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작가야 Dec 26. 2020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수 있다

아니~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져 봐야 한다!

ㅡ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ㅡ

실수한다고 나쁜 건 아니야
If I had my life to live again, I'd make the same mistake, only sooner.

다시 인생을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되 좀 더 일찍 저지를 것이다.
ㅡ탈룰라 뱅크헤드 Tallulah Bankheadㅡ


가르치는 일을 오래 하다 보니 나 스스로가 '실수'를 하지 않으려 하는 게 습관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래된 습관이 몸에 배니 나도 모르는 성격의 일부도 실수하지 않으려는 꼼꼼함, 완벽함의 냄새가 날 수 도있고 말이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성격이 바뀌고 성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
-윌리엄 제임스 (Wiliiam James)-


뭐든 안 하면 안 했지 하면 잘하고 열심히 하는 캐릭터인 나는 특히 좋아하는 일은 지나치리만치 열정적이다. 영어는 좋아해서 잘했고 잘하니 선생이 됐을 것이고 가르치는 일을 잘하니 가르치며 내내 즐겼던 일 중에 하나다. 하지만 직업이라는 틀은 좋아서 하면 축복이지만 죽을 만큼 하기 싫을 때도 해야 하는 아쉬움은 분명히 있다.



(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린다 피콘:책이 있는 풍경)


취미가 주는 자유가 바로 아쉬움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니 그냥 좋다. 더 하지 못해서 마음껏 못해서 아쉬움이 있을 망정 부정의 아쉬움은 1도 없다. 돈을 버는 '일'이 아닌 돈을 쓰는 '취미'중 내가 좋아하는 최고의 것은 여행이다. 집사님이 퇴직을 하기 전에는 주로 몇 번의 가족여행 말고는 국내여행을 갔다. 퇴직 후에는 내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둘 다 시간을 평일에 만들 수 있으면 좀 더 경제적으로 여행을 할 수 있으니 해외여행을 가자고 말이다. 그렇게 우린 가능한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여행을 다녔고 여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플랜은 내 몫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플랜을 짜면 여행 전날 짐을 싸는 것부터 여권 등 중요한 챙길 것들은 집사님 일이다. 나는 거의 프로 여행 플래너이자 가이드이고 집사님은 모든 비용을 책임지는 고객이자 동반자다.


여행지와 날짜를 정하고 호텔을 예약하고 여행플랜도 구체적으로 맛집 검색까지 해 둔다. 현지에서 알아보는 경우도 많지만 출국 전 미리 체크 완료한다. 고객님에게는 출국 전에 브리핑을 한다. 보안 문제도 신경 써야 하고 경험이 없는 처음엔 가까운 일본 대도시부터 시작했다. 물론 오래전에 인척이 일본에 살고 있어서 아이가 어릴 때 한 번 가봤지만 자유여행은 가본 적이 없었다. 시작이 어렵지 한 번 가보고, 두 번, 세 번... 가보니 일도 아니다.


하기야 인터넷도 원활하지 않던 시절 1999년? 에 캐나다로 가족여행을 간 적이 있다. 그때도 내가 가이드였다. 어린 아들과 큰아들 (남편) 두 사람을 케어했다. 한 달 자유여행이었는데 한 달 동안의 숙소를 한국에서 다 예약을 하고 출발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다는 캐나다 땅을 서부에서 동부까지 여행을 했다. 그러니 일본 정도는 그야말로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일이었고, 두 번의 북유럽 자유여행까지 하면서 가이드의 역량은 커져만 가고 고객에게 더 비싼 몸값을 부르며 어깨는 이미 하늘까지 붙어있다.


하지만 하늘까지 어깨가 붙기까지의 과정에 꼭 꼽사리 껴있는 녀석이 있다.


실수!


캐나다 어딘가? 숙소에 체크인 시간이 넘어 도착을 해서 때아닌 차박을 한 적이 있다. 일본의 어느 소도시에서는 카드가 통용이 안 되는 곳이 많았다. 관광지에 있는 유명 음식점이라 생각도 못한 채  온갖 폼을 다 잡고 메뉴를 시켰는데 뭔가 느낌이 좋지 않다. 역시 현금만 받는단다. 민망함을 뒤로하고 '스미마생'을 연발하며 뒷걸음쳐 나와 밥을 쫄쫄 굶고 은행을 찾아 헤맨 적도 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수 있다.


하늘까지 붙어있던 이 가이드의 어깨는 하늘에만 있지 않았다. 예기치 않은 실수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실수를 해보면 나름 얻는 게 있다. 경험이다. 호텔 체크인 시간을 더 꼼꼼히 챙기게 되고 여행지의 환경도 다시 점검하게 된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물론 큰 깨달음이 절대 실수를 하지 않음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다만 어쩔 수 없는 실수를 또 한다면 그 실수를 통해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그릇은 준비해 놓은 셈이다. 실수한다고 반드시 나쁜 건 아니란 말이다.

실수가 두려워 무언가를 하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다만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수 있다?

아니,

원숭이도 반드시 나무에서 떨어져 봐야 한다.

단! 포식자가 없나~~주위를 잘 살피면서 !

내 생각은 그렇다!



매거진의 이전글 친할수록 더 조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