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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May 04. 2021

어머님표 나박 썰기 무 된장찌개

난이도는 최하! 맛은 최상!

문득문득 생각나는 사람, 시어머님이다.


"난 울 엄마보다 어머님이 더 좋아."

가끔 누군가에게 했던 말이다.

시어머님이랑 원수같이 지내는 절친 중 하나는 내가 저렇게 말을 하면 당근 나를 죽일 듯이 덤벼든다.

"니가 겪어보질 않아서 그래! 아주 미쳐 미쳐~"

"으그 알았어. 누가 뭐래 그냥 그렇다는 거지... 그래도 우리 어머님은 분명 리스펙이야!

글구 이것아~ 너는 아마 며느리 생기면 지금 니가 당한 거 몇 배는 더 할걸!

사실당한 것도 아니지 니가 못된 거지."

"하기야 맞다 맞아, 내가 문제지."


엄청나게 부자인 나의 절친은 무지하게 가난한 집 아들과 결혼을 했다. 친구의 부모님 특히 어머님이 '자살소동 쇼'를 하시면서까지 반대했던 결혼이다. 반대를 할수록 더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기적적으로 결혼을 한 친구는 생활수준이 너무 다른 부분을 견디지 못하고 시집과 연을 끊고 시어머니를 구박하는 못된 며느리로 변해가고

있었다.

'어느 정도 차이가 나야지 너무 차이가 나는데 괜찮겠냐'는 나의 반대도 친구를 이기지 못했고 세월이 흐르면서 친구와 시집의 관계는 거의 남처럼 지내고 있다.




나의 시어머님은 상상도 못 할 시집살이를 겪으셨단다. 시집살이를 지독하게 겪으면 며느리에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는다는데 나의 어머님은 당신 대에서 무 쪽 자르듯 잘라버리셨다.

어머님의 단골 멘트다.


'시어마이는 아무리 잘해줘도 시어마이래이...'


집에 좀 오시라 해도 며느리 귀찮게 해 안된다며 말을 듣지 않으셨던 어머님이다.

허리가 90도로 굽어 다니면서도 '막내며느리는 너무 바쁘다'며 파를 뽑아 다 다듬어 주신 어머님...

다섯 까칠 열 까칠하고 엄격한 나의 친정엄마한테는 어릴 때 혼도 나고 매도 맞았지만 돌아가실 때까지 싫은

소리 한 번을 안 하셔서 그런지 나는 어머님이 그저 '나를 이뻐해 주시기만 한 어머님'으로 남아있다.

홍 집사(남편)가 이런다.


"당신도 엄마가 혼을 냈으면 그렇게 좋다 하겠어? 이뻐라만 했으니 엄마가 좋다는 거지."

"그러게 그 말이 맞네."




오늘은 유난히 어머님 된장찌개가 생각난다.

"여보~ 어머님 된장찌개는 진짜 무도 두부도 호박도 다 자잘했지... 근데 왜 그렇게 잘게 썰으셨을까?

내가 여쭤본 기억이 있는데 그냥 피식 웃기만 하셨던 것 같아."

"왜 그랬기는 ㅋㅋㅋ 엄마가 이가 안 좋아 못 씹으니 그랬지."

"아 ㅠㅠㅠ 잉잉... 짠하다 ㅠㅠㅠ 그래서 그러셨구나... 에휴..."


생각해보니 그랬다.

어머님 음식은 재료가 다 자잘하다. 모든 크기가 거의 깍둑썰기 크기였다.

'그랬구나... 그랬구나...'


"당신이 그래서 자잘하게 썬 걸 좋아하는 구만!

오키! 오늘은 깍둑썰기로 자잘하게 썰어 어머님 식으로 된장찌개 끓여야겠다."


가난한 마을에서 제일 가난했다니 된장찌개에 고기를 넣을 리가 없다.

그야말로 초간단 재료에...

난이도는 최하지만 맛은 최상이다.


또랑또랑하게 기억이 난다.

찐한 사랑이 듬뿍 담긴 어머님표 된장찌개 맛!


된장 맛은 다르지만 어머님 흉내 내러 가즈아~~~


어머님표 나박 썰기 무 된장찌개!

Gooooooooooooooo!






ㅡ이작가야's 어머님표 나박썰기 무 된장찌개ㅡ

Yummy!

요리 준비!

재료
멸치 다시 육수(고추:선택)
무 - 300g(5cm 크기 한토막)
된장 -3큰술
고추장 -1큰술
호박- 1/2개
양파 -1/2개
두부 -1/2모
청양고추- 2개
대파 -1/2 대
다진 마늘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된장, 고추장은 염도에 따라 조절!






Yummy!

요리 시작!


제일 먼저 멸치 육수를 구수하게 낸다.

물이 끓으면 다시마를 꺼내고 멸치만 10분 정도 더 팔팔팔!



육수 완성!

멸치 육수 된장찌개는 육수랑 된장 맛!



무를 나박김치 썰기로 뚝딱!

육수가 끓으면 썰은 무를 첨벙!

무가 한 소끔 끓어오르면,

이때 된장, 고추장을 육수에 잘 푼다.

(센 불에서 끓이다가 중불로 불 조절: 10분~15분)



두부, 호박도 깍둑썰기로 썰어 넣음!

(5분 더끓임!)




대파, 청양고추도 송송 썰어 넣고!

이때 고춧가루 솔솔!

다진 마늘도 풍덩!

(5분 더 끓임!)




구수한 무 된장찌개 완성!



시골 된장이라 맛이 기가 막힌다.

"야~~~ 어머님 된장찌개랑 똑같지 그취?"

"그르네... 맛있네!"


감자를 너무나 좋아해 모든 찌개에 감자를 많이 넣는 편인데, 감자 맛 생각 1도 안나는 '무맛'이 너무 좋다. 

국물이 시원하고.. 무가 푹 익으니 달달하고 구수하다. 잘게 썰으니 한입에 쏙쏙 넘어간다.


"확실히 어머님이 지혜로우시다니까 ~~~

그러나 저러나... 참 묘하다."

"뭐가?"

"이렇게 잘게 썰으니까 어머님 생각도 나지만 우리도 이제 잘게 썰은 게 더 잘 넘어가니 말이야...

당신도 삼겹살 오도독뼈 이젠 못 씹겠다며 ㅠㅠㅠ"


삼겹살 오도독뼈를 그렇게 좋아하고 잘 씹는 홍 집사가 요즘은 부쩍 씹기가 힘들단다.

짠하고 애잔한 감정이 몽실몽실 올라온다.

인생이란 게 뭐 별거 없다.

세월 따라 누군가 그렇게 늙어가듯이 우리도 그렇게 늙어가니 말이다.


비록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편안해진다.

이래서 '나이를 먹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건가 보다.


어머님...

사랑합니다.




음식은

사랑이고

정성이고

추억이고

그리움이고

감사함이다.



그래서

음식

이야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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