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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Aug 06. 2021

애호박 만두 만든 날...

31년 만에 알게 된 새로운 사실!

신선한 제철 채소는 값비싼 보약보다 몸에 좋다. 

뙤약볕 아래서도 꿋꿋하게 버티는 강한 생명력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애호박이다.

가격도 저렴할 뿐 아니라 먹는 방법도 다양하니 그야말로 만만한 식재료 중 하나이다.

집에서도 음식점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으니 눈에 익숙하고 맛에 친근하다.


<호박... 엄마>

"(킁킁킁) 엄마 엄마 엄마~~~~"
"아이구 또또또 하루에 엄마를 몇 번을 부르슈 ㅋ 한 번만 불러도 다 들음세."

"글게 난 왜 한 번만이 안돼쥥? 아니 엄마엄마엄마 ~~~ 뭐 만들어? 냄새가 넘 맛있당."

"으이구 코가 귀신아니래까봐 언니는 물어보지도 않는구만 ㅋ 호박전 부쳐요."

"우왕~~~ 맛있겠당. 그그그그 간장두 뿌리는 거 그거 하는 거얌?"

"예예예~~~"


엄마는 명절 때 부치는 호박전과 달리 가끔 양념장을 얹어 짭조름 한 양념 호박전을 만든다.

어릴 때는 호박전 본래의 맛은 몰랐고 양념장 먹는 맛에 호박전을 좋아했다.


<호박... 시골엄마 (시어머니)>

시댁에서 집에 갈 채비를 할 즈음이면 항상 어머님이 싸주시던 거, 늙은 호박이다.

어머님이 주신 늙은 호박은 부기제거에 좋다하니 호박즙을 만들어 약으로 먹으면 좋다.


몸에 좋다니 육 남매는 서로 좋은 놈을 가져가려고 나름 눈치를 본다.

눈치를 보는 건 자유지만 선택권은 없다. 어머님은 항상 '집안에 맏형이 잘되야 한다' 시며 큰 형님에게

가장 똘똘한 놈을 먼저 주신다. 어머님의 결정에 아무도 태클을 걸지 않는다.


다만 누구나 예상하는 일이 벌어진다.

막내며느리 (나)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으시는 아버님이 훅 들어오신다.

"막내이는 학교 가서 아들 갈치고 바뿌이 ... 내가 호박즙 해가 갖다 주꼬마."


호시탐탐 막내 집에 올 기회를 노리시는 아버님에게 늙은 호박은 늘 좋은껀수였다.


늙은 호박을 보면 항상 생각이 난다.

어머님... 그리고 아버님.


<호박... 언니>

"캬~~~ 기가 막힌당. 언냐 호박에 무슨 짓을 한겨? 넘 맛있는뎅?"

언니의 대답은 어떤 칭찬을 어떻게 해도 늘 똑같다.

"한 거 없어~~~~ㅋㅋㅋ"

"에이 또 겸손은... 한 개 없긴 언능 불어. 어케 이런 맛이 나냐궁! 음... 미원? ㅋㅋㅋ"

"아냐~~~ 미원은 개뿔! 새우젓만 넣었는뎅?"
"오마낫 새우젓만으로도 이케 맛있구낭~~~"
"글구 볶기를 잘 볶아야쥐 아삭아삭할 정도만."

"근깡 그게 기술이란거쥥."


기름에 달달 볶다가 간장으로 맛을 낸 엄마표 호박볶음을 언니는 젓갈을 좋아하는 형부 때문인지 새우젓 호박볶음으로 기가 막히게 만든다.


뭘 해도 휘리릭 뚝딱 맛깔나게 음식을 하는 언니는 얼굴도 끝내주게 이쁘다.

게다가 키도 크다.

한 뱃속에서 나온 나는...

키가 작다.


'엄마~~~

쳇! 둘째 딸 만들 때 넘 신경 안 쓴 거 아니셩!ㅋㅋㅋㅋ'



<호박... 홍 집사(남편)>

"오늘은 기필코 애호박 만두를 해야겠어."

"애호박 만두? 왜?"

"왜라니? 맛있으니까!"

"이 더운데?"

"할 수 있는뎅?"


