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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Jun 25. 2021

간짜장을 하려다 망했다

이거슨 간짜장이냐 걍짜장이냐

"난... 사천 짬뽕."

"난... 간짜장."


오랜만에 중국집에서 메뉴를 주문한다. 홍 집사(남편)는 간짜장을 아주 많이 좋아한다. 나는 간짜장보다는 옛날 짜장을 더 좋아한다. 간짜장도 생각이 있지만 이미 머릿속에는 반씩 나눠 먹을 그림이 그려지기에 매운 사천 짬뽕으로 주문한다.


"당신 군만두 하나 시켜야지?"

"남길 것 같아 ㅠㅠㅠ 요즘 중국집 군만두 맛도 없고 다 똑같은 공장 만두잖아."


직접 만두를 빚는 집이 흔치 않다. 대부분 비슷한 모양의 비슷한 맛의 만두다. 언젠가부터 군만두가 서비스 메뉴가 되면서부터 그 위상이 바닥까지 떨어져 버렸다. 서비스니 기분 좋게 받았다가 대부분 반이상은 남기기 일쑤다.


홍 집사가 좋아하는 간짜장은 일반 짜장보다 천 원이라도 비싸다.

왜?

일반 짜장과 간짜장은 재료와 요리법이 다르다.


일반 짜장은 물이나 육수를 넣어 조리하지만 간짜장은 육수 없이 춘장을 기름에 볶아 만들기 때문에 춘장 맛과 불맛이 강하고 일반 짜장에 비해 맛이 진하다. 전분도 첨가하지 않기 때문에 소스가 뻑뻑한 편이며 반면 야채의 식감은 더 아삭아삭한 맛이 살아있다. 


짜장 소스를 대량으로 한꺼번에 만들어 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소스를 데워 면에 부어주는 일반 짜장과 달리

간짜장은 주문을 받는 즉시 소스를 만들어야 하는 수고를 더 해야 하고 야채도 더 많이 넣어야 하기 때문에

1~2천 원가량 더 비싸다.


야채도 좋아하고 야채를 씹는 아삭한 식감을 좋아해서 인지 홍 집사는 간짜장을 더 좋아한다. 어느 프로에서 백종원 아저씨가 '간짜장 한 그릇 양으로 일반 짜장 두 그릇을 만들 수 있다'고 한 말이 생각이 난다. 그러니 가격의 차이는 당연하다.


살짝 당뇨가 있는 홍 집사는 혈당관리를 해야 하므로 탄수화물을 멀리하는 편이다. 중국집도 그전에 비하면 열에 한번 정도 가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갑자기 짜장면이 먹고 싶으면 시중에서 파는 짜파게티를 끓여 먹기도 한다. 인스턴트의 첨가 수프는 말해 뭣하리 그냥 입에 짝짝 붙는다. 그래도 극복할 수 없는 건 역시 면과 소스 그리고 야채 부분이다.


역시 참을 수 없는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주범 중에 하나는 TV 화면에 등장하는 요리들이다. 아니 드라마 잘 보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나는 짜장면 먹는 장면 때문에 드라마 내용은 관심 없고 머릿속은 온통 짜장면이 한가득이다.


보통은 귀찮아서 시중에서 파는 짜장 파우더로 짜장을 만들었는데 어쩌다 열정이 타오르면 춘장으로 제대로 만들기도 한다. 이번엔 홍 집사가 좋아하는 간짜장을 춘장으로 만들어보련다.


춘장을 기름에 달달 볶고 야채도 듬뿍!


이작가야's 간짜장!

Gooooooooooooo!




(Yummy!)

요리 준비!

재료(2인분)
춘장 -2~3큰술
양파-1개
돼지고기 짜장용-150g
설탕 - 원당 1큰술 (설탕 2~3큰술)
면 -2인분
계란-2개
오이-약간
식용유
소금, 후추 -고기 밑간






(Yummy!)

요리 시작!


제일 먼저 돼지고기에 소금 후추 솔솔 밑간!




식용유를 춘장이 충분히 볶일 만큼 넉넉히 붓고 약불에서 달달달달~~ 볶아줌

언제까지?





저렇게 앙증맞게 똥 그르르 뭉쳐질 때까지!

점성이... 국자에 척 달라붙어 떨어지지도 않는다.





기름에 달달 볶은 춘장 덩어리 착 대기!





