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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May 18. 2021

사시미(회)로 먹고 비빔밥도 먹고!

소고기 육사시미 비빔밥

<육사시미(회)>

날고기를 채를 치거나 양념을 하지 않은 채로 먹는 고기.

육사시미다.

취향에 따라 간장이나, 소금 혹은 양념장을 만들어 찍어먹기도 한다.


편육회 혹은 생육회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은 일종의 언어순화 표기라고 볼 수 있다.

마치 닭도리탕을 닭볶음탕이라 부르는 느낌과 다르지 않다.


지역에 따라 부르는 명칭도 다르다.

대구지역에서는 주로 뭉티기, 뭉테기, 뭉텅이 고기라고도 부르는가 하면 호남지역에서는 생고기라 부른다.

호남 지역이야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하니 두말하면 잔소리일 테지만...

대구의 음식에 관한 재밌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1990년도까지만 해도 직장인들이 대구로 발령이 나면 '서울에 올라올 때까지 라면만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얼마나 음식이 맛이 없으면 저승사자도 대구에 가는 것을 꺼릴 정도로 음식으로는 최악의 지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던 대구에서 그야말로 뭉티기는 이젠 당당하게 효자 음식으로 대구 십미 안에 꼽힌다.
-네이버 뉴스 중에서-


물론 그때 그 시절 이야기일 뿐임을 강조하고 싶다.

요즘은 심심치 않게 맛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대구의 뭉티기 맛집이 소개되기도 하더라...

육사시미 하면 보통은 '소고기 육사시미'가 가장 친근하고 먹기도 부담스럽지 않다.



<육사시미... 아빠>

고향이 이북이신 아빠는 우리 삼 남매가 어릴 때 밥상머리 앞에 쪼르르 앉혀놓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한 점씩 먹여주시는 걸 좋아하셨다. 특히 무뚝뚝한 언니보다 알랑방귀를 잘 끼는 나는 거의 예외 없이 아빠가 혼자 식사를 하실 때면 아빠 옆에 꼭 붙어 앉아 '아빠 한 입', '나 두입 ㅋㅋㅋ' 날름날름 잘도 받아먹었던 추억이 있다.


살아생전에 고기를 너무 좋아하신 아빠의 최애 음식 중 하나는 육사시미다.


얼핏 들으면 그 시절에 육사시미가 최애 음식이라니... 좀 살았나?


노노놉!


결코 부자는 아니었는데 아빠의 철학이 '잘 먹고 잘살자'가 아니었나 싶다.

엄마가 늘 하시는 말씀 중 하나다.

'니 아빠는 학교 육성회비(아ㅋ 진짜 옛날 말인걸)가 얼마인지는 몰라도 드시고 싶은 건 꼭 드셔야 한단다. '

폼생폼사 아빠!

에휴 ㅠㅠㅠ


안 보고 비디오다.

어릴 때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언젠가부터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리게 되었다.

아빠의 멋 부림을 맞춰주느라 엄마는 얼마나 속이 새까맣게 타셨을까...


암튼 그 어릴 때 육사시미 맛을 어찌 알겠냐만은 아마도 참기름장을 듬뿍 찍은 육사시미 한 점의 기억은...

맛은 몰라도 그저 고소한 맛에 먹었어서 인지 어른이 되어서도 거부감도 없고 지금도 잘 먹는 음식 중 하나다.




<육사시미... 육사시미 비빔밥>

식당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육회비빔밥은 날고기를 가늘게 채 썰어 갖은양념을 한 양념 육회를 밥에 비벼 먹는 게 보통이다. 당연히 보통 비빔밥보다는 가격이 좀 비싼 편이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날로 먹는 '회'종류인데 가끔 육사시미가 효자메뉴다.

정육점에서 사다가 그냥 먹으면 끝이다.


물론 고기 상태가 싱싱하고 좋아야 하는데 다행히 단골 정육식당은 맛집이라 회전이 잘되어 그런지 항상 고기가 신선하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고기 좋은 정육점을 만나는 일은 귀한 선물만큼 소중하다.


