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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May 21. 2021

아침부터 지지고 볶은 날

얼큰 호래기 (꼴뚜기) 볶음 먹은 날

매주 금요일은 분리수거하는 날이다.

분리수거를 다하고 온 홍 집사에게 나는 꼭 감사함을 표한다.

아니 커피를 내려줘도 꼭 감사인사를 잊지 않는다.

 

"아이궁 고생하셨쓩~~~"
"아 예예~~~"


훈훈한 분위기 속에 문득 처리해야 할 음식쓰레기가 생각이 난다.

"아차~~~ 여봉?"

"왜 또?"

"아니 음식쓰레기 더 버릴 게 있는데 1회용 용기에 담겨있어서 그거 버리면 분리수거 더 내놔야 하는데

재활용 수거차가 지나갔을까?"


"아우 암튼 조 잔머리 ㅋㅋㅋ 당신이 내다봄 되지 꼭 나를 앞장세우노?"

"당신이 집사니까 ㅋㅋㅋ"

"지나갔음 담주에 버림 되지."

"그래... 그럼 음식쓰레기만 버려줭. 근데 오늘은 봉투 큰 거야."


냉장고를 한번 정리하려고 큰 봉투를 사용한 터라 제법 무거우니 특별 당부를 하는 건데...

홍 집사가 삐딱선을 탄다.

"나 큰 거는 무거운데? 허리가 아파서 ㅠㅠㅠ"


'이건 뭐지?'

한 박자 쉬고 들이댄다.

"그럼 어케?"
"차에 싣고 가서 버릴까?"


우쒸! 속에서 불덩이가 살살 따끈따끈 지펴지지만 아침을 준비하던 차라 일단 불덩이는 넣어둔다.


된장찌개도 조금 남고 매운탕도 조금 남아서 건더기는 걸러내고 국물만 팔팔 끓여 수제비를 끓인다.

가끔 회를 포장하면 매운탕과 수제비 할 반죽을 같이 주는데 저녁은 피하고 아침에 수제비를 해 먹는다.

된장도 들어가서 그런지 국물 맛이 기가 막힌다. 매운탕을 별로 안 좋아하는 홍 집사는 어떤지 혹 비리지는

않을까 싶어 물어본다.


"음 괜찮은뎅, 당신 입맛에는 비린가 해서 ㅠㅠㅠ"

"아니 전혀 안 비려 국물이 진하고 맛있는데?"
"내가 된장찌개를 섞었더니 괜찮네."

"맛있다니까? 흠... 요즘 당신 요리 솜씨가 점점 좋아진단 말이지."


'우쒸 뭐라니! 이건 뭐 누가 들어도 갓 시집온 새댁한테 하는 소리다.'


넣어둔 불덩이를 다시 지핀다.

"저기요! 지금 요즘이라 그랬누?"

"엉 요즘."

"그니까 한번 해보자는 거쥐? 그전엔 어땠는데?"

"그전에 형편 무아지경 이었지ㅋㅋㅋ."

"뭐? 형형형형편 뭐라구?"

"형편 무아지경!"

"그니까 그게 뭔말이냐구!"

"말 그대로야 형편없었다는 거지."

"이런 확! 살다 살다 듣느니 첨이다.

니는 그런 말 어디서 배웠노!

오늘 부부의 날이라는데 기념으로 한번 맞짱 떠봐?ㅋㅋㅋ"


아침에 음식쓰레기부터 살살 눈꼬리를 잡아당기더니... 밥상머리에서 웃겨보겠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 한대 쥐어박고 싶다.


"용서해줄 테니까 커피나 한잔 주슈!"


이런!

분명히 들었는데 방으로 출근을 한다.

여기서 출근이란 각자의 일을 보는 것을 말한다.ㅋㅋㅋ


'흠... 저 자신감은 뭐지?'


매운탕 수제비를 먹었으니 커피가 땡기는데 홍 집사가 스트라이크 중이다.


'좋아! 어디 한번 해보자궁! 나가면 널린 게 카페인데 오랜만에 홀로드라이브도 즐기고 경치 좋은 카페에서

핫 커피로다가 분위기 좀 때리고 오지 뭐'


하던 일을 스톱하고 주섬 주섬 옷을 입고 나갈 채비를 하니 홍 집사가 급당황하며 묻더라.


"어어어어어어 어디 가게?"

"커피 마시러! 난 오늘 점심 안 먹을 거니까 라면을 끓여 드시던지 밥을 해 드시던지 맘대로 하셔!"






개폼 잡고 화난 듯 나왔지만 속으론 기분이 찢어진다.


'이게 얼마만의 홀로 외출이야~~~ 이 공기... 하늘... 우후... 죽인 당!

