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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Jul 23. 2021

수박은 혼자 못 먹지~~~

수박은 여럿이 나누어 먹어야 제맛!

<수박... 여름 계곡>

돌아가신 엄마는 물을 참 좋아하셨다.

연못, 호수, 계곡, 강, 바다 할 것 없이 물만 보면 그렇게 좋아하셨던 엄마다.

엄마를 쏙 닮아 나도 물이라면 안 가리고 다 좋다. 엄마가 물을 좋아해서일까 아빠가 더위를 많이 타셔서 일까 어릴 때 여름이 되면 물놀이를 많이 갔던 추억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진 같은 추억...

차디찬 계곡물에 수박 한 통을 턱 넣고 떠내려 가지 않게 돌로 수박 집을 만들었던 기억이...

생각만 해도 시원하다.


그래서인지 수박을 보면 항상 여름 계곡이 생각난다.


<수박... 화채>

화채를 만들기에 가장 푸짐한 과일, 수박이다.


화채: 꿀이나 설탕을 탄 물이나 오미잣국에 과일을 썰어 넣거나 먹을 수 있는 꽃을 뜯어 넣고 잣을 띄운 음료.



수박은 그저 큼직하게 썰어 손에 들고 수박즙을 잔뜩 흘려가면서 먹는다. 장난기가 발동하면 수박씨를 얼굴에 붙이고 깔깔거린다. 수박씨를 입으로 후~ 뱉어 얼굴에 가장 멀리 붙이는 게임도 재미지다.


수박을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사이다, 설탕을 넣고 화채를 만들어 먹기 시작한 기억은 아련하다. 언젠가부터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암튼 엄마가 수박화채를 만들어 주셨고 손에 묻히지도 않고 달달하고 시원한 화채 국물을 마시니 깔끔하고 좋다.


사이다면 최고였던 화채 국물이 점점 업그레이드되면서 우유, 요구르트, 혹은 연유까지 첨가한다.

과일도 질세라 수박 베이스에 참외, 복숭아, 멜론, 자몽, 블루베리 등 화려하다.


수박을 한입 크기로 만드는 것도 칼로 자르거나 숟가락으로 한 숟갈씩 퍼내기도 하지만 이도 역시 업그레이딩에 밀리지 않는다. 좀 더 이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과일 스쿱을 사용한다.


스쿱(scoop): 아이스크림, 밀가루 등을 덜 때 쓰는 작은 국자같이 생긴 숟갈.






<수박화채... 복날>

여름에 가장 사랑받는 과일 중 하나인 수박은 '박속에 담은 물'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을 정도로  수분이 많다. 수박은 몸에 좋은 다양한 성분이 있는데 특히 수박의 찬 성질은 무더운 삼복더위를 달래주고 포도당과 과당의 당분은 갈증은 물론 피로를 회복시켜주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예로부터 복날이면 수박을 먹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수박은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먹을 수 있기에 보기만 해도 넉넉함에 기분이 좋다.

혼자서는 먹을 수도 없지만 먹는다 해도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수박만의 맛이 있다.


나눠먹을 때 제대로 맛이 나는 맛이 수박 맛이다.


나누어 먹는 맛...


집을 짓고 있다. 폭염이 계속되니 늘 작업자분들 걱정이 한가득이다.

요즘은 음료수를 드리기도 민망할 정도로 덥다.


음...중복이니 수박화채를 대접해드리고 싶다.


"여보~ 중복이니 수박화채 해드릴까~"

"그래 그게 젤 낫겠어."


중복날 마침 작업자분들이 여럿이시라니 수박이 딱이다.

날이 더워 우유도 신경이 쓰이고 작업자분들 연령도 생각해 볼 때...

업그레이드되지 않은 옛날 수박화채로 만들어 본다.


수박화채는 수박 자르는 게 일이니 홍 집사가 집도를 하신단다.

에구구 조으다 ㅋㅋㅋ



집사님's 수박화채

Goooooooooooo!




ㅡ집사님's 수박화채ㅡ

Yummy

요리 준비!

재료
수박 - 한통
사이다- 2L
후르츠 칵테일 - 1통
탄산수 - 1병
칵테일 얼음 - 큰 사이즈 한 팩



Yummy!

요리 시작!

수박화채는 수박을 자르는 게 일이다.


한 입 크기 깍둑썰기로 대기!


수박 집도ㅋ를 끝내신 홍 집사가...

수박을 담은 용기에 ~~~


제일 먼저

후르츠 칵테일!


다음은

얼음!


그 다음

사이다!


마지막으로...

탄산수!


순서로 넣어야 한단다.





"꼭 그 순서대로 넣어야 해? ㅋㅋㅋ"

"다 ~~~ 이유가 있지!"

"아녜녜녜녜녜~~~"


뭘 해줄 땐 바로 꼬리 내리는 게 상책이다 ㅋㅋㅋ.


수박 큰 눔으로 다섯 통 완성!

현장까지 이동을 해야 하니 엄청 큰 얼음을 넣는다.





보기만 해도 시원~~~


뚜껑을 이쁘게 덮고!!!

출발~~~~

고고고!






"어서들 드시고 하셔요. 큰 얼음을 넣었는데도 많이 녹아버렸어요 ㅠㅠㅠ"
"제주도에서 오셨어요?"


작업자분 얼굴에 땀이 범벅이신데 수박화채를 보시고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농담까지 하신다.

그런데...

한 개도 안 웃긴 아재 개그에 리엑션을 도저히 할 수가 없어 웃프다.ㅋㅋㅋ






"그럼 가보겠습니다. 맛있게 드셔요~~~"


인사를 하고 나오려는데 '그릇 안 가져가시냐'고 하신다.

그릇 가져가겠다고 지키고 있고 싶지도 않지만 먼지 많은 현장에서 드시는 것도 맘에 걸리는데

사용한 용기를 재사용하고 싶지도 않다.


"아아아아아녀요~ 그냥 드시고 버려주세요!"


1회용 용기에 드린 것도 죄송한데...

좋지도 않은 용기를 챙겨주시니 에휴 ㅠㅠㅠ




"에궁 여봉! 우쭈쭈~~~ 화채 만드느라 고생해쓔!"

"집에서 잠깐 만드는데도 땀이 범벅이 됐는데 현장에서 얼마나 덥겠어~"

"그러게..."


수박화채로 여럿이 나눌 수 있음에 마음이 흐뭇하다.


여럿이 나누어 먹어야 제맛인 수박!

여럿이 나누어 먹으면 더 제맛이 나는 수박화채!


복날이니 더 좋다!


(중복에...)



음식은 

추억이고

사랑이고

그리움이고

감사함이다.


그래서 

음식

이야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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