어떨 때는 육사시미가 없는 날도 있기에 미리 주문을 한다.

한 번도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는 맛이다.


"여보~ 진짜 내 돈을 내고 이렇게 감사하게 먹어야 하는 게 맞나? ㅋㅋㅋ"

"그러게 고기가 참 신선하단 말이야."


암소만을  취급한다는데 암튼 1도 후회한 적이 없다.

게다가 밖에서 사 먹으려면 값이 만만치 않은데 가성비까지 최고다.


"오늘도 좀 넉넉히 달라했어. 내일 아침에 비빔밥해먹어야지!"


사실상 육회비빔밥을 해 먹으려고 적은 양의 사시미를 사기란 참 애매한 일이기에 좀 넉넉히 사서

육사시미를 즐기고 비빔밥용을 좀 남겨놨다가 비빔밥으로 먹는 방법이 베스트다.


게다가 저녁에 사시미로 먹고 냉장고에 하룻밤을 두면 더 숙성이 되어 맛이 한층 고소하다.


따끈한 돌솥밥을 지어 있는 야채를 넣고 슥슥 비벼먹으면...

아우~~~~


육사시미 비빔밥!

Goooooooooooo!



ㅡ이작가야 's 육사시미 비빔밥ㅡ

Yummy!

요리 준비!

재료 (2인분)
육사시미 - 150g 정도?(사시미 먹고 남은 양)
오이- 반개
계란 -두 개


(육사시미 양념장)
고추장- 2 큰술
매실청-1큰술
간장- 2 큰술
다진 마늘- 2 큰술
참기름 - 2 큰술
맛술-1 큰술
후춧가루

*다진 마늘, 간장, 고추장은 염도가 다르니 취향에 따라 조절!






Yummy!


요리 시작!

따끈한 흰밥으로 준비!

(돌솥밥 아니어도 굿!)




전날 저녁에 먹은 육사시미를 먹을 만큼 먹고 비빔밥용으로 적당량을 KEEP!




네모 용기는 식당에서 준 양념장!

유리그릇은 내가 만든 양념장!


둘 다 맛있는데 ㅋㅋㅋ

식당에서 준 건 쪼끔 달달... 





따끈한 밥에 육사시미를 얹고 오이채도 따라 들어 갓!

그위에 계란 프라이를 착!

깨도 솔솔~~~





간장은 취향대로 또르르~~





양념장을 넣고 슥슥!





육사시미는 보통 식당에서 먹으려면 100g 당 만 이천 원~ 만 오천 원 정도 한다.

보통 육회비빔밥은 만원은 줘야 먹는다.


단골 정육점에서는 100g에 팔천 원정도 한다.

사시미로 실컷 먹고 한 끼는 비빔밥으로 먹으면...


아우 가성비가 최고다.

영양은 더 최고다.





육사시미는 소고기 부위 중에서 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한 우둔살이 일반적으로 쓰인다.

암소라면 더할 나위 없이 맛이 최고다.

지방의 양이 적어 다이어트에도 그만이다.


가끔 담백하게 먹고 싶을 때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기분 좋게 가볍게 먹고 싶다면...


육사시미

육사시미 비빔밥

강추 강추다!




학교 등록금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부자도 아니면서ㅠㅠㅠ

그저

멋과 맛을 추구하시던 폼생폼사 아빠...


내 몸속에도 폼생폼사 아빠의 유전자가 여기저기서 춤을 춘다.


육사시미 맛을 처음 알게 해 준 아빠...

육사시미를 먹을 때면 꼭 아빠가 생각난다.


그 좋아하시던 고기를 제대로 한 번 드시게 해 드리지도 못하고 돌아가셨으니...

마냥 그립고 죄송한 마음이 밀려온다.


아빠...

늘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음식은

그리움이고

추억이고

사랑이고

감사함이다.


그래서

음식

이야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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