잘게 썬 파를 기름에 달달달~~~ 파 기름을 낸다.

이때 낮은 불에서 볶아야 타지 않음!






파 기름에 밑간 한 돼지고기를 쉐킷 쉐킷 잘 볶다가~~~~





일반 짜장 보다 더 큼직하게 썰은 양파도 따라 들어 갓!





마지막에 채 썬 양배추를 넣어 삭삭!





미리 볶아 놓은 춘장을 똥똥똥!





점성이 강해 춘장을 섞는데 시간이 걸린다.

이때 면을 삶을 물을 끓임!


***요리는 조리 순서가 완전 중요!***

잘못함 팅팅 불은 면을 먹을 수도~~~~





물이 끓으면 면을 넣고 7~8분 정도 삶는데~~~

삶아지는 동안 뭐하지?





뭐하긴?

춘장이 완전히 풀어지도록 잘 볶아야쥥!

그런데...


오 마이 갓!

춘장을 좀 덜 넣었어야? 맛을 살짝 보니 좀 짜다 ㅠㅠㅠ


할 수없이 물을 좀 ㅠㅠㅠ

엥?

이거슨 반칙이다.

왜?

간짜장은 물을 넣지 않고 조리한다고 하였거늘!

게다가...

'간짜장'의 '간'은 한자로 '마를 건, 마를 간'자를 써서 '마른 짜장면'이라는 것인데...

이러면 간짜장이 아닌데?


엣다 모르겠다ㅋ 할 수 없지 뭐!

물을 쭈르르 ~~~(한컵정도-200ml)





마지막에 설탕 입맛대로~

(원당 사용함)





삶은 면을 헹궈도 되고 점성을 좋아하면 그냥 면기로 고고고~

계란 프라이도 휘리릭 뚝딱!






그릇에 면을 담고 ~

소스를 촥!~

계란 프라이도 촥~

오이도 있으면 채 썰어 올라 갓!


이크ㅠㅠㅠㅠ

망했다 ㅋㅋㅋ

물을 넣어 걸쭉해졌으니 ㅠㅠㅠ

간짜장은 면과 소스를 따로 담아 뻑뻑하게 비벼먹어야 하는데 ㅠㅠㅠ


담엔 간짜장 지대로 한번!

Gooooooooooooooooo!


어떻게?

춘장의 염도를 확인하던지 야채를 더 넣던지 물을 넣지 않고 염도 조절에 집중!





암튼 망했어도 맛은 굿!

이거슨 간짜장인가 걍짜장인가~





"어때 맛이 괜찮아?"

"음 맛있는데?"

리엑션이 약하다. 이번엔 몰아붙인다.

"맛있지 맛있지?"

"파는 거보다 더 맛있다."

엥? 이건 무슨 리엑션이지?

"진짜 중국집보다 더 맛있어?"

"응 그렇다니까."


홍 집사가 배가 고팠나?

간짜장이라고 했는데 ㅋㅋㅋ 걸쭉한 걍짜장이 됐는데도 맛만 좋단다.


가만 ~~~

우쒸!

불덩이가 올라온다 ㅠㅠㅠ

"아니 그럼 먼저 그케 말하면 어디가 덧나? 암튼 리엑션 기초부터 배워야 된다니까."

"그러게 나도 그래야 할 것 같아."

"으이그 ㅠㅠㅠ"


참 습관 무섭다.

리엑션이 그렇게도 어렵고 안되나 보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나랑 섞어서 반 나눔 딱 좋다.


돌아가신 엄마가 입버릇처럼 하신 말이 생각이 난다.

'무뚝뚝한 큰사위랑 딸 같은 작은 사위랑 휘리릭 섞어서 딱 둘로 나누면 좋겠다'고 하신 말씀 말이다.

중간이 어찌나 힘든지 ㅋㅋㅋ


엄마가 생각날 때면 중국집의 모든 메뉴가 저절로 떠오른다.

엄마는 그렇게도 중국집을 좋아하셨다.


암튼...

참 중간하기 힘든데 간짜장도 아니고 걍짜장이 되어버렸지만...


그럼 어때!

간짜장이던 걍짜장이던 맛만 좋은데!


그래서 또 웃는다.






음식은

추억이고

사랑이고

그리움이고

감사함이다.


그래서

음식

이야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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