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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Apr 12. 2021

튼튼한 가시만큼 묵직한 두릅향

봄을 맞은 나른한 몸과 마음을 깨우는 두릅전

"저게 두릅이야."

"우와~ 저 처음 봐요."

"가시가 있어서 내가 따야 해. 집에 따놓은 거 있으니까 데쳐줄께.

초장 찍어 먹으면 맛있어. 향도 좋구~"


친형님은 아니지만 형님이라 부르며 가족처럼 지내는 사이다.

강원도 주문진에서 펜션을 하시는데 봄이 되면 두릅을 따서 데쳐도 주시고

집에 갈 때 데친 걸 싸주시기도 한다.


다른 봄나물처럼 어릴 때 두릅을 본 적이 없다.

엄마가 해준 기억도 거의 없다.

아마도 한정식당 같은 곳에서 초장과 함께 찬으로 나온 것을 먹어본 기억이...

두릅에 대한 기억의 전부다.




주문진 형님 덕분에 해마다 두릅을 실컷 먹었다.

처음 먹었을 땐 쌉싸래한 맛이 쓴 거 같기도 하고 별맛을 몰랐다.

자꾸 먹어보니 그 맛을 알게 되었다.

두릅... 하면 저절로 그 진한 향이 떠오른다.


어찌어찌해서 주문진 가는 것도 몇 해 뜸했는데 코로나 19로 더 못 갔으니 주문진 형님 두릅 맛이 그립다.


봄철 나물의 제왕이라 그런지 두릅은 다른 나물에 비해 가격도 착하지 않다.

주문진 형님 두릅을 먹을 때는 그렇게 비싼지도 몰랐고 내가 본 건 데쳐진 두릅이었기에

힘들게 다듬고 데치고 하는 과정도 알지 못했다.


전화도 자주 해야 할 말이 있는데 너무 소원하니 내일은 해야지 해야지 하고 또 잊는다.

두릅을 본 김에 꼭 문자라도 안부를 전해야겠다.


두릅을 데쳐 초장에 찍어먹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전, 튀김, 무침 등 다양하게 조리할 수 있다.

두릅은 단백질이 많고 지방, 당질, 섬유질, 칼슘, 철분, 비타민과 사포닌 등이 들어 있어 혈당을 내리고

혈중 지질을 낮추어 당뇨병, 신장병, 위장병에도 좋다. 특히 혈당을 낮추는데 그만이라니 더 좋다.


오늘은 비도 오고하니...

집에 있는 야채를 곁들여 전을 부쳐본다.

아삭아삭 쌉싸래한 두릅전!

Gooooooooooooooooooooo!






ㅡ이작가야's 두릅전ㅡ

Yummy!

요리 준비!

재료
두릅-200g(손질 후)
양파-1개
당근-반개
청양고추-2개
홍고추-1개
대파-1대
부침가루-1컵
터어키 햄 -선택
계란-1개
소금-1큰술
식용유




Yummy!

요리 시작!

두릅은 밑동의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손질하고 나면 중량이 훅 줄어든다.


손질 전 두릅 자태!


밑동을 자를 때 가시에 찔리지 않게 조심조심 다듬는다.

(가시가 완전 날카로움)




다듬은 두릅을 살살 흔들면서 씻어 물기를 뺀다.


물에 소금을 한 꼬집 넣고 물이 끓으면 두릅을 데치는데 밑동 부분이 데치는 시간이 더 걸리니...

밑동 부분을 아래로 놓고 먼저 데친 후 (20초 정도) 몽땅 데치는 것이 포인트!

모두 1분20초 정도!


4월에 나는 연두색 나뭇잎 처럼 색깔이 너무 이쁘다!

빨강 노랑 부럽지 않은 연둣빛 화려한 자태~



데친 두릅을 찬물에 잠깐 담근 후 건져 물기를 쪽~




데친 두릅은 먹기좋은 크기로 송송!

보통 오징어등 해물을 함께 부치면 맛이 좋은데 집에 있는 터키햄이 남아 오징어 대신 쏙~

양파, 당근, 대파, 청양고추, 홍고추도 송송 따라 들어 갓!




계란을 톡!

갑자기 된장을 조금 넣고 싶은 생각이!

(두릅향을 진하게 느끼고 싶으면 넣지 않음!)



부침가루를 넣고 대충대충 버무려야 바삭바삭하며 물은 반죽을 해가며 최소한의 양만.

실제로 한 컵도 안 넣었음!



이래서 부쳐지겠나? 

싶을 정도로 물을 적게 넣어야 제맛!




이 달궈지면 불을 낮추고 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두릅 반죽을 넓게 편다.

기름을 아끼면 맛도 아껴진다는 사실 명심!

뒤집고 싶어도 꾹~~~ 참으면 지들끼리 붙고야 만다.

참아야 하느니라~~~




두릅 야채전 완성!

아휴 살짝 탔네ㅠㅠㅠ

이럴 땐?

작게 부치는 거지!



이렇게!



역쉬!

탈틈을 주면 안 돼!




조아 굿굿!





"어때 맛있지?"

"좀 짠데?"

먹어보니 짜다ㅠㅠㅠ

원인은?

된장!

아휴 시골된장이 너무 좋아 과하게 넣은... 에휴ㅠㅠㅠ

"수술해야지 뭐!"

수술 들어간다.

어떻게?

계란옷을 입혀 입혀!

이렇게~~~

(계란 두개 추가)




계란옷때문에 두릅이 안 보이네?

당연하지!

그러니까 옷이지 ㅋㅋㅋ

이제 간이 딱이다.




형님~

덕분에 그 싱싱한 두릅을 그렇게나 많이 잘 먹었네요.

그때는 몰랐지요.

가시가 그렇게 많아 다듬는 것도 일이고 데치는 건 기술인데...


암거도 모르고 넙죽넙죽 받아만 먹었네요.

다음엔 제가 가서 두릅전 맛있게 해 드릴게요.


오늘은 형님 생각이 많이 난다.

연둣빛 두릅처럼 순수하고 넉넉하고 속 깊은 형님.


항상

그때는 모를까...


그래도 다행이다.

이제라도 알게 됐으니

누군가의 따뜻한 정성을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을

누군가의 따뜻한 사랑을


그러니 감사하다.

음식은

사랑이고

감사함이다.


그래서

음식 이야기가

좋다.





ps: 비가 오네요...

    맛난 저녁 드시고 따뜻한 봄밤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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