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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May 14. 2021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옛말!

호래기 (꼴뚜기) 찜...  꼴뚜기가 어때서!

날씨가 더우니 지지고 볶기가 싫다.

걍 뭐든 바로 먹었으면 좋겠다.


"여보~ 왜케 입맛이 없지? 딱히 먹고 싶은 게 떠오르질 않네?

벌써 날이 이렇게 더우니ㅠㅠㅠ 올해 엄청 덥겠어.

걍 간단하게 회나 먹을까나?"

"함 가보지 뭐."


마트에 가니 어물전ㅋ집이 새롭게 선보이는 해물을 떡하니 앞에 놓고 눈을 유혹한다.

"갑오징어네?"

홍 집사는 갑오징어를 좋아한다. 나는 씹기가 불편해 별로다.

"아주 가늘게 썰어놨네. 봐봐 저 정도면 당신도 먹기 좋겠는데?"


흠.. 이건 '먹고 싶다'는 홍집사의 강한 의지임을 알기에 선뜻 그러자고 한다.

"그러네... 그럼 그거 먹자!"




갑오징어회를 고르고 가려는데 바로 옆에서 자기도 좀 봐달라고 윙크를 하는 아이들이 있다.


가격표에 이름이 신기하다.

'호래기'

'사장님 이거 꼴뚜기 아니에요?'


호래기는 꼴뚜기를 일컫는 경상도 방언이란다.


"여보~~~ 얘들 좀 봐! 넘 구엽당."


그야말로 딱 손가락만 한 꼬마 오징어다.

미니어처를 좋아하는 나는 호래기를 덥석 집어 든다.

"이거 데쳐 먹으면 돼요?"

"네! 데쳐도 되고 볶아도 되고 맘대로 드십시오."


시원시원한 어물전 사장님의 말은...

어떻게 해 먹어도 맛있다는 말로 들린다.


평상시에는 '생선가게'라고 하는데 오늘은 '어물전'이라 표현한 이유는 바로 이 꼴뚜기 때문이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그 꼴뚜기 말이다.


습관적으로 하던 말인데 오늘은 그 느낌이 다르다.

어물전 망신을 시키기에는 내 눈엔 너무 구엽기만 하니 말이다.


갑오징어 회를 다 먹어갈 때쯤 호래기를 어떻게 먹을까 하다가...


"음... 데치지 말고 쪄볼까 봐."

"찌면 더 맛있겠는데?"

"그니까 통오징어 찜 엄청 맛있잖아."


한 팩을 다 쪄도 큰 통오징어 한 마리 양이될 듯 말 듯이다.

그래도 왠지 쪄보고 싶다.


호래기 (꼴뚜기) 찜!

Gooooooooooooo!






ㅡ이작가야's  호래기 (꼴뚜기)찜ㅡ

Yummy!

요리 준비!

재료
호래기(꼴뚜기) - 500g
소금
간장, 초고추장







Yummy!

요리 시작!


소금을 뿌리고 깨끗하게 씻은 호래기를 체에 밭쳐 물기를 쪼~~~ 옥 뺀다.



찜기에 시트를 깔고 호래기를 골고루 겹치지 않게 눕힌다.


'야야! 붙지마! 겹치지 않게 누우라잖아 ㅋㅋㅋ'


센 불에서 찌기 시작해서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이고 2~3분 뜸을 들인다.



안 그래도 작은데 찌고 나니 오글오글 더 작아진 호래기... 넘 구염 구염!



일단 접시에 먹을 만큼만 줄을 세워~~~ 깨도 솔솔!

이건 모 한입에 쏘옥~~~~

초고추장에 찍어도 맛있고 간장에 찍어도 맛있당!



어물전 주인장 말씀이 알이 랜덤으로 있다고 하셨는뎅~~~

정말 있다.

맛이 완전 고소하다.




주꾸미 알은 밥알처럼 생겼는데 요 녀석은 요렇게 ~~~



(알 사진을 놓쳐서 블로그에서)


호래기를 쪄낸 물을 그냥 버릴 수는 없지!

국물을 팔팔 끓이다가 라면을 풍덩~

국물이 그다지 짜지 않아 수프를 거의 다 넣고!

김치도 넣고!

시원하게~ 



"여보 어때 시원하지?"

"그러게 찜은 찜대로 고소하고 국물은 해물탕 맛 못지않네..."

"그니까 누가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 했어 우쒸! 구엽기만 하구만! "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

꼴뚜기가 어때서 !

갠 적인 생각이지만 옛말이 아닌가 싶다.


외모 지상주의 시대도 옛말인 지금은 개성시대다.

그러니 꼴뚜기도 이젠 그 속담 속에서 벗어나야 하는 거 아닌가?



호래기 그러니까 꼴뚜기 너~~~

나는 니가 이쁘기만 하단다.

그러니 너무 기죽지 말도록!

호래기 화팅!


결국은 호래기를 찌고 끓이고...

지지고 볶기 싫어 간단 회로 먹으려다 호래기에 홀려 라면까지 에휴 ㅋㅋㅋ




"여보~ 넘 맛있당. 맛배기로 먹어봤은깡, 싸고 싱싱한 눔으로다가 더 주문해야겠어.

볶아먹고 데쳐먹고 실컷 먹게."


1kg 한 박스에 80 미정도 라고 한다.

마트보가 훨씬 싸다.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 ㅋㅋㅋ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한다'는 속담을 되새겨보니...


밥상머리 교육의 대가 김여사가 문득 생각난다.

'자식이 잘못하면 부모 얼굴에 먹칠하는 법이다.'

어찌나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지... 그 덕분에 그래도 지금까지 살면서,

부모님 얼굴에 먹칠하지 않는 자식 되려고 노력했고 또 그럭저럭 그렇게 잘 살아온 것 같아 감사하다.


생각지도 않은 호래기가 또 생각지 않았던 행복을 주다니...




음식은

추억이고

그리움이고

감사함이고

사랑이다.


그래서

음식

이야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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