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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Feb 06. 2021

(93:Feb,6) 사려 깊고 헌신적인...

사려와 헌신의 지존...

ㅡ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줄ㅡ

시내보다 강물이 될 때
Never doubt that a small group of thoughtful, committed citizens can change the world. Indeed it is the only thing that ever has.

사려 깊고 헌신적인 시민들로 이루어진 소그룹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결코
의심하지 마라. 세상은 이들에 의해 변화해 왔다.
-마거릿 미드 Margaret Mead-


시작이 반이라더니 긍정의 한 줄 리뷰가 벌써 오늘이 93번째 글이다. 내가 백퍼 긍정적인 캐릭터라면 아마도 이렇게 열심히 쓰게 되지 않았을 것도 같다. 우연히 읽게 된 몇 줄 안 되는 짧은 명언이 머리를 '탁'하고 칠 때도 있고 가슴이 '멍'해지는 감동을 줄 때도 있고 '너한테 하는 소리야'라며 '뜨끔'하게 한다. 그렇게 리뷰를 쓰게 된 것이 '21'일이 지나면 습관이 된다고 했던가? 이젠 습관이 되어 쓰게 된다.


리뷰를 쓰다가 간혹... 이건 딱히 백퍼 공감이 안 되는 걸? 하는 글이 있다. 맘에 없는 말을 둘러대는 캐릭터가 못되다 보니 그런 날은 억지로 쓰지 않는다. 대신 쓰고 싶은 글을 쓴다. 오늘이 그런 날 중 하나이다.


'사려 깊고 헌신적인 시민들로 이루어진 소그룹이 세상을 변화시켜왔고? 변화시키는가?'

뭐 다 그렇진 않다. 그래서 오늘의 리뷰는 패스... 그런데 '내 눈을 사로잡는 단어'는 패스할 수가 없다.


사려 깊고 헌신적인...




(365매일읽는긍정의한줄,린다피콘:책이있는풍경)


내 인생에서 '사려 깊은 인물 베스트 5위'안에 드는 인물, 돌아가신 '집사님의 어머님이자 나의 시어머님'이시다.


음... 어머님은 아이러니하게도 집사님의 형제들 (6남매)에 의하면 너무나 '사려 깊지 않으신 나의 시아버님' 때문에 그야말로 평생을 몸과 마음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셨다고 한다. 물론 전적으로 아버님 때문만은 아니지만 말이다.


물론 나의 시아버님은 세상에서 막내며느리인 나를 제일 이뻐하셨기에...

당신의 그 어느 자식보다도 더 이뻐하셨기에 나는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만, 암튼 어머님이 지독하게 고생을 하신 것에는 백퍼 동의한다.


시집살이를 지독하게 하셨거나 시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은 며느리인 입장에서는 이 글이 역겨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나의 시어머니는 결코 시어머니가 아니셨다. 오히려 며느리들에게 친정엄마보다 더 사려 깊은 어머니셨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머님, 이번엔 꼭 한번 저희 집에 좀 오셔요~~~"


어머니를 뵐 때마다 내가 한 말이다. 어머님은 대답만 '그래 가지...'하고 안 오신다.

이유는... '시어머니는 시어머니다. 내가 가면 며느리가 불편하지'라는...

더도 덜도 말고 딱 한 말씀이다. 초지일관 그 말씀으로 사라생전에 우리 집에 오셨던 적이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두 번 세 번? 이 다인 것 같다.


물론  그 대신 몇 시간이나 걸려 시골 어머님 댁에 가서 밥을 해드리는 건 힘든 일이었지만 말이다.






"어머님~~~ 어렵게 오셨으니까 며칠 쉬고 노시다 가셔요. 저희도 연휴니까 드리는 말씀이에요. 아셨죠?"

"그래... 그러마."