애호박 만두를 만들겠다는 나의 의지에 홍 집사(남편)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얼마 전에 우연한 계기로 난생처음 애호박 만두를 만났다.

단골 음식점에서 주문한 음식을 찾아 나오려는데 주인장께서 머쓱해하며 뭔가를 주신다.


"엉? 사장님 이게 뭐예요?"

"애호박 만두예요. 1년에 한 번 여름에 해 먹어요.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데... 맛보시라고요."

"헉! 애호박 만두요? 저저저저저저는 첨 들어봐요."
"그러니까요. 모르는 사람도 많아요. 암 거두 안 들어가고 애호박이랑 양파만 넣은 거예요."

"우왕~~~ 저는 만두같이 생긴 건 다 좋아요. 만두 귀신이에요. ㅋㅋㅋ 너무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그렇게 음식점 사장님이 맛보라고 7~8개? 주셨는데 맛이... 맛이 기가 막힌다.

애호박 만두라~~~ 내 입맛엔 신세계를 만난 기분이다.


"여보~~~ 넘 맛있다 그쥐?"
"난 ... 그냥 그런데?"
"구뢔?"


홍 집사의 시큰둥한 반응에 '입맛이 없나?' 했다.


내 입맛엔 신선한 맛이기에... 야심차게 만들어보련다.

"여름에 해 먹는 별미라니까 나도 한 번 해봐야겠어."


난생처음 먹어본 애호박 만두, 배운 대로 도전!



여름 별미 애호박 만두!

Goooooooooooooooo!









ㅡ이작가야's  애호박 만두 ㅡ

Yummy!

요리 준비!

재료 (25개 정도)
애호박: 2개 (큰 것)
만두피: 시판용
돼지고기: 600g
두부: 1/2 모
부추: 1/2 단
숙주: 1봉
당면: 200g
다진 대파: 2대
계란: 3개
소금: 1큰술
굴소스: 1큰술 (선택)

(소금: 2큰술- 호박 재우기)

돼지고기 양념:
소금 1큰술
간장 1큰술
생강즙 2큰술
다진 마늘: 2큰술
맛술: 2큰술
참기름: 2큰술
후추






Yummy!

요리 시작!


요리를 잘하는 비결 중에 하나는 요리를 하는 '순서' 이다.

특히 조금 손이 많이 가는 요리 일 수록 그 순서가 정말 중요하다.


만두 역시 준비할 게 많은 요리라 무엇을 먼저 할지 결정해야 한다.

당연히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당면을 미지근한 물에 30~40분 정도 불려야 하기에 당면을 제일 먼저 물에 담그고 다음 단계로 간다.


고기 밑간을 해 놓자.

준비한 재료를 넣고 조물 조물 ~





밑간이 짭조름~~~되고 있는 중!





애호박 채 썰 준비!





살짝 굵게 채를 썬 애호박에 소금 솔솔 10분 정도 재워~

물기를 쪽 짜냄!






고기를 밑간하고 호박을 소금에 재우는 동안 재료 준비!

숙주는 깨끗이 씻어 ~~~






끓는 물에 살짝 1분 정도 데침!

찬물에 헹군 후 역시 물기를 쪽!





두부는 면포에 싸서 물기를 쪼~~~ 옥!





부추도 송송!





대파도 질세라~~~

"저도 송송 썰어 구다사이!"





30~40분 동안 물에 불려놓은 당면을 끓는 물에 3~4분 정도 삶아!





삶은 당면은 찬물에 헹궈 물기를 촥 빼서~~~





잘게 잘게 ~~~ 컷!





우왕~

준비된 재료 집합!





색깔이 알록달록 이쁘닷!





소금, 후추, 참기름, 굴소스(선택) 촥촥!

그릇이 좀 작은 걸ㅠㅠㅠ

그람 큰집으로 이사!





재료를 섞어~

쉐킷 쉐킷!





똥 손으로 최선을 다해 빚어봐~





찜통에 넣은 물이 끓으면 ~

만두를 넣고 뚜껑을 닫은 후~

중불에서 8분 고고고!

불을 끄고 3분 뜸들임!





이거슨

이열치열!

김이 모락모락 애호박 만두 완성이다.





아웅 맛있겠당!





