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가 젤 신중할 때?

여행 짐 쌀 때!

by 이작가야

''이거, 초과되겠는데?''

''그래? 어쩌지?''

''뭘 빼야지...''


처음 해외여행을 갈 때는 마음만 앞서 한살림 차릴 듯 짐을 싼다. 5박 6일 여행인데도 옷은 10박을 해도 충분할 정도다. 신발, 모자, 선글라스도 두세 개를 싼다.

햇반, 컵라면은 기본에 장조림, 깻잎, 김 등 밑반찬도 챙긴다.

위탁 수화물 무게 제한이 있으니 가져갈 품목에서 포기할 것들을 선별해야 한다.


''음... 내 옷을 뺄게.''

''이번엔 삼각대도 가져가니 사진도 잘 나올 텐데 괜찮겠어?''


집사님(남편: 뭐든 다해주는 집사)과 나는 둘 다 키가 작다.

키가 작으니 팔도 짧다. 둘이 여행을 가니 독사진이 아니면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는다.


''아니 쬠만 더 뻗어봐. 다 뻗은겨?''


웃프다. 최대한 다 뻗은 거다. 둘 다 얼굴만 크게 나오고 포즈도 다 똑같기에 집사님이 야심 차게 삼각대 겸용 셀카봉을 준비했단다.






캐나다 가족여행을 한 달 정도 한 적이 있다. 여름이었지만 서부에서 동부로 대륙 횡단하는 여행이어서 날씨가 다 다르다. 여행할 때 나는 뼛속까지 가이드로 변신한다.

고객만족 백 프로를 위한 맞춤 서비스 완비.

남편과 아들 입을 옷을 갖가지 챙기고 나는 기본만 준비한다

캐나다 한 달 여행 사진에 내의상은 몇 벌 안된다.


5박, 6박 여행? 쳇! 심지어 한벌 이어도 노프라블람이다.

여행이 뭔데?

즐거우려고 가는 거지, 사진 찍으러 가는 게 아니니...

집사님은 여행 중엔 철저하게 가이드 말을 준수한다.


첫 번째로, 트렁크에서 옷들이 어깨가 축 늘어져 나온다.


''다시 재보셔.''


조심조심 트렁크를 들고 저울에 올라가는 집사님, 살얼음판 위를 밟듯 세상 신중하다.


''흠... 그래도 넘는데?''

'' 그럼 난 운동화만 신고 가야겠다. 혹시 몇 번은 구두를 신을까 했는데... 구두도 빼지모, 굽이 있어서 무거워, 자리만 차지하고.''



두 번째로, 트렁크에서 구두가 힘없이 걸어 나온다.




( Sweden in summer)



구두를 뺀 거로는 택도 없다.

집사님과 나는 햇반을 쫘본다.

출출할 때 따끈따끈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쌀밥, 햇반에 참기름 좌르르 발린, 짭조름한 조미김...

침이 꼴깍!


침 꼴깍 한번 하고 맘을 접는다.


''햇반을 뺄까?.''

''그래... 해외 나가면 현지식을 먹어야지.''

'' 그렇지? 햇반 가져감 매번 남겨오잖아.''


세상에나 이렇게 맘이 착착 맞을 수가... 햇반은 꼭 가져가야 한다던 가이드는 훌러덩 말을 바꾸고, 집사님은 가이드의 말에 백퍼 순종한다.


세 번째로 트렁크에서 햇반이 끌려 나온다.


햇반이 끌려 나오니 장조림, 깻잎, 김도 같이 따라 나온다.

얼추 될 것 같다. 집사님이 다시 한번 살얼음판 걷듯, 다시 저울에 올라간다.


''이제 됐네!''

''에구 애쓰셔쓔.''


신중이 낳은 결과다.






트렁크에서 옷가지, 구두, 햇반 등이 끌려 나오도록, 눈 하나 깜짝 않고 기고만장한 녀석들이 있다. 집사님과 나는 하나가 되어 신중에 신중을 기해 그 녀석들을 감싸준다.



뭐를?

술!!!


우리 부부는 둘 다 소주파다.

것도 '참이슬 프레시'바라기다.

여행을 갈 때는 앙증맞은 '참이슬 페트 200ml'를 데리고 간다. 짐을 쌀 때마다 신중하게 트렁크 무게를 몇 번이고 재면서도, 녀석들은 단 한번도 끌려 나온 적이 없다. 끌려 나오기는커녕 특별대우를 받는다.


'어떻게?'

집사님은 참이슬 좌석을 늘 '비즈니스 클래스'로 티켓팅 한다. 비즈니스 클래스니, 트렁크 탑승도 1번이다.



(가끔은 쉬어가도 괜찮아)


참이슬 공수과정은 이랬다.

여행 전에 장을 보러 마트에가서,

앙증맞은 녀석들이 있는 주류 코너로 간다.

