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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Jul 27. 2021

진실을 말하라

나는 스승의 날이 싫다고!

ㅡ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리뷰ㅡ

진실을 말하라

Truth is always exciting.
Speak it, then; life is dull without it.

진실은 언제나 흥미롭다. 그러므로 진실을 말하라.
진실이 없는 삶은 무미건조하다.
ㅡ펄 S. 벅 Pearl S. Buckㅡ


아주 오래전 어느 해 스승의 날이다.

"안녕~~~"

"안녕하십니까~~~"

강의실 문을 열면서 통통 튀는 목소리로 학생들과 인사를 나눈다.


강의실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칠판에 스마일 이모티콘을 그린다.

"준비들 됐지?"

무표정으로 있던 녀석들이 억지로라도 웃으려 애를 쓴다.


"웃으면?"

"가점이요~~~ "

녀석들이 키득키득으로 시작해서 책상까지 들먹이며 깔깔거린다.

"안 웃으면?"

"감점이요~~~"


"혹시 안 웃을 예정인 사람 손 내려!"

녀석들이 모두 손을 들면서 왁자지껄 난리다.


"굿굿굿! 스마일은 뭐다?"

"교재요~~~"


영어를 하려면 컨디션이 좋아야 더 효과가 있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기분이 다운되면 옆에 앉은 짝꿍이 말을 시켜도 대답도 하기 귀찮다.

한국말도 하기 싫은데 영어가 될 리가 없다. 게다가 영어회화시간이라 짝꿍이랑 대화연습을 해야 하니 기분을 업시키고 방긋방긋 웃어야 짝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매 학기 인스트럭션 시간에 주의사항으로 영어시간에 스마일을 빼놓고 강의실에 들어오는 것은 곧 교재를 가지고 오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음을 공지한다. 그래서인지 처음엔 어색해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 수업시간에는 학생들이 대부분 밝은 편이다.


물론 웃을 수없는 상황에 처한 경우도 있겠지만 '억지로 웃어도 효과가 있다'며 웃음의 효과를 강조한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영어는 물론이고 왜 웃어야 하는지 인생에서 유머가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늘 강조하는 나이기에 강의실에서 단 한 번도 웃지 않은 적이 없다.



(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린다 피콘: 책이 있는 풍경)


스승의 날이라고 교탁에 꽃과 캔커피가 있다.

"과대... 민성이 어딨지?"

"저 여기 있습니닷!"

"그래 과대표가 스승의 날이라고 수업시간마다 신경 쓰느라 고생했네 고마워!

그런데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라며 말끝을 흐리니...

녀석들이 뭐지? 뭐지? 눈이 초롱초롱 내 입만 쳐다본다.


"그런데 말이야... 오늘 스승의 날 맞냐고~~~"

"넵! 맞습니다!"

"난 아닌 거 같은데?

아니~~~

어린이날 어린이는 학교에 안 가는데 말이지!

스승의 날 스승은 왜 학교에 가야 하냐궁! 쳇!"


그제야 녀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친다.

"아~~~ 교수님 맞습니다."


이럴 때 꼭 튀는 녀석들이 있다.

"교수님 오늘 스승의 날 푹 쉬십시오."

"김 민호!"

"넵!"

"니가 뭔데 쉬어라 마라야 ㅋㅋㅋ"


녀석들이 책상을 두드리며 오버액션이다. 휴강으로 몰아가려는 수작들이다.

"쉿! 좋아 그럼 스승의 날이니 스승인 나만 쉬고 니들은 파트너랑 회화 연습하도록!"
"우~~~ 교수뉨~~~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난리 났다 난리 났어!



(사진:네이버)


한 바탕 웃고 나서 마무리를 한다.

"오케이~ 나도 오늘 수업하고 싶은 생각 1도 없지만 그래도 왔으니까 수업하는 척은 하다 가자!"

"우후~~~ 교수님 스승의 날 축하드립니다~~~"

"오냐! 오늘은 4교시 안 하고 3교시만 수업한다!"


철딱서니 없는 스승이 스승의 날 저랬다.ㅋㅋㅋ


그도 그럴 것이 그 해 스승의 날 가족처럼 지내는 캐네이디언 로빈(Robin)으로부터 스승의 날 축하 메세지가 담긴 이메일을 받았다. 스승의 날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가야 하고 정상수업을 해야 하니 너무 슬프다는 나의 답변에 로빈이 '스승의 날은 스승을 위한 날인데 납득하기 힘들다' 안타까워 하셨다.


내 인생에서 로빈은 참으로 소중한 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상당히 많은 관점에서 쿵작이 맞는다. 스승의 날에 대한 견해 또한 나와 1도 다르지 않기에 너무나 반가운 메일이었다.


아주 오래전 스승의 날이었지만 암튼 그 이후로 나는 스승의 날마다 녀석들에게 수업하기 싫다며 스승의 날은 반드시 공휴일로 제정되어야 한다고 부르짖었다.ㅋㅋㅋ



그리고...

늘 진실을 말한다.

이렇게...





나는 스승의 날이 싫다고!

학교도 가기 싫다고!

수업은 더 하기 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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