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맛집 소개 TV 프로그램 중 '식객 허영만의 백반 기행'을 좋아한다. 나는 똥 손이다. 그림 잘 그리는 금손을 보면 완전 리스펙이다. 그래서인지 만화가 허영만이 음식을 보고 슥슥 그림을 그리며 설명을 하는 장면을 보면 '꺅~' 소리가 절로 나온다. 쉽게 구별할 수 없는 생선류를 그림을 그리면서 차이를 정확하게 집어준다. 소나 돼지의 특수부위를 귀신같이 그림으로 설명한다.
식객 허영만은 음식 맛을 본 후 정확하게 표현하는데 그 점 또한 마음에 쏙 든다. 감하지도 더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함이 좋다. 그가 달달한 맛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웬만한 식당 주인들이 다 알 정도이기에 혹여 달아서 싫다 할까 봐 쥔장들은 그 앞에서 후덜덜이다. 맛이 없어도 맛있는 척은 1도 못한다. 아니 안 하더라.
게스트를 대하는 자세도 깐깐하다. 맛 표현은 뒤로 하고 그저 먹기만 하면 살짝 메기기도 한다. '일을 하러 왔으면 밥값을 하라'는 사인을 찌리릿 보낸다. 간혹 게스트가 싸인을 눈치 채지 못하기까지 하면 '그만 좀 먹고 맛 좀 표현하라'며 돌직구를 날린다.
나 또한 '밥값을 해야 한다'에 격하게 공감하는 1인이기에 최근에 그 프로그램에 출연해 폭풍 먹방은 물론 찰진 맛 표현을 해 화제가 된 걸그룹 '오 마이걸'의 효정과 지호에게 찐 박수를 보냈다. 효정, 지호는 무려 백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광장시장 '원조 닭 한 마리'부터 '부대찌개백반'등을 시식하는데 어찌나 털털하게 음식을 잘 먹는지 허영만이 감탄사를 연발한다. 게다가 기가 막힌 수준급의 맛 표현에 눈길을 사로잡힌 허영만이 효정에게 '백반 기행'고정 게스트 제안을 한다. 지금까지 내가 본 방송 중 허영만이 게스트에게 날린 최고의 찬사다.
맛을 보고 표현을 디테일하게 하는 것도 타고난 재주지만 그 또한 자꾸 해보고 노력하면 표현도 늘기 마련이다.
30년째 리엑션이 부실한 홍 집사에게 나는 30년째 리엑션을 교육해 온결과ㅋㅋㅋ 꽤 많이 발전했다.
"여보슈! 봤쥥... 저렇게 맛있게 먹고 표현도 잘하니 고정 게스트 제안까지 다 받잖아~"
이날 방송된 닭 한 마리 집은 1978년부터 닭 한 마리를 팔기 시작했지만 한 번도 매스컴을 타본 적이 없다는 찐 맛집이다. 육수에 큼직한 닭을 통째로 넣고 대파 떡 등을 넣어 푹 끓이는 간단한 레시피지만 깔끔하고 담백한 국물이 일품이다. 특히 이 집만의 특제소스가 유명하다.
오 마이걸의 '효정'은 닭 한 마리 첫인상을 '그냥 맹탕에 깨끗한 닭이 딱 여기 이렇게 앉아있는 느낌' 이라며 손을 모아 닭의 모습을 흉내 낸다. 지호는 '닭이 목욕하는 모습을 훔쳐보는 기분' 이란다. 두 사람의 맛 표현에 의하면 그냥 육수가 맑고 깔끔함 그 자체임이 느껴진다.
메뉴가 닭 한 마리가 된 것은 성질 급한 손님들이 테이블에 앉자마자 '닭 한 마리 주세요' 하다가 굳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종로에서 살았던 나 또한 아주 오래전 대기번호표까지 받아서 먹었던 기억에 나도 모르게 실실 웃고 있다. 줄을 서고 번호표를 받았지만 언제 차례가 돌아올지 기약이 없으니 광장시장을 한 바퀴 구경하는 것도 재미다. 내가 가 본 맛집이 TV에 방영될 때면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는 건 뭘까. 식당 쥔장보다 더 거들먹거린다.
'내가 저기 단골이잖아. 저 집에 안 가봤음 닭 한 마리는 모른다고 봐야지ㅋㅋㅋ'
아예~~~
침을 꼴깍꼴깍 하며 닭 한 마리에 푹 빠져든다. 아니 뭐 침만 흘릴 수 있나 닭 한 마리 하면 되지 뭐!
마트에서 닭 한 마리에 7~8천 원 한다. 종로 닭 한 마리 집은 2인에 2만 오천 원정도 하니 집에서 해 먹으면
영양도 가성비도 최고다. 닭 한 마리 집 특제소스는 물론 칼국수 마무리까지 흉내를 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