ㅋ"

"피그리씨 ㅋ감동일세! 어케... 한 잔 해야지?"

"그취? 이건 그냥 먹긴 좀 허전하지?ㅋㅋㅋ"


부침 반죽을 입혀 그냥 부쳐도 되는데 꼬치에 꽂았더니 홍 집사가 어찌나 좋아하던지...

"그렇게 감동 먹은겨? 흠... 앞으로 다 꽂아버릴까? ㅋㅋㅋ"


두릅 꼬치전을 꽂으며 꼬치전을 생각하니 엄마, 언니, 시누이 생각까지 머리에 맴돈다.

별거 아닌데 꼬치에 꽂아 부치니 두릅의 자태가 고고하다.

지난번엔 두릅과 야채를 같이 부쳤는데 오롯이 두릅만 부치니 향이 더 그윽하다.

벌써 5월이 다가오니 두릅이 사라지기 전에 두릅꼬치전 좋다.


기분도...

맛도...

상큼하다.





음식은

추억이고

그리움이고

사랑이고

이고

감동이다.


그래서

음식 이야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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