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채널 다이아, 재부팅 양준일, '양준일의 여섯 번 째 TEA-TIME'의 키워드는 '영화' 곁들일 '차'는 '천량차'이다. 차의 이름이 특이하다. 차 전문가와 양준일이 이야기의 문을 연다.
양준일: 오늘은 차 이름이 발음하기가 조금 힘들더라구요.
전문가: 네 그렇죠... 한 량, 두 량, 세 량... 천량차에요.
천량차는 6대 다류중에 가장 높은 '후 발효차'에 속하는 흑차의 한 종류라서 적어도 10년 이상은 발효돼야 마실 수 있다고 한다.
천량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건장한 남자가 6~8명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유는 찻잎에 수증기를 쐬어 틀에 넣고 밟아서 단단하게 압축을 해야 하고 천량차의 무게가 36.5kg 정도나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천량차의 효능
양준일: 오늘의 키워드가 '영화'인데 '천량차'와 연결점은 요?
전문가: 영화 속의 '차'이야기를 준비해 봤거든요. '적벽대전'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 '조조'와 '소교'(적장의 아내)가 있거든요... 조조가 어릴 때부터 남의 아내를 사랑했어요.
'소교'는 '조조'를 찾아가서 차를 우려 주는 데 이는 '차를 마시는 동안 시간을 벌어서 불로 싸우는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바람의 방향을 바꾸기 위함'이었다. 결국 조조는 이 전쟁에서 패하게 된다는 이야기의 영화, 적벽대전이다.
양준일: 남의 부인이 적이네요.
전문가: 그렇죠. 그래서 차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역사와 전통 그리고 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가장 우아한 마실거리'라고 할 수 있죠.
한참 우아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고, 전문가가 차를 우려낼 준비를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양준일이 훅 들어온다.
양준일: 그... 귀파개는 왜 가져오신 거예요.
전문가가 빵 터진다.
찻잎을 꺼낼 때 쓰는 '다와'라는 것을 '귀파개'로 봤으니ㅋㅋㅋ 역시 양준일의 엉뚱함은...
흑차는 오랜 세월이 걸려 만들어진 만큼 먼지가 붙을 수도 있고 해서 차를 우릴 때 가장 중요한 일은 '세차'라고 한다. 세차를 해 줌으로써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차를 '깨워주는 의미'도 있다고 하니 흥미롭다. 세차를 하면서 흐르는 물소리가 너무 예쁘다.
흑차에 있는 성분 중에 갈산이라는 성분이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고 하자 양준일이 바로 '아~ 한잔 더 주세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발효가 된 차는 세월이 변할수록 맛도 그윽하고 깊은 맛으로 변한다고 한다.
양준일의 TEA-TIME TALK
Q: 한때 영화에 빠졌던 이유?
내가 이 세상에서 존재하기가 너무 힘든 거예요. 내가 여기서 벗어나야 되는... 그게 나한테 꼭 필요했어요.
제가 영화를 좋아했던 것은... 두 시간 동안 영화를 보면서 다른 세상에 들어가서, '거기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었어요. 내가 영화에서 나온 다음 그것이 거짓말일 수도 있다... 내가 미쳤었을 수도 있겠지만 나한테는 가짜 희망 (false hope)이라도 잡지 않는 이상 아무 희망이 없는 것보다는... 가짜 희망이라도 잡아야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Q: '진리를 찾게 되면서 영화 스토리가 와 닿지 않는다'는 의미는?
영화가 끝나면 그냥 판타지로 끝나는 것뿐이고 생활로 다시 돌아와야 하잖아요. 근데... 진리를 찾는 것은 내가 그 세상에 들어가서 영원히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게 좋았었어요. 영화는 시간을 보내기에는 참 재밌는 것이지만 나는 나를 재밌게 해주는 게 필요했었던 게 아니었었고... 제가 영어로 설명을 해 볼게요.
'Entertaining '한 것은 누가 날 재밌게 해주는 것이고 'Fun'은 내가 하는 게 재밌는 거예요. 그러니까 내가 필요했었던 것은 '내가 하는 것'이 필요했던 거예요. 내가 참여하고 내가 받아들이고 내가 존재하고... 그런 거였어요.
Q: 지금은 어떤 식으로 영화를 보는지?
처음에는 영화를 볼 때 그냥 즐기면서 봐요. 근데 철학(philosophy)을 접할 때에 '이게 무슨 뜻이지'하면서 그것을 내가 소화하려고 하면 그런 장면들이 내게 와서 '이게 이런 거하고 연결이 되어있었던 감독의 뜻이 있었나?' 그런 게 이제 남는 거죠. 보통 저는 한 장면 같은 것을 기억을 해요. '캐리비언의 해적'... 거기에 조니 뎁이 나오잖아요. 조니 뎁이 나오는 데 컴퍼스를 가지고 다녀요... 캡틴 잭 스페로우가 그 컴퍼스를 열면 그 컴퍼스가 북을 향해서 가리키지 않고... 얘가 원하는 곳을 가리켜요. 그래서 '내가 원하는 데가 어디로 가야 하지?' 그러면 '저리로! 오케이!' 하면 가는 거예요. 근데 하루는... 그걸 딱 열었는데 뱅글뱅글 도는 거예요.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이 '고장 났어? 왜 이래?' 이러니까... '아니 그게 아니고 내 마음이 헷갈려서 그래...'
(사진:pixabay)
우리도 마음속에 컴퍼스가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이게 뱅글뱅글 돌기 시작하면 아무리 빠른 차를 타고 가도 뱅글뱅글 돌면 그 자리예요. 근데 방향만 잡을 수 있으면... 걸어가도 도착할 수밖에 없거든요? 제가 필요한 게 그거였었어요. 내가 가야 할 방향! 이게 그냥 스쳐가는 장면이었었는데 이제 내가 이런 것을 깨닫고 있으니까 그 장면이 다시 내 머릿속에 와서 박히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철학, 그것을 어떻게 설명을 하면 쉽게 설명할까'라고 생각할 때에 하나의 영화? 아니면 장면?,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그 공통점을 찾아서 그것을 연결시키면 그것을 표현하기가 좀 쉬워지는 것 같아요.
사랑하는 여인이 권하는 차한잔을 마다하지 못하고 전쟁의 참패를 면치 못하게 된 조조의 이야기로 '차'의 깊이가 느껴짐이 좋다. 영화의 한 장면에 나왔던 '컴퍼스'를 통해 삶의 방향을 깨달았다는 양준일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진다.
'양준일의 TEA-TIME '...차 향이 느껴진다.
내 마음속에 컴퍼스는 매일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 어떤 일이던지 마음속의 컴퍼스의 방향대로 말이다. 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