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중국집에서 메뉴를 주문한다. 홍 집사(남편)는 간짜장을 아주 많이 좋아한다. 나는 간짜장보다는 옛날 짜장을 더 좋아한다. 간짜장도 생각이 있지만 이미 머릿속에는 반씩 나눠 먹을 그림이 그려지기에 매운 사천 짬뽕으로 주문한다.
"당신 군만두 하나 시켜야지?"
"남길 것 같아 ㅠㅠㅠ 요즘 중국집 군만두 맛도 없고 다 똑같은 공장 만두잖아."
직접 만두를 빚는 집이 흔치 않다. 대부분 비슷한 모양의 비슷한 맛의 만두다. 언젠가부터 군만두가 서비스 메뉴가 되면서부터 그 위상이 바닥까지 떨어져 버렸다. 서비스니 기분 좋게 받았다가 대부분 반이상은 남기기 일쑤다.
홍 집사가 좋아하는 간짜장은 일반 짜장보다 천 원이라도 비싸다.
왜?
일반 짜장과 간짜장은 재료와 요리법이 다르다.
일반 짜장은 물이나 육수를 넣어 조리하지만 간짜장은 육수 없이 춘장을 기름에 볶아 만들기 때문에 춘장 맛과 불맛이 강하고 일반 짜장에 비해 맛이 진하다. 전분도 첨가하지 않기 때문에 소스가 뻑뻑한 편이며 반면 야채의 식감은 더 아삭아삭한 맛이 살아있다.
짜장 소스를 대량으로 한꺼번에 만들어 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소스를 데워 면에 부어주는 일반 짜장과 달리
간짜장은 주문을 받는 즉시 소스를 만들어야 하는 수고를 더 해야 하고 야채도 더 많이 넣어야 하기 때문에
1~2천 원가량 더 비싸다.
야채도 좋아하고 야채를 씹는 아삭한 식감을 좋아해서 인지 홍 집사는 간짜장을 더 좋아한다. 어느 프로에서 백종원 아저씨가 '간짜장 한 그릇 양으로 일반 짜장 두 그릇을 만들 수 있다'고 한 말이 생각이 난다. 그러니 가격의 차이는 당연하다.
살짝 당뇨가 있는 홍 집사는 혈당관리를 해야 하므로 탄수화물을 멀리하는 편이다. 중국집도 그전에 비하면 열에 한번 정도 가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갑자기 짜장면이 먹고 싶으면 시중에서 파는 짜파게티를 끓여 먹기도 한다. 인스턴트의 첨가 수프는 말해 뭣하리 그냥 입에 짝짝 붙는다. 그래도 극복할 수 없는 건 역시 면과 소스 그리고 야채 부분이다.
역시 참을 수 없는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주범 중에 하나는 TV 화면에 등장하는 요리들이다. 아니 드라마 잘 보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나는 짜장면 먹는 장면 때문에 드라마 내용은 관심 없고 머릿속은 온통 짜장면이 한가득이다.
보통은 귀찮아서 시중에서 파는 짜장 파우더로 짜장을 만들었는데 어쩌다 열정이 타오르면 춘장으로 제대로 만들기도 한다. 이번엔 홍 집사가 좋아하는 간짜장을 춘장으로 만들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