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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Dec 14. 2020

 인격? ​

아주 서서히 쌓이지만... 무너지는 건 한 방!

인격
Character builds slowly, but it can be torn down with incredible swiftness.

인격은 아주 서서히 쌓이지만 놀라운 속도로 무너져 내릴 수 있다.
-페이스 볼드윈 Faith Baldwin-


인격의 개념은 라틴어 페르소나(persona)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페르소나는 연극에서 배우가 쓰는 가면을 상징하는데 구체적으로 사회적 신분, 지위 등을 나타낸다.

인격과 가면이라... 간혹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런 짓을 하지?'라는 말을 한다. 어떤 탈이 인간의 탈일까. 느낌적으로 인간의 탈과 인격이 상통한다. '어떻게 저런 짓을 하지'란 말은 그렇게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라는 뜻이다. 인간이라면 해서는 안될 짓. 


나이가 들면서 나잇값을 해야 하듯이 인격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면서 인격도 그 값을 제대로 해야 한다. 곱게 늙느냐 추하게 늙느냐, 사람 됨됨이가 됐냐 안됐냐는 말들은 그 사람의 '인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인격은 나이, 외모, 직업, 돈, 학력과 1도 관계가 없다.


사람의 인격은 먼저 말에서부터, 다음에는 행실에서 드러난다.
-메난드로스-


말과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의 인격이 보인다.

어느 날 평소에 잘 가던 동태탕 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올 들어 가장 추웠던 날이었는데 식당 문이 열려있다. 이유를 물어보니 코로나 때문에 환기를 시켜야 해서 문을 열어놓아야 한단다. 그런 줄 모르고 문 바로 맞은편에 앉았더니 찬기운이 얼굴까지 느껴진다. 벗었던 겉 잠바를 다시 입는 나를 보고는 직원이 내가 앉은자리 바로 위에 있는 온풍기를 켜 준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장사도 안되는데 추운 날씨에 문은 열어놔야 하고 손님은 바들바들 떨고 앉아있으니 난방비가 많이 나와도 온풍기를 킬 수밖에 없단다. 직원은 내게 하소연을 한 게 아니고 문을 닫아야 하나 그리못하니  온풍기라도 켜드린다는 표현을 그리 한 것이다. '난방비가 많이 나오지만 죄송해서 온풍기를 켠다'는 뜻으로 나는 받아들였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나는, '켜지 마시라고 동태탕 먹음 추운 줄 모른다'며 재차 괜찮다고 한다. 식당이나 손님이나 쌍방이 코로나의 피해자임을 묵시적으로 인정하면서 서로를 다독거리며 이해하려는 분위기에 추웠던 몸이 따뜻해지고 있는 찰나였다. 그때 또 다른 일행이 식당에 들어온다.



(365매일읽는긍정의한줄,린다피콘:책이있는풍경)



중년 남자 둘, 여자 한 사람 모두 세 사람이 들어왔다. 세명중 남자 한 사람의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그들의 나이, 무슨 일을 하는지 화제가 무엇인지 본의 아니게 다 알게 되었다. 목소리 제일 큰 남자가 우렁차게 묻는다.

"여기는 동태 지리는 없습니까"

"네, 저희는 지리는 없어요."



(동태알 곤이)




동태탕 전문집이라 식사메뉴는 '동태 애탕', '동태 머리 애탕' 두 가지뿐이다. 누가 봐도 동태 지리탕은 없는데도 꼭 없는 메뉴를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세 사람은 소주한 병과 '동태 애탕'을 주문한다. 식사도 하기 전에 소주를 한잔씩 건배를 하더니 한 남자가 '김 씨'라는 사람을 도마 위에 턱 올려놓는다. 그러자 목소리 제일 큰 사람이 군침을 흘리며 도마 위 '김 씨'를 쪼아 본다.  두 남자가 입을모아'김 씨' 생선을 대충 손질하더니 슬슬 욕지거리로 양념을 시작한다. 제일 재밌는 게 싸움 구경, 뒷담 이라더니 휴대폰만 하던 여자마저 젓가락 들고 '김 씨'생선에 관심을 보인다.