내가 왜 진작 나올 생각을 못했지?ㅋㅋㅋ'


그러고 보니 코로나 이후 혼자 있어본 시간이 많지 않다.


오랜만에 하는 운전이지만 힐링 드라이브다.

드디어 카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주문한 커피를 딱 들고서는 자리를 잡는다.

참 낯설다.


커피 두 잔이 아닌 한잔...


한 모금 스읍 ~~~

캬~~~

이 맛이야!

커피 향도 좋고 맛도 좋고 이거이 부부의 날 선물인가 ㅋㅋㅋ


커피를 마시며 새롭고 신선한 기분에 흠뻑 취해있는데...

헉!

문자가 딱 뜨더라 ㅋㅋㅋ



에라이!

이러면 안 되는데 급 마음이 약해진다.

에휴 ㅠㅠㅠ 몬산다 몬살아 진상 집사!


결국은 이런다.

"저저 죄송한데요 이거 테이크 아웃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원두도 하나요."


커피를 마침 사야 하는데 커피맛이 괜찮아 원두를 사고는 모양 빠지게 문자를 보낸다.

'원두사가께'


음 이렇게 무너질 순 없쥥ㅋ



홍 집사는 항상 져주는 척을 해준다.

괜찮은 남자다!







우리 부부는 눈을 부라리고 잡아먹을 것 같이 한판 붙었다가도 5분을 못 간다.

어느 집은 한 달도 말을 안 하기도 한다는데...

아휴 ㅠㅠㅠ


성격상 그게 안되니 뭐 어쩌겠나....


심지어 집에 와서는 언제 그랬냐 깔깔거린다.

어찌나 단순하신지 ㅋㅋㅋ

그리고는 이런다.


오늘 부부의 날이라는데 내가 맛난 거 해주껭!

지난번에 호래기 남은 거 볶던지 끓이던지 하지 뭐.


그러고 보니 맨날 이렇게 지지고 볶고 산다.


어느 작가님의 '부부의 날'과 관련된 글에서 '결혼한 지 29년 되었으니 이제 29%를 안 것 같다'

는 글에 댓글을 달았다.


'저는 올해 30년이 되어가니 30%를 안 셈이네요.'


서로 다른 남녀가 부부가 되면 '일심동체'가 되어야 하는데 어디 그런가.

아직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애들처럼 티격태격한다.

그래도 어쩌겠나...

갈라서기 전까지는 유일한 반쪽이니 말이다.



지지고 으며 사는 거지 뭐!

에라이!

호래기도 달달 볶아보자!



얼큰 호래기 볶음!

Goooooooooooo!




ㅡ이작가야's  얼큰 호래기 볶음ㅡ

Yummy!

요리 준비!

재료
호래기 -400g
양파 -1개
당근 - 1/3개
양배추- 한 컵
대파 -1/2 개
홍고추 -1개
청양고추- 3개
마늘 - 5~6개
미나리 - 두 줌
굴소스-선택
참기름


-양념장-
고춧가루- 4큰술
고추장 -1큰술
맛술 -1큰술
진간장 -5큰술
다진 마늘 -2큰술
액젓 -1큰술
후춧가루








Yummy!

요리 시작!

제일 먼저 호래기를 소금으로 살살 문질러 깨끗이 씻어 체에 밭친다.


체에 밭친 호래기를 끓는 물에 1분 정도 데침!




데친 호래기는 물기를 쪼옥~~




양념장도 대기!

양념장만 보면 침이 꼴깍!





데친 호래기에 양념장을 넣고 슥슥 버무려 10분 정도 재워둔다.




달군 팬에 오일을 두르고 대파 송송 마늘 납작 썰어 기름을 낸다.




당근 먼저 들어가시궁



양파도 따라 들어 갓!




당근 양파를 적당히 볶다가 양념에 재운 데친 호래기를 척!





양배추도 들어가거라~~~




양배추가 숨이 죽을 때까지 살살 볶다가~~





양배추가 숨이 죽기 직전에 미나리를 촤르륵!





마지막에 청양고추, 굴소스를 넣고

정말 마지막에 참기름 또르르~~~~

솔솔!

홍고추 이쁘게!





"언능 잡솨봐!"

"맛있네!"

나도 한 입 !


캬~~~~

맛있당!


잘 지지고 볶은 것 같다.

맛이 괜찮다.


오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지고 볶은 날이다.


부부의 날인지 뭔지.

사실...


나는 무슨 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짝이 없는 사람들도 있고...

부모가 안 계신 사람들도 있고...

아이가 없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지지고 볶으면서

맛있게 돼야 할 텐데...

한다.


호래기 볶음은 처음 해보는 거라 더 그렇다.

다행히 맛있으니...

됐다.


"여보~~~ 맛있게 많이 드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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