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에 녹두빈대떡이 식탐이라니! 쳇!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함, 누구든 양보를 해야~~~

by 이작가야

''물냉면 두 개 주세요.''


'빈대떡도 먹어야 하는데...

배가 많이 고픈 건 아니니 그냥 넘어갈까?

아니지... 안 먹음 뭔가 허전한데 어쩌지?'


녹두빈대떡을 시킬 거냐 참을 거냐... 빨리 결정을 해야 한다.

따끈한 빈대떡을 먹고 물냉면을 먹어야 하는데...


'' 녹두 빈대떡 하나 시킬까?''

''왜? 냉면 시켰잖아.''

''아니 냉면은 냉면이고, 빈대떡은 다르지.''

''사람이 둘인데 왜 빈대떡을 또 시켜. 다 못 먹잖아.''


뭐 이런 ㅠ

돌아가신 친정아빠는 고향이 이북이시다. 게다가 '미식가'이시고, 학교 등록금이 얼 만지는 모르셔도 새로 생긴 맛집은 제일 먼저 아셨다. 사시사철 계절 따라 꼭 먹어야 하는 필수 메뉴를 우리 가족은 아빠 덕에 놓친 적이 없다. 아빠는 늘 냉면을 먹을 땐 녹두빈대떡이나 만두를 시키셨다.

어려서부터 습관이 됐으니 나도 모르게 아빠 흉내를 내고 있다. 엄마는 늘 내가 아빠를 젤 많이 닮았다고 하셨다.

먹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더욱...






'빈대떡이 먹고 싶냐, 배부른데 괜찮겠냐... '도 없이 사람이 둘인데 왜 메뉴를 세 개 시키냐는 집사님(남편)의 질문이 못마땅하다. 결혼 한 지 얼마 안 된 신혼 때 외식이니 어쩌면 다른 환경에서 자란 당연한 다름인데, 그땐 몰랐다.


'내가 맞고 남편은 틀리다.'에서 출발했다.


''우린 물냉면 먹을 때 녹두빈대떡이나, 왕만두 시켰는데?

빈대떡 한저름 먼저 먹고 물냉면 먹음 기름기 싹 가시고 개운한데...''

''어이구 분명히 다 먹지도 못할 텐데...

물냉면 다 먹고도 먹고 싶음 시켜줄 께.''

''아냐, 그렇게 먹고 싶은 건 아냐. 냉면만 먹을래.''


이미 기분 상한 나는 입이 맞은편 물냉면까지 나가 있다.

'아니, 분명히 빈대떡 먼저 먹고 냉면 먹어야 맛있다는데,

내 말을 못 들은 거야, 무시하는 거야!

게다가 시켜줄 께는 또 뭐야. 같이 맞벌이하는데

선심 쓰듯 말하는 거 아주 빈정 상하네 쩝.

두고 보겠어. 삼세판이야.'



(군만두 물만두)




마트에 장을 보러 가는 날은 장본 후 맛있는 점심을 먹는 게 맞벌이 부부의 낙이기도 하다. 역시 신혼 때다.


''오늘은 짜장면이 당긴다. 간단하게 한 그릇 먹지 뭐.''

''나도 중국집 생각했는데. 그러자고.''


집사님이 주문을 한다.

''짜장면 하나 짬뽕하나요.''


'이런... 군만두나, 물만두 하나도 시켜야 하는 데.

아빠는 그러셨는데...

말할까 말까... 아냐 만두는 넘 살쪄. 참자.' 했는데...

옆 테이블에서 주문한 기름이 지글지글, 노르스름하게 구운 만두가 딱 나온다. 그리고 너무 크게 귓가에 울린다.


''와 만두 맛있겠다. 간장에 식초랑 고춧가루 좀 듬뿍 넣어.''


'뭐지? 하필 왜 초간장 취향까지 나랑 같은 거야

군침이 돈다. 세상에서 제일 추접스러운 게 남 먹는 거 쳐다보는 거라지 아마?'

이런! 알면서도 눈은 군만두에 딱 꽂혀있다.


''왜?''

''왜긴 뭐? 군만두 맛있어 보여서.''

''짜장면도 먹고 군만두도 먹으려고?''

''아니.''


단호하게 '아니'라고 한다.

벌써 짜장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빠는 항상 먼저 군만두나 탕수육을 시키셨다.

