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가 젤 단합이 잘될 때?

술상 차릴 때!

by 이작가야

서울 도심에 그것도 종로 한가운데에서 산을 보며 나무와 꽃들이 사시사철 다른 곳을 꼭대기에서 볼 수 있는 길이 있다.

드라이브 길이 멋지다. 북악 스카이웨이 길이다. 스카이웨이 중심에 팔각정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힐링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잠깐잠깐 짬을 내 드라이브를 한다.

차로 이동하다 보면 어쩔 수없이 마주치게 되는 차량들,

그리고 운전자들 중... 간혹 밉상 운전자가 있다.

1차선 꼬불꼬불 길에서 굳이 추월을 하겠다고 차 꽁지에 따라붙는다.

차를 운전하는 홍표(남편) 착하다. 착해도 너무 착하다. 차 꽁지를 따라붙는 아저씨를 씹어대는 건 당연히 내 몫이다.


착한 홍표는 당연히 나의 씹음에 잔소리를 한다.


''아니 저런 사람 때문에 욕이 있는 거야.''

''당신 이쁜 입에서 욕이 나옴 안되지.''

''가끔 나와도 괜찮거든?''




(매일 똑 같은 드라이브길 인데 매일 모습이다른 북악스카이웨이길. 사진:까칠)


홍표도 그 아저씨의 막무가내를 알기에 더 이상은 잔소리를

추가하지 않는다. 슬쩍 화제를 돌리면서...


''그나저나 저녁은 모 먹지?''

''그냥 대충 먹어. 오늘은 금주야.''

''아니 금주라면서 당신은 밥을 안 하고 꼭 안주를 하니

그게 문제지 ㅋㅋ.''

''알았어. 밥하께. 근데 세끼 밥 먹음 당뇨에 안 좋은데.

낮에도 분식 먹었잖아.''


ㅡ잠시 침묵ㅡ


둘 다 참는 중이다. 누가 먼저 술 얘기를 꺼낼 것이냐, 머리 굴리는 소리가 달그락달그락 들린다. 꽤 잘 참고 드라이브 코스는 이미 반환점에서 유턴을 했고 집 방향으로 이어진다.

내 머릿속에는 이미 안주가 동동 떠 다닌다.

여기서 더 가면 집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때,

바로바로 원두를 갈아 커피를 제공하는 나의 바리스타, 홍표가 훅 들어온다.


''참 커피가 떨어졌는데?''

''하나도 없어?''

''음, 나 먹을 건 있지. 딱 한잔.''


늘 듣는 유머인데 매번 웃기다.

낄낄거리며,


''구뢔? 그람 같이 나눠먹구 내일 사러가지 뭐.''

''나는 나눠먹을 생각이 없는데?''


또 깔깔거리다 다시


ㅡ침묵ㅡ






다음 신호가 갈림길이다. 혜화동 로터리 방향으로 갈 것이냐 집을 향해 반대로 갈 것이냐... 오늘은 내가 백기를 든다.


''그럼 오랜만에 이강순 매운''


이런, 내가 말을 꺼내자마자 홍표가 깜빡이도 안 키고,

훅 들어온다.


''그러자! 낙지 먹은 지 좀 됐지?''

''그럼, 장마 통이라 우리가 안 나왔잖아.''

''회 먹은 지도 오래됐는데?''

''회도 비가 와서 안 먹었지. 낙지 말하니까 더 먹고 싶다. 그리고 그 옆에 스타벅스도 있잖아. 커피도 사면되겠네. 오늘은 나눠먹어도 되는데, 낼 아침 커피 걱정했었어.''


마치 커피 때문에 낙지 포장하러 가는 것처럼 훌러덩 의도를 뒤집는다. 홍표는 내 머리 꼭대기에 있으면서 넘어간 척한다. 낙지를 포장하러 광화문을 향한다. 언제나 추억을 부르는 '피맛골'. 매운 낙지 생각에 콧구멍이 벌렁벌렁, 입이 씰룩 씰룩, 흥얼흥얼 콧노래가 나온다.


''낙지 하나반 포장 부탁드릴게요. 단무지는 주지 마시고요.

콩나물은 두 개 주셔요.''


조사하나 틀리지 않는 주문 메시지가 입에서 자동으로 나온다. 마치 지하철 안내방송처럼...


나비처럼 날아가 벌처럼 낙지를 낚아채고

원두커피도 후딱 산다.



(입맛.술맛 당기는 매운낙지)



우리 부부가 단합이 젤 잘 될 때는?

술상 차릴 때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중1 때 캐나다로 유학을 갔다.

아들을 보내고 우리는 더 돈독한 술친구가 되었다.

20여 년 술상 차리는데 내공을 뽐낸다.


홍표는 낙지를 먹기 좋게 자르고 접시에 담는다.

맥주잔. 소주잔, 앞접시, 수저 세팅까지 홍표 몫이다.

쥔님(홍표주인,나)은 콩나물에 들기름 쫙,

소금 솔솔 뿌려 팍팍 무친다.

김을 굽고 한입 크기로 자른다.

근사한 술상이 번개같이 차려진다.


쏘맥 조합은 홍표가 최고다.


''짠! 카~~~! 역시 쏘맥은 당신이 최고야. 황금비율!''


앞접시에 김을 깔고 콩나물에 낙지를 올려 돌돌 말아 한 입에 쏙~~~홍표가 한 술더 뜬다.


''와~~~ 콩나물무침이 기가 막힌다. 김은 역시 당신 김이야.''


술상 차릴 때 이미 합체 완료가 된 부부는 아무것도 아닌 콩나물 무침과 누구나 구울 수 있는 김을 극찬한다.

늘 먹는 쏘맥인데 황금비율이 어쩌고저쩌고...

서로를 치켜세운다.


술상 차리는 동안은 어떤 이의제기도 없다.

그냥 다 봐준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술상을 자주 차린다.

일심동체의 끝판,

우리 부부가

술상 차리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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