그런데 예상치 않은 일이...


''관광 소주가 종류가 많아요? 파란색을 사 오라던데,

도통 모르겠네...''


아주머니 한 분이 마트 직원에게 질문을 하면서 혼잣말을 하신다.


''고객님, 소주페트는 거기 있는 게 전부입니다. 확인하시고 구매하십시오.''


'! 저게 전부라고? 참이슬 프레시는 한 박스뿐인 것 같은데?

얼른 먼저 집어야 해.'

키도 작으니 당연히 팔도 짧다. 그 짧은 팔이 어느새 서장훈 팔이 돼서 참이슬 프레시 박스 양쪽을 야무지게 휘어잡는다.


'휴우~~~ 큰일 날 뻔했네. 잘했어. 굿잡 굿잡. 이렇게 내 팔이 신통할 수가!'


아마도 그 아주머니는 술 심부름을 온 것이고 술을 안 드시는 분이며 더구나 술 종류는 절대 알리가 없는 분인듯 하다.

도둑질을 한 것도 아닌데 카트에 참이슬을 담자마자 줄행랑을 치듯 내뺀다. 그리고 뒤통수에 아련하게 들리는 소리..


''아니~~~ 분명히 한 박스 있었는데 내가 전화하는 사이에 누가 사갔놔봐... ''


서장훈 팔이 됐던 내 팔, 신통한 거 맞다.






명품가방을 손에 거머쥔 양 신이 난다. 결혼한 지 30여년 동안 혼자 장을 보러 간 건 다섯 번도 안될법한데 이날이 그중에 꼽힌다. 게다가 못 살뻔한 참이슬을 거머쥐고 왔으니 어깨가 하늘에 붙어있다.


''하마터면 못 살 뻔했어. 다행히 술을 모르는 아주머니가 술 심부름을 왔지 모야~~~ 아들인지 남편인지 전화를 걸더라고. . . 매장이 시끄러우니 한 구석에 가셔서 빨간 거 파란 거 이름이 모냐고 묻는 사이에 잽싸게 카트에 담았지.

근깡 '처음처럼'인지 '참이슬'인지 이름을 모르시는 거 같았어. 얼마나 다행이야. 술 못 먹는 사람이 또 그렇게 이뻐 보이기는 첨일세.''


홍 집사는 내가 무거운 짐을 든다거나 힘을 쓰는 일은 1도 안 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당연히 참이슬 한박스를 낚아채는 괴력의 기저가 '이슬 사랑의 힘'이라는 것은 더 잘알고 있다.






여행은 자체가 즐겁다. 특히 우리 부부는 자연을 만끽하는 여행을 좋아한다. 모친을 닮아 물을 좋아하는 나는 호수, 연못, 강, 계곡, 바다를 사랑한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길은 물 따라가는 길이다.

칙칙폭폭 기차를 타고 해안길을 따라 바다를 감상한다. 바다에 반사된 햇빛이 차창으로 비칠 때,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다.

아름답다...


산과 바다를 보고, 나무와 꽃을 보며 마음이 한없이 착해진다. 자연의 힘이겠지...


여행의 시작은 조식이다.

맛난 조식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만든다.

건강한 에너지로 총총 총총 여행을 즐긴다.

하루 종일 눈을 즐겁게 했는데,

한잔 곁들인 저녁 만찬이 기다리고 있으니,

여행이 즐겁다.

그리고

진짜 하이라이트 피날레!

'뒤풀이'가 남아있다.



(shodoshima island)


숙소로 돌아와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피곤했던 발도 조물조물 달래주고 한 숨 돌릴 때 기분이 최고다.

머릿속엔 뒤풀이 상이 벌써 세팅 완료다.

비즈니스 클래스에 있던 참이슬은 경우도 밝다.

총애받은 보답으로 냉장고에서 냉찜질 중이다.


손자국이 나게 냉장이 된 참이슬,

배가 부르니 소화도 될 겸 마른안주,

그리고...

집사님과의 토크 배틀!


''오늘 낮에 그 버스 놓쳤음 어쩔 뻔했어.

아우... 다리가 쪼끔만 더 길었음 얼마나 좋아~~~''

''아냐 딱 좋아. 빨리 뛰면 되쥐.''

''그르지?''


'키 큰사람들이 들음 얼마나 웃길까'하면서 키득키득 소주잔을 기울인다.

최고의 뒤풀이다.

그 뒤풀이에 항상 '참이슬'이

함께한다.


''해외 나옴 다 애국자가 된다자나. 그래서 그런가, '참이슬'은 밖에 나오면 더 빛이나.''

''근깡, 집사님 '비즈니스 클래스' 배정이 신의 한수!

짠 짠 ~~~캬! ''


우리 여행의 뒤풀이, 소박하지만...

우리에겐 늘 유쾌한 추억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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