탕수육 몇 저름을 먹으면 짜장면이 나왔다.




(탕수육, 옛날짜장)




신혼 때 외식을 할 때마다, 혹은 뭔가 먹을 일이 있을 때마다 우린 달랐다.


''당신은 왜 냉면 먹을 때 만두 안 먹어?

짜장면 먹을 때 탕수육 안 먹고...''

''우린 없이 살아서 냉면도 감지덕지야.

먹을 만큼만 시켜야지...''

''그건 어릴 때잖아. 지금은 먹을 수 있는데?''

''정말 먹고 싶으면 먹지. 에구 장인어른께서 버릇을 잘못 들이셨구먼''


생각해보면 아빠는 '폼생폼사'셨다.

최소한 먹을 때는 그랬다.

냉면은 만두, 빈대떡이랑 먹어야 하고,

짜장면 먹을 땐, 탕수육도 맛을 봐야하고,

아님,

군만두를 곁들이든지,

닭백숙을 먹은 후 꼭 닭죽으로 마무리해야 하고...


어릴 때 우리 집은 동네에서 엥겔지수가 제일

높았을 듯하다. 중요한 건 결코 우리 집이 부자는

아니었다.






아이가 어릴 때 가끔 피자를 시킨다. 지금은 피자 먹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피자 한판이랑, 오븐 스파게티 하나 시키까?''

''많지 않아?''

'' 피자는 남으면 냉동하면 되지.''

''암튼 식탐은...''

''뭣이라? 식탐이라고? 아니거든 쳇!''


식탐이라니... 미식가를 욕보인듯 해, 시키고도 기분이 찝찝하다. 친정엄마가 아이를 봐주실 겸 합가를 한 때였다. 엄마방에 쪼르르 쫓아가서 그야말로 조사하나 안 빼고 다 고여 바친다.


''어이구 이 사람아, 어째 그리 아빠랑 닮아도 닮아도 그리 똑같아. 아주 먹는 건 빼다 박았어. 먹고 남아 냉동 들어감 맛없어. 홍 서방 말도 맞지 뭘 그래.''


엄마도 살짝 못마땅한 거 같으신데 내편을 안 들어준다.

은근 홍 서방 편이다.

그런데, 그 후 뭔가 서서히 달라졌다...






우린 둘 다 메밀 매니아다. 여름엔 냉메밀, 비빔메밀, 판 메밀... 이틀 걸러 혹은 매일 먹을 정도다. 거의 집에서 해 먹지만 간혹 맛집에 간다.


''나는 들기름 메밀, 당신은?''

''나는... 동치미메밀...''

''그리고, 만두 시키까, 감자전 시키까?''

''배불러, 그냥 메밀만 먹어.''

''만두나 감자전은 남으면 싸가면 되지.''

''그르면 그르까? ㅋㅋㅋ 음, 감자전.''

''저희 감자전 먼저 주세요.''


집사님이 먼저,

만두나 감자전을 시키자고 한다.

지글지글 감자전이 나온다. 두저름 먹으니

메밀이 나온다.


''우후~~~ 역시 이 맛이야.

바삭바삭 감자전 한저름 먹고 동치미 메밀 후루룩,

국물 쫙...

아빠 생각난다. 멋쟁이셨지.''

''맛있게 먹어... 아휴 나는 장모님 생각이 나네.''

''엄마 생각? 무슨?''

''홍 서방, 갸가 '사주에 장수운'은 없다네... 하셔서 그 말씀만 믿고 있는데, 장모님한테 당한 거 같아서 불덩이가 올라오네ㅋㅋㅋ''

''에라이, 어디 집사가 쥔님 명을 재촉해!''






언제부터인지는 기억이 안 난다만 암튼 집사님이 먼저 내가 원하는대로 주문을 한다. 꽤 오래전부터 인 듯하다.


가수 싸이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틀린게 아니야 다른 것뿐이야.

다르다고 틀리다고 하지 말란 말씀이야.'


틀림이 아니고 다름을 인정한다면

충돌은 없다.

다만 평행으로 가야 하기에

함께 가려면...

둘 중 한 사람이 양보해야 한다.



고맙게도 집사님이 먼저 양보하니

감사할일이다.

그런데...

대체로 남자가 양보하면

집안이 평화롭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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