반질 반질 만두 피좀 보소!

오호랏!

호박이 보인다 보염!





조심조심 뜨거운 만두를 접시에 딱, 양념간장도 따라왓!

만두 가운데를 딱 갈라 양념장을 또르르~~~

한 입에 쏙 넣으니...






"우왕~~~ 내가 했지만 넘 맛있당.

여봇! 언능 하나 먹어보슈!"


마지못해 맛을 본 홍 집사를 다그친다.

"어때 맛있쥥!"

홍 집사 표정이 이맛도 저 맛도 아니다.


"왜? 맛이 없어?"

"아니~~~"

"그럼 그 표정은 뭐얌!"

"내가..."

"웅 니가 ㅋㅋㅋ 뭐!"
"내가 사실 호박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거든?"
"엥? 뭐래니 ㅋㅋㅋ 니 시골촌눔아이가! 아니 ㅋㅋㅋ 호박이 왜?"
"그 익었을 때 물컹한 식감이 그냥 좀 그렇더라구."

"꺅~~~ 진짜? 난 딱히 좋아한다 생각은 안 했지만...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꿈에도 몰랐네?"



그러고 보니 내가 호박은... 주로 찌게에 넣었던 것 같다.

아니면 호박전을 가끔 했고...

호박 볶음도 마찬가지로 자주 하진 않았다.


아하~~~ 주로 찌게에 넣은 호박은... 내가 너무 좋아해서 내가 다 먹었나 보다.

그러니 딱히 좋아하지 않는 홍 집사는 티 내지 않고 안 먹을 수 있었던 게다.


"와~~~ 완전 깬다 ㅋㅋㅋ 그래서 호박 만두 한다 할 때 시큰둥했구먼 ㅋㅋㅋ"

"뭐 그렇지. 덥기도 하고."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다.

결혼한 지 올해가... 그러니까 31년째인데 홍 집사가 호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것도 음식점 사장님이 맛보라 주신 '호박 만두'를 계기로 알게 되었으니 그도 아니었음 아마도 죽을 때까지

몰랐을 수도 있다.


"아니 근데 말이야. 시골은 호박이 흔하지 않아? 엄마가 자주 해주셨을 거 아냐."

"그렇지도 않아. 늙은 호박으로 약을 해 먹으니 애호박은 그냥 놔뒀지.

가끔 엄마가 해주는 건 아삭아삭해서 잘 먹었지만."


"오잉! 이건 머선 129!

그니까... 내가 한 호박볶음은 엄마가 한 거만큼 식감이 안 좋았다?"
"ㅋㅋㅋ 그걸 꼭 말을 해야 알아?"
"에라이 ㅋㅋㅋ"



부부라는 게 참 재미있는 관계이다.

31년을 살았는데 처음 안 새로운 사실이 신기하다.

그야말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니 31년이나 살아보니 그나마 조금 알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알고 있으려니 하지만 1도 모르는가 하면...

절대 모르겠지 하지만 눈빛만 봐도 다 알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찌게에 동동 떠다니는 호박을 워낙 좋아하니 한 밥상에서 밥을 먹으면서도 '맛있다 맛있다' 하며 호박을 먹을 줄만 알았지 홍 집사가 호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이거이 ~~~ 스미마생이구만ㅠ 내가 좋으니 니도 좋은지 알았지 ㅋㅋㅋ"

"얼라가 그렇지 뭐. 지 입에 맛있음 됐다 아이가 ㅋㅋㅋ"

"우쒸!"



최근 계속되는 폭염과 소비의 급감으로 인해 가격이 폭락한 애호박을 폐기하기에 나섰다는 소식을 접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에서 응원의 주문이 폭주해 다행히 애호박 농가들도 힘을 내고 있단다.


애호박 만두를 만들면서 나도 왠지 응원에 동참한 듯하여 뿌듯한 마음이다.

그 마음을 더해...

호박 만두소를 많이 만들어 놨으니 감자 나눔 주신 옆집에도 드려야겠다.


그리고 더 두루두루 살펴야겠다.

사랑하는 내 짝꿍의...

나도 모르는  다른 좋아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을까...






음식은

추억이고

사랑이고

그리움이고

감사함이다.

그래서

음식

이야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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