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대포항에 튀김 시장이 있다. 튀김집이 길게 줄을 지어 들어선 골목에 꼭, 늘 사람 줄이 긴 집이 있다. 그 집만 불난 호떡집 같다. 추운데도 손을 호호 불어가며 그 줄에 끼어있다. 기대감이 커서 인지 이걸 먹겠다고 미련하게 줄을 섰나 하지만 그래도 맛있다.
(재정비된 튀김골목 ㅡ옛날 시장골목 운치는 덜하다)
암튼 새우랑 기름이 만났으니 웬만함 먹을만하다.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는 튀김 아닌가~~~
새우튀김도 맛있지만 또 다른 새우 명품 메뉴가 있다.
새우와 올리브유의 걸작, 감바스.
감바스 (gambas)는 새우를, 알 아히요(al ajillo)는 마늘소스를 뜻하는 스페인어다. '감바스 알 아히요'는 올리브 오일에 새우, 마늘을 베이스로 한 스페인 전채요리다.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주로 주물냄비를 사용하며 메인 요리는 물론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편하게 감바스라고 한다.
어느 날 집사님(남편)이 해 준 감바스에 홀딱 반해 새우가 더 좋아졌다. 새우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한 감바스.
(단골맛집 새우명품메뉴)
''그나저나 오늘 저녁은 뭐 먹지?''
우리 부부가 점심 먹으면서 던지는 멘트다.
집사님 아님 나, 둘 중 아무나 먼저 던진다.
꼭!
''아니 이제 한 시밖에 안됐는데 몬 벌써 저녁?''
그러면서 내심 코에 바람이 들어간다. 머릿속은 벌써
저녁이다.
''매운 고추 넣고 칼칼하게 감바스?''
''캬~~~ 콜! 나두 감바스 생각했는데! 새우 먹은 지 좀 됐잖아! 갑자기 막 먹고 싶다.''
''퇴근시간 차 막히기 전에 마트 갔다 오자고.''
만장일치로 정한 저녁 메뉴 '감바스'를 가슴에 담고 각자 방으로 간다. 나는 글을 쓰고 영상도 편집하고 바쁘다. 어느새 콧노래를 흥얼흥얼 글도 잘 써지고 영상도 막 더 이뻐 보인다.
(감바스 알아히요 by 홍집사)
과연 감바스만 때문일까?
'TV 앞에서 머리를 맞대고 깔깔거리며 소주잔을 기울이는 시간... '을 생각해서 겠지.
학창 시절 시험기간에 들었던 기억...
암기가 제일 잘되는 시점이 화장실 가기 직전이란다.
'요거, 요거 딱 한 줄 남았다. 외우고 가자!'
배설의 본능을 억누를 때 인간의 인내심이 최고조에 다다르며, 한 줄만 깔끔하게 마무리하면 시원하게 볼일을 볼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일까?
암튼 맛있고 유쾌한 저녁이 기다리고 있으니...
아마도 집사님은 모르긴 몰라도 지금쯤 백종원 감바스부터 간편 레시피를 검색하고 있지 않을까. ㅋ
집사님은 마트 가는걸 엄청 좋아한다. 장에 가시는걸 너무 좋아하시던 시아버지를 똑 닮았다. 아버님이 장에 안가 심 장이 안 섰단다. 5일장을 평생 한 번도 안 빠지셨다니, 아버지는 장에 가시고 엄마만 일하느라 고생하신다고 아버지를 그리 몰아붙이던 집사님.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 딱이다.
암튼 발걸음도 가볍게 마트에 입장. 마침 손질해놓은 국산 새우가 세일이란다. 게다가 떡 허니 '감바스 요리에 최고'라고 쓰여있다. 이건 모 안 왔음 큰일 날 뻔!
''새송이버섯 이랑 브로콜리... 또 뭐 더 필요해?''
내가 집사님에게 묻는다. 이미 요리는 집사님이 하신다는 밑밥을 깔고, 원하는 식재료를 요리사에게 묻는 과정이다.
집사님 어깨가 살짝 올라왔다.
''흠, 관자 있나 함 보슈. 짭짤하게 간도 되고 좋던데.''
빛의 속도로 관자를 집어 들며 집사님 어깨를 더 올려준다.
''오늘은 감바스 먹는 날이네. '국산 손질 새우' 세일에 관자도 없는 날이 더 많은데... 그췽?''
''그러네... 당신이 오늘 감바스 생각을 잘한 거지.''
집사님이 요리할 때는 첨부터 끝까지 다 한다.
''내가 버섯 썰을까?''
''아니.''
''아니라니라니? 왜 맘에 안 드시남?''
''당신은 막 썰잖아.''
''ㅋㅋㅋ 뭐래, 그럼 당신이 이쁘게 써슈~~~
허긴 당신이 정말 잘 썰더라.''
''예예~~~ 필요할 때 부르리다.''
그렇게 나는 암거도 안 하게 된다. ㅋㅋㅋ
음, 편하게 사는 비법이다.
내 방에 들어와서 내 할 일 하면서 감바스를 기다린다.
글도 쭉쭉 잘 써진다.
이런 걸 행복이라고 하는 건가.
한참 조용하더니 딸그락딸그락 소리가 난다.
이 소리는 술잔 꺼내는 소리!
''아니 다 됐음 나를 부르지~~~''
''부르려던 참이네. 상 차리슈.''
개인접시, 수저, 소주잔, 맥주잔, 그리고...
하이라이트 까지...
집사님은 뜨거운 걸 못 먹는다. 늘 하는 말,
농담인지 진담인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집사님 왈,
''나는 뜨거운 걸 못 먹어요. 뜨거운 거 못 먹음 처복이 없다는데.''
나는 뜨거워야 먹는다. 심지어 끓이면서 먹는걸
제일 좋아한다.
주물냄비가 아닌 일반 냄비에 요리한감바스를 하이라이트에 끓이면서 먹는 게 너무 맛있다.
(지글지글 감바스)
새우 20마리, 만 오천 원, 관자, 구천원 브로콜리, 이천원 새송이버섯, 이천 원 양송이버섯, 이천 원 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해봐야 삼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