분명히 '그러마'라 하셨는데 하룻밤만 지나면 아침을 드시고는 주섬 주섬 짐을 싸신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서라도 끝내 가시고야 만다. 그러니까 내가 내 집에서 어머님께 밥을 해 드린 게 해봐야 대여섯 끼가 전부인 것 같다.


어렸을 때 엄마는 돈가스를 소스부터 만들어 주셨다. 결혼하기 전에는 밥도 안 해본 내가 결혼을 해서 엄마의 음식 솜씨를 기억해서 하나씩 둘 씩 만들어본다. 돈가스는 어깨너머로 자주 보았고 또 당시에 엄마가 살아계셨기에 전화로 확인도 한 터라 자신감 뿜뿜이었다.


어머님께 돈가스를 해 드려고 한다.

시골 깡촌 할머니가 처음 돈가스를 드신 날이다.


두텁게 썰은 돼지고기에 밑간을 하고 계란을 입히고 빵가루를 묻혀서 바삭하게 튀긴 후 한 번 더 튀긴다.

마가린을 녹여 밀가루를 볶다가... 수프를 만든다. 잘 튀겨진 고기 위에 만든 소스를 추르릅 얹는다. 수저가 아닌 나이프와 포크를 내놓는다.


어머님이 수프를 한 스푼 드신다.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고기를 썰어 맛을 보시라 드렸더니... 맛나게 드시고는 이러신다.


"야야~~ 이게 무슨 맛이고... 음... 여기가 천국일세!"

나를 이뻐하시는 아버님이 지지 발언을 하신다.

"암 암! 천국이고 말고! 쟈는 사람이 아니래! 천사래!"


아우 이거이... 이 민망한 상황을 어찌해야 하누... 옆에서 집사님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ㅋㅋㅋ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음 숨어버릴... 대략 난감이다.

"아우 아버님 또 멀리 가신다요~ 무슨 천사요 천사는 ㅋㅋㅋ 날개도 없잖아요!"


겨우 저 모양으로 둘러대고 배꼽을 잡고 웃은 기억이 정말 어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다.


'돈가스' 하나에 우리 집은 천국이 되었고 나는 졸지에 천사가 되었다.

사소한 며느리의 음식에 폭풍 감사와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 어머님.


더 놀라운 일은 나의 시어머님은 세상에서 내놓으라는 시집살이 베스트 아마도 1위는 될 정도의 시집살이를 하셨다는 사실이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눈물 나서ㅠㅠㅠ) 그러니 존경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사려 깊은 말과 행동의 지존을 보여주신 어머님...



(헌신ㅡ어머님)


어머님은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그렇게 병원에 가자고 해도 먹고살기 바쁜 자식들 생각해서 한 번을 병원을 안 가신 분... 죽을 것 같이 아프니 다들 내려오라고 전화 한번 안 하신 어머니...


어느 날 어머님 곁에 계신 집사님의 작은 형님에게서 기별이 왔다.

어머님이... '병원에 좀 데려가 달라'라고 하셨단다.


집사님과 나는 기별을 받고 곧바로 출발을 했다. 막내아들과 막내며느리는 가고 있는데...

어머님은 끝내 병원에서 돌아가셨다.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거꾸로 생각해보면...

'죽는 날까지 고통을 참으시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할 정도로 아픔을 통감하시고...

그러니까... 당신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정도로 아프셨던 게다...'


어떻게 그렇게 참으실 수가 있는가ㅠㅠㅠ


'시어머니는 시어머니다. 며느리한테 아무리 잘해줘도 며느리에겐 불편한 존재다'


자식 마음만 헤아리고 평생을 헌신으로 사셨던 어머니..

간혹 '욱'하고 불덩이가 올라올 때 어머님을 떠올리면 '욱'이 '우........ 휴~'하고 조금 진정이 된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사려와 헌신'에 관한 한 나의 시어머님을 뛰어넘을 자가 없다고...

사려와 헌신의 아이콘!

어머님^^


존경합니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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