'김 씨'가 왜 도마 위에 올라온지는 내막을 모르니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우리 쪽까지 들리는 내용의 대부분은, 그들의 말에 의하면 김씨는 '싸가지 없는 새끼'였다. 어째서 싸가지 없고 저째서 싸가지 없고... 싸가지가 있던 없던 나랑은 무관한 얘기다. 다만 그들의 목소리가 동태탕 집 천정을 치고 식당 전체에 울리고 있다는 사실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손님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했고, 저 구석에 앉은 사람은 엉덩이를 들고 목을 기린처럼 빼며 목소리 주인공 얼굴을 째려본다

착한 집사님은 내 눈치를 슬슬 보며 내가 좋아하는 동태 알을 건져 준다. 동태 알에 집중하라는 싸인이다.




(동태알)



동태 알에 집중한다. 별사람 다 있으니 뭐, 얼른 맛있게 먹고 나가면 된다 했다. 그런데 갑자기 큰 항아리 깨지는 소리에 식당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 화들짝 놀란다.


"아줌마!!!!!!!!"

곱게 치마를 입고 머리에 두건을  깔끔하게 두른 주인장이 놀라, 화통 삶아먹은 남자를 쳐다보며 대답도 하기 전에 화통 아저씨가 한소리 더 한다.

"아니 이거 왜 이렇게 매워!"

주인이 테이블로 쫓아간다.

"저희는 이게 보통맛인데요. 더 맵게 해 달라는 분도 계시고요."

"아니, 그럼 처음부터 당신이 물어봤어야 할 것 아냐! 이게 사람 먹는 거야! 동태탕 먹다 매워 죽 거 써"


젠장, 지금 동태탕 먹고 있는 사람들이 졸지에 한 순간에 사람이 아닌 꼴이 됐다. 당황한 주인은 어쩔 줄 모르고 손님들은 당황한 주인 보기가 상당히 민망하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그 남자를 째려보는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갑자기 화통 아저씨가 꼬리를 살짝 내린다.


"아니... 마, 맛은 있는데 맵다구!"

"네~~~ 다음엔 꼭 미리 말씀해주세요. 최대한 안 맵게 해 볼게요."






카운터로 돌아온 주인이 직원에게 속삭인다. 우리 자리는 바로 카운터 옆이어서 속삭이는 소리까지 들린다. 주인은 속삭였지만 내 귀엔 화통 아저씨 말보다 더 크게 들렸다. 그 말이 너무 예뻐서...

"그래도 맛있다고 하시니 그거로 위안을 삼자. 다행이지..."


동태탕 맛도 한결같지만 주인의 친절함도 한결같기에 단골로 가는 집인데 그날은 주인장의 얼굴이 다시 보였다. 나라면 속으로라도 개 욕을 했을 텐데 말이다.


계속해서 세 사람이 '김 씨'를 물어뜯는다. 이번에는 인신공격이다.

"아니 그 자식 마누라도 두 번째라며?"

"글쎄, 그렇다네. 어디서 만났다더라?"


아우 아우~~~ 이 냥반들 증말... 내 눈꼬리가 점점 올라가자 집사님이 바빠진다.

"두부 먹어봐, 국물 더 주까 "

"아니 국물 먹음 술땡길것 같아 ㅋㅋㅋ"


세냥반이 식사를 드디어 끝냈다. 요란하게 일어나서는 화통 아저씨가 나가면서 다시 한번 쐐기를 박는다.

"매워서 겨우 먹었네! 무슨 동태탕이 이렇게 매워 에잇!"


주인장은 획 나가버리는 화통 아저씨 뒤통수에 대고 인사를 잊지 않는다.

"감사합니다~''






간을 내놓고 나와야 장사를 한다니 주인장이  간을 내놓고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주인장의 대응은 분명히 그녀의 점잖은 인격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자꾸만 주인장 얼굴을 보게 된다. 그날은 여러번 보았다. 너무 예뻐보여서...


다시는 한 지붕 아래에서 같은 손님으로 만나고 싶지 않은 화통 아저씨의 얼굴은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이미 그의 인격의 얼굴을 충분히 봤으니 말이다.


식당 주인에게 함부로 내뱉는 반말, 무례한 태도는 화통 아저씨가 식당을 들어서기 전까지 어찌 살았는지를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아니 설령 그전까지는 하늘 같은 인격을 갖춘 사람이었다 할 지라도 식당에서의 말 한마디와 행동으로 그의 인격은 바닥까지 내려갔다. 한 순 간에...


인격을 갖추기에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서서히 잘 쌓아놓은 인격은 안타깝게도 놀라운 속도로 한 방에 무너져 내린 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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