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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Apr 30. 2021

아롱사태 김치찌개... 아롱아롱 황홀!

리엑션은 역시 맛있게 먹을 때 뿜 뿜!


"아니... 그때 그그그 돼지고기 김치찌개 말이야. 언니랑 형부랑 낮에 먹었던 김치찌개 있잖아.

일산 언니네 동네에서 낮에... 기억 안 나?"

"기억이 날듯 말 듯..."

"내가 너무 맛있다고 처음 맛보면서 끝까지 계속 '맛있다', '죽인다', '헉'... 막 엄청 리엑션 했던 그 찌개 말이야.

내가 뭐 이런 돼지고기가 있냐고 하면서..."

"당신은 맛있으면 원래 첨부터 끝까지 리엑션 하잖아 ㅋㅋㅋ"

"그취!ㅋㅋㅋ내가 그 돼지고기 엄청 맛있다고 하니까 형부가 '목살'일거라고 했던 것 같아.

게다가 잊을 수가 없는 게, 내가 고기를 술 한잔도 안 하고 먹은 게 손가락으로 꼽는데 그날이 그중 하나여서

난 또랑또랑하게 기억이 나는데... 당신은 안 나나 보네 ㅠㅠㅠ"


저녁을 뭘 먹을지 묻는 홍 집사(남편)에게 김치찌개가 먹고 싶다면서 일산에서 언니 형부랑 먹었던 그 날의

그 찌개를 요란하게 설명하는 중인데... 집사님은 기억을 못 하는 듯하다.


"그래서 결론은 김치찌개를 먹고 싶다는 거지?"

"그취! 것도 그때 그 찌개처럼 맛있는 돼지고기 많이 넣고!

... 그리궁..."

"그리고 또 뭐?"

"당신이 끓여주는 걸 먹고 싶다는 거지 ㅋㅋㅋ"


요즘은 홍 집사가 요리에 거침이 없다. 만드는 음식마다 성공을 해서인지 자신감이 붙어 뭘 해달라고 할 때마다

살짝 짜릿한 성취감을 즐기는 뭐 그런 느낌이다.


"그럼 돼지고기만 사면 되나?"


앗! 이것은 해주겠다는 간접적인 의사표시! 이때 덥석 물어야 한다.ㅋㅋㅋ

"우와~~~ 맛있겠당!"

하지도 않은 음식에 미리 리엑션을 한다.

"그취 다른 건 다 있으니까 돼지고기만 사면 돼!"





정육점이다.

"저기요~ 돼지고기요. 찌개 할 건데요. 주로 앞다리를 썼는데요... 그 약간 퍽퍽한 거 같으면서 쫄깃한 식감

있잖아요... 제가 찌개에 기름기 많은 건 별로 안 좋아해서요."

"아 그럼 아롱사태 가져가셔요."


사태라... 아롱사태는 보통 장조림이나 찜을 하는데 찌개에 넣는다?

살짝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직원을 쳐다보자 바로 훅 한마디를 건넨다.

"아롱사태로 드시는 분들은 꼭 아롱사태만 찾으세요."


흠, 근데 말투가 어째 '찌개 좀 먹는 다 하는 선수들은 아롱사태로 끓인다.'로 들리지?

갑자기 급 경쟁심이 스믈거리면서 '나도 질 수 없지'란 생각이 훅!

"아아아아 아롱사태로 주세요!"


돼지고기 찌개를 맛있게 먹은 경험은 많지만 일일이 부위를 알아둔 적이 없는지라 보통 찌개거리로 하려니

했으며, 나 또한 그냥 '찌개용 고기'를 달라고 하거나 특별히 물으면 주로 '앞다리'로 달라고 한다.


이미 먹어봤으나 부위를 몰랐었을 수도 있는 '아롱사태'로 김치찌개를 끓인다.

그러니까 작정하고 아롱사태로 김치찌개를 끓이는 것은 처음인 셈이다.


