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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Dec 28. 2020

 친할수록 더 조심!

친하다는 이유로 함부로 해서는 ~~~

ㅡ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줄ㅡ

친할수록 더 조심하라
The easiest kind of relationship is with ten thousand people, the hardest is with one.

가장 쉬운 관계는 만 명과 맺는 것이며,
가장 어려운 관계는 단 한 명과 맺는 것이다.
ㅡ조안 배즈 Joan Baezㅡ


코로나가 쳐들어온 징글징글한 2020년이 4일도 남지 않았다. 뉴스에서 요양병원 소식이 들린다. 가족면회도 자유롭지 못하니 자식을 보고 싶은 부모님은 그리움에 지치고 자식들은 애가 타서 발만 동동구를 뿐이다. 사랑하는 나의 엄마는 5년 전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셨다. 요양병원 신세를 지기 전이던 후이던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최선을 다했음에 자신이 없다.


삼 남매 중 내가 그나마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형편이 좀 나은 덕에 가장 많은 시간을 엄마와 함께 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언니는 큰딸이라 듬직하고 남동생은 말수 적은 아들이고 나는 엄마 턱에 얼굴을 들이대고 쉬지 않고 종알거리는 딸이었다. 엄마랑 제일 많이 붙어있는 딸이다 보니 잘한 것만큼 못한 것도 많다는 말이다.

 

며칠 전 언니랑 통화 중 이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엄마 말이야~ 얼마나 다행이야! 코로나 꼴을 보았음 아마 화병으로 돌아가셨을 거야. 진즉 돌아가신 게 얼마나 감사한지... 에휴ㅠ 돌아가심을 감사하다고 하다니, 세상이 미친 건 맞아 그치?"

"그러게 말이야! 엄마 승질에 '왜 안 오냐, 왜 못 오냐, 기다리다 지쳐 죽게 생겼다!' 했을 테니 말이야. 나는 또 얼마나 엄마한테 난리를 폈을 테고!"


맞다. 나는 엄마한테 난리를 폈을 게다. '엄마만 병원에 있는 거 아니니 유난 떠시지 말아라, 난들 안 오고 싶겠냐, 생떼 쓰면 아니 된다, 이럴 때일수록 병원 안에서 더 잘하셔야 한다, 간병인들하고 잘 지내셔라, 옆에 할머니들하고도 더 잘 지내시고, 엄마 혼자 TV 리모컨 쥐고 있지 마시고, 어쩌고저쩌고...' 잔소리 난리 바가지를 긁어댔을 게다. 언니 말대로 엄마가 코로나 전에 돌아가신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365매일읽는긍정의한줄,린다피콘:책이있는풍경)



엄마가 돌아가신 후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 생각을 안 하려고 애를 쓴다. 돌아가신 직후는 너무나 슬퍼서 울었다. 그냥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슬픔이 작아진다. 아주 오래전 돌아가신 아빠를 생각해도 눈물이 나지 않듯 세월 속에 엄마를 잃은 슬픔도 무덤덤 해지나 보다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남동생 집에 김치를 갖다 주러 간 어느 날 문을 열자마자 나를 보고 있는 엄마 사진을 보자 어느새 코가 시큰해졌다. 나도 모르게 사진에서 눈을 돌렸다. 계속 보고 있으면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없을 것 같았다.



(남천 나무)


내가 엄마 생각을 안 하려는 이유는 내 맘 편하기 위함이었다. 엄마 생각을 하면 살아생전에 내가 못한 것만 생각이 나서 맘이 너무 시려온다. 어릴 때는 학교에서 실컷 잘 놀고는 뭐가 꼬락서니가 났는지 괜한 엄마에게 승질을 부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는 밖에서 짜증 난 일을 집 문을 열자마자 엄마한테 풀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더니 당연한 듯 엄마에게 아이를 맡긴다. 애 봐준 공은 없다고 아이 이마에 보이지도 않는 생채기를 보고는 '애를 어떻게 본 거냐' 고 지 새끼 이마만 호호 불고 엄마 가슴에 못을 박는다. 세상에서 내 맘을 제일 잘 알아주는 엄마이기에 내가 어떻게 해도 엄마는 받아주기에 내 멋대로 해댄 게다.


세상에서 나는 어떤가. 성격 좋고 유머 있고 배려심 많고 어쩌고 저쩌고 칭찬 방석에 앉아있다. 누가 그렇게 칭찬을 할까? 답은 간단하다.

나와 거리가 가장 먼 사람들이다. 거리가 멀면 멀수록 나를 칭찬하며 거리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칭찬은 줄어든다. 이유 또한 간단하다. 나와 거리가 먼 사람들은 엄마가 알고 있는 나의 단점과 약점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엄마는 자식의 단점과 약점을 알면서도 무한 사랑을 보내는 존재다. 어떤 일이 있어도 엄마는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엄마가 돌아가시는 날까지 나는 엄마에게 함부로 했을지도 모른다.


엄마 다음으로 내가 함부로 한 사람은 나의 언니, 남동생... 지금 나와 한 집에서 사는 집사님, 나의 남편... 그러고 보니 가족들이다. 가깝다는 이유, 나의 단점과 약점을 다 알고 있지만 나를 사랑해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 나는 가장 많은 상처를 줬을지도 모른다. 친할수록 조심하라는 말을 알면서도 막상 지키기는 왜 그렇게 어려운지...


긍정의 한 줄 리뷰를 쓰면서 나의 치부를 보게 됨이 달갑지 않을 때가 너무나 많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라도 나를 돌아볼 수 있음이 감사하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조금 철이 들었는지 언니에게도 좀 더 따뜻한 동생으로, 남동생에게도 좀 더 착한 누나가 되려고 노력 중이다. 그리고...


나를 매일 웃겨주고 손 많이 간다고 꿍시렁꿍시렁 하면서도 정말 손 많이 봐주는 나의 집사님에게도 좀 더 착한쥔님이 되도록...




가장 쉬운 관계는 만 명과 맺는 것이며,

가장 어려운 관계는 단 한 명과 맺는 것이라니...


한 해를 보내며 사랑하는 가족들, 친한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그리고 그들이야 말로 내가 제일 조심스럽게 대해야 할 사람임을 그리고 감사해야 할 사람임을 마음에 새겨본다.



글을 쓰고 있는데 집사님이 뭐라 뭐라 한다. 나는 '잘 안들린다'면서 괜한 말을 툭 던진다.

"여보슈, 금방 뭐라 하셨수? 친할수록 조심 좀 합시다. 쫌!"

집사님이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아니 친한 사람한테나 할 말을, 우리가 친한 사이유?"

"에라잇 ㅋ조심 할 수가 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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