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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Apr 14. 2021

삼겹살을 데친 미역에?

미역 비린내 1도 없는 상큼한 맛!

"언능 주문해야겠다! 매번 조기 품절되잖아."

백종원이 진행하는 '맛남의 광장'이라는 프로그램은 가격 폭락으로 폐기 위기에 직면한 농산, 수산, 축산물의

상황을 대중에게 알리고 동시에 실시간으로 요리법을 공개하면서 판매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을 생방으로 방영한다.


구매계획은 없었지만 막상 딱한 상황에 처한 농민, 어민들의 이야기를 접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돼지 뒷다리 부분이 팔리지 않아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백종원은 '햄'을 출시한 적이 있으나 역시 조기 품절되어 구입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역대급 가격 폭락으로 전량 폐기 위기에 직면한 부산 기장 미역의 사연을 공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급식이 중단되고 식당에 납품하는 양이 급격하게 줄어들게 되니 전국적으로 미역의 소비가 급감했고 제때 출하하지 못한 미역을 전량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다.





돼지 뒷다리, 가자미, 사과, 고구마 등 가리지 않고 위기에 처한 상황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취지에 백퍼 공감함은 물론 요리에 관심이 많기에 일부러는 아니어도 우연히 프로그램을 보게 되면 촉각을 곤두세우고 본다.


이번에는 생미역이라니...

영양면에서도 좋고 특히 당뇨 예방과 다이어트까지 도움이 되고 가격도 착하니 무조건 콜이다.


홍 집사가 옆에서 주문 대기 중이다.

"이번에는 주문될 것 같아."

"굿굿!"


냉동해서 보관이 가능하니 주문하는 차에 2kg을 주문했다.

그런데 이런!


홍집사의 휴대폰에 얼핏 보이는 숫자가 자그마치 가격이 삼만 어쩌고...?

생미역을 주문하려는데 생미역과 함께 뜬 건미역도 주문한다기에 생각 없이 같은 집이려니 하고

그러라 했더니만 이런 된장!

다른 집 건미역이 슬쩍 숟가락을 얹은 걸 모르고 주문 꾹 완료!



어차피 주문한 거 뭐 먹으면 그만인데 도대체 가격이 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린지 뭔지...

합이 삼만 오천 어쩌구...?


백종원이 홍보하는 생미역이 2kg에 칠천 구백원이니 숟가락 얹은 건미역이

이만 오천 원?

에라이!

순간 혈압이 오르는 중!


"아니! 가격도 안 보고 그냥 주문을 하심 우째ㅠ! 아휴 ㅠㅠㅠ 배보다 배꼽이 커도 커도! "

홍 집사도 어이가 없는 표정이다.

코로나 이후 택배 주문 실력이 어찌나 급상승을 하셨는지 아주 대회 나가면 한 상 타 오게 생겼다.


부글부글 불덩이가 올라오지만 어차피 주문 완료한 거 어쩌겠나 해서 또 한 박자 쉰다.

"비싼 미역 함 먹어보자고. 사실 기장 미역 먹어본 적도 몇 번 없잖아!"

홍 집사가 민망한지 꼬리를 내린다.

"어떻게... 주문 취소할까?"

"늦었어 ㅋㅋㅋ"



문제의 그 건미역 ㅋㅋㅋ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착한 캐릭터였다고 백종원도 아닌데 어민 걱정하고 미역을 주문하고 참...

하루하루 쪼끔씩 착해지다가 진짜 천사 되면 날아야 하는데 확찐자가 돼서 날수도 없다.ㅋㅋㅋ


백종원은 생미역을 데쳐서 삼겹살을 싸 먹는 레시피, 파스타, 죽, 리소토 등의 다양한 요리를 선보인다.

2kg이나 주문을 했으니 아마도 레시피를 다 따라 해도 몇 번을 반복하고도 남을 것 같다.


"여보~ 삼겹살 당긴 당! 우리도 미역 데쳐 싸 먹어보자고!"

"그럽세다!"


생미역 삼겹살 구이!

Gooooooooooooo!



ㅡ이작가야's  생미역 쌈 삼겹살 구이ㅡ

Yummy!

요리 준비!

재료
삼겹살- 400g
생미역- 250g
소금- 삼겹살 밑간
초고추장




Yummy!

요리 시작!

"여봉~~ 고기 연육~~~~"
"아예~~~"


고기는 백퍼 홍 집사님 담당!

삼겹살에 소금 솔솔!




앞뒤로 지글지글!




노릇노릇!




흠! 이건 좀 잔인한가 ㅠㅠㅠㅠ

쏘리 피그!




고기를 굽는 동안 미역 데치기!

소금에 쉐킷 쉐킷!

박박 문질러 씻는다.



물에 깨끗이 씻어 잠깐 푹~




끓는 물에 10초?

10 초고 뭐고 색깔이 초록색으로 변하면 바로 건져 찬물에 샤워~





데친 미역은 초고추장에만 먹어도 아우~





삼겹살에 초고추장을 살짝 콕!

미역에 돌돌!





"헉!

이건 무슨 맛이지?

완전 신선한데!"

미역 비린내는 1도 없다.

상큼한 미역 맛에 식감도 아삭아삭하고

삼겹살을 싸 먹으니 기가 막힌다.

이상하게도 삼겹살의 고소한 맛을 더 살려주는 게 신비롭다.


"어때 맛있지?"

"기가 막히네! 이건 백퍼 당신이 미역을 잘 데친 거야. 미역 잘못 데침 비려 못 먹거든~"

건미역을 잘못 주문한 홍 집사 리엑션이 다른 날과 다르게 적극적이다.

"암튼 그 손가락을 우야믄 좋쑤ㅋㅋㅋ"


미역 때문에 또 이렇게 웃을 줄이야.

생미역 2천 박스가 바로 전량 판매되었단다.

나도 살짝 일조를 했으니 흐뭇하다.


칠천구백원에 흐뭇할 수 있고

감사하고

따뜻하다.


음식은

사랑이고

감사함이고

따뜻함이다.


그래서...

음식 이야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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