"여봉~~~ 기대 만빵! 빨갛게 칼칼하게 구다사이~~~"

홍 집사가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간다. 아마도 레시피를 탐색하러 가는 모양이다.


아롱사태 김치찌개!

Gooooooooooooo!




ㅡ 집사님's 아롱사태 김치찌개ㅡ

Yummy!

요리 준비!

재료
아롱사태 - 400g
두부 -반모
묵은지 - 두 컵
청양 고춧가루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청양고추 -2개
대파 -한대
액젓 -1큰술
소금, 후추 -고기밑간







Yummy!

요리 시작!


먼저 고기에 밑간을  촤악~ (10분~15분정도)




냄비에 물을 붓고 밑간을 한 아롱사태를 20분 정도 끓여준다.

이때 액젓을 또르르~~




두부도 쑹덩쑹덩 큼직하게!



대파, 청양고추 송송!




돼지고기를 끓이다가 묵은지 김치 풍덩!




두부도 따라 들어 갓!




다진 마늘 탁!




청양고춧가루 촥촥!





10분 더~~~ 바글바글!




썰어놓은 대파, 청양고추 넣고 5분더 바글바글 마무리~~~





아롱사태 김치찌개 짠!




보글보글 바글바글 ~~~




"꺅~~~!

 우와~~~!

이게 머선일이고!

여보셩 찌개에 무슨 짓을 한겨!"


"맛있어? 다행이네!"

"맛있는 정도가 아냐! 죽을 거 같아 ㅋㅋㅋ"

"아이구 리엑션 리엑션 ㅋㅋㅋ 알았으니까 어서 먹어!"





국물이 국물이 ~~~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너무 맛있당!





"여봉~~~ 나 맨날 먹어도 먹을 것 같아. 그 일산 집보다 더 맛있어! 죽어 죽어!"

"뭐 죽인다구? 실컷 해 먹였더니 ㅋㅋㅋ 참 코로나가 한이다."

"왜?"

"왜겠어 ㅋㅋㅋ"

"아~~~ ㅋㅋㅋ"


내가 맨날 입버릇처럼 하는 소리가 있다.

"여보, 나 퇴직하고 '방청객 알바' 하면 대장 할 것 같아 ㅋ"


나는 타고난 리엑션 여왕이다.

물론 자연스럽게 나오는 리엑션이다.

맘에 없는 짓은 1도 안 하는 캐릭터니 그야말로 '찐 리엑션'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리엑션을 하면 사람들이 엄청 좋아한다.

'찐'인지 아는 거다.


그러니 내가 맛있다면 정말 맛있는 것임을 홍 집사도 알고 있기에... 기분이 좋은지 어깨가 천정에 달라붙었다.





"여보~~~ 오늘은 망할래 ㅋ"

"뭘?"

"흰밥 해서 버터에 비벼먹자 ㅋㅋㅋ"


정말로 흰밥을 지어서 따끈한 밥에 버터를 사르르 녹여 찌개국물에 비벼먹는다.

우리 시어머님이 늘 말씀하시던 단어가 저절로 나온다.

'천국'

지금 여기는 '찌개 천국'


오랜만에 정말 맛있는 김치찌개를 먹었다.

아롱사태...

그 쫄깃한 식감에 아삭아삭한 묵은지가 더해져 아롱사태의 맛이 아롱아롱 황홀하다.

"나 앞으론 일산 김치찌개 아니고 '집사님 표 김치찌개'라 할 거양. 또 해줄거쥥?"


언제나...편안하게...

멀리 사는 일산 언니, 형부, 조카들, 남동생이랑... 돼지고기 숭덩숭덩 넣은 찌개에

소주 한잔 기울일까...



언니, 형부... 찐하게 생각나게 하는 아롱사태 김치찌개다.



음식은

추억이고

그리움이고

정성이고

사랑이고

감사함이다.


그래서

음식 이야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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