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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Aug 13. 2021

폭염여도 생일은 생일!

올해는 흰 쌀밥에 미역국... 좋아하는 반찬으로다가~

"생일은 무슨... 너무 더워 아무것도 하지 마. 진짜야 여보!"

"알았어ㅠㅠㅠ"


홍 집사(남편) 생일은 한 여름이다.

한 여름 복더위라 해마다 생일이면 땀을 찔찔 흘리면서 생일상을 차린다.

매일 생일도 아니고 1년에 한 번이니 일도 아니다.


그런데...

올해는 장난 아니다. 계속되는 폭염 속에 입맛도 잃을 지경이다.


본인을 위해 뭘 해달라고 하는 캐릭터가 아닌 홍 집사이기에 생일만큼은 더 알아서 정성껏 생일상을 차려줬는데

계속되는 폭염에 대략 난감이다.


집을 짓는 동안 임시주택에서 살고 있다.

주방도 좁고 모든 게 불편하다. 그러니 이번 생일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홍 집사가 쫓아다니면서 당부를 한다.

그래도 어디 그런가...

그냥 지나갈 수는 없다. 다만 제대로 하긴 넘 덥고 복잡하다.


미역국은 끓여야 한다는 내 고집을 꺽지 못하고 장을 보러 가는 중이다.


"당신은 차에 계슝! 금방 미역만 사 올 테니."

"진짜 미역만 사! 진짜 암거도 하지 마. 힘들어 ㅠㅠㅠ"

"아구아구 알았다궁!"


홍 집사 입을 막고 후다닥 마트를 향한다.

미역, 국거리 고기, 소불고기 감을 산다.

그리고...

갖가지 나물 대신 홍 집사가 좋아하는 녀석을 고른다.


'소세지'ㅋㅋㅋ


추억의 분홍 소세지, 업그레이드 비엔나 소세지도 장바구니에 담는다.

이번 생일상은 미역국에 소불고기 쌈 그리고 소세지 부침이다.


소세지도 쌈채소도 홍 집사가 아주 좋아하는 메뉴다.

제대로 생일상을 못 차릴 바엔 좋아하는 거로 가자.


"당신 좋아하는 소세지 부쳐줄껭!"

"좋쥐!"


혈당관리를 하기 시작한 후로는 인스턴트식품, 밀가루, 당류 등을 최대한 섭취하지 않는 식단을 이어왔기에

생일이라도 아이에게 장난감 사주듯 평소에 먹지 못하는 불량식품 먹는 짜릿함을 맛보게 한다.


폭염 중 생일 상 차리러 가즈아~~~









소고기 (600g)에 간 마늘 1큰술 반을 척!




간장 12큰술 쭈르르~~~





양파도 한 개 갈아 넣고!





올리고당 3큰술도 찌이익~~~

설탕 3큰술 슉슉!

후추 솔솔!

참기름도 3큰술 또르르~~~

매실도 있으면 2큰술 넣고...


조물조물!





대파 1대!

양파 1개

당근 1/3개

버섯 1개

채 썰어 준비!





양념한 고기에 야채를 척!





조물 조물 버무려 간이 배는 동안?





당면 한 줌 미지근한 물에 불려~~~





미역도 불려놓고!

(15g 10분 정도)





달군 냄비에 참기름을 붓고 중불에서 불린 미역, 국거리 고기도 넣고 달달 볶음!

(소고기:200g, 참기름 2큰술)





달달 볶다가 물 (7컵 정도)을 붓고 센 불에서 끓이다가...

( 이때 국간장 3큰술, 간 마늘 1/2큰술)

중불에서 20분 더 끓여~~~

(이때 참치액젓 1큰술 반 추가!)






밥은

잡곡을 준비했는데...





생일이니 흰쌀밥이 드시고 싶으시다네.

뭐 어려우이~

생일이니 흰쌀밥 해드리리다!


다시마 한쪽

아보카도 오일 한 방울!





고슬고슬~~~

맛있겠다!





다시마 두쪽 물에 담가 준비! (선택)





양념해둔 고기에 불린 당면을 넣고 센 불에서 1~2분 볶다가~~~





다시마물을 붓고 쉐킷 쉐킷~

후추도 솔솔!





소불고기 볶음 완성!





추억의 분홍 소세지 지글지글 ~~~





올리브유를 충분히 두르고 오동통 비엔나 소세지랑 양파를 센 불에 휘리릭!





생일이니 기분이다!

토마토케첩도 츄르릅~~~





통후추 솔솔 마무리~~~





소세지 올드 앤 뉴!





소불고기 쌈이랑 곁들일 참나물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준비!





참나물 (90g - 1/3 작은 팩)

양념장: 진간장 1큰술 반, 깨소금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반, 식초 1큰술, 참기름 1큰술, 설탕 1/2큰술


양념장에 살살 버무림 끝!





폭염에 집 나간 입맛 찾아줄 상큼한 참나물 무침!





아우 상큼 상큼!





홍 집사 좋아하는 쌈채소 집합!





흰쌀밥에 미역국, 불고기, 쌈채소, 소세지, 참나물 무침!





"아니 뭘 이리 많이 했어 힘들게!"

"그니까 이런 마눌 또 없쥥ㅋㅋㅋ"

"고생해쑤... 아리가또~~~"

"맛이 어떨지 몰것네. 넘 더워서 간도 모르겠어 ㅠㅠㅠ"

"그니까 지금 맛없을까 봐 선수 치는겨."
"암튼 눈치는 삼백 단여."

"ㅋㅋㅋ잘 먹겠습니다~~~"

"차린 건 없어도 많이 드슝."




가난한 집 육 남매 막내로 태어난 홍 집사...

생일선물이라고는 어머님이 밭에서 주신 주먹만 한 수박이 전부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마음이 짠했다. 

그리고...

31년을 함께 한 세월에 31번의 생일을 함께 했다.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이지만 흰밥에 미역국, 소불고기, 소세지...


이거 저거 다 생략한 엉터리 생일상이지만 좋아하는 거로다가 한 상 차리니 마냥 좋아한다.

그러니...

내 마음도 조으다.



"여보~ 내년 생일 엔 집 마당에서 찐하게 한 상 차려줄게!"

"오~~~그맘 변치 말아야 할 텐데 ㅋㅋㅋ"

"에라이~"







음식은

추억이고

사랑이고

그리움이고

감사함이다.

그래서

음식

이야기가

좋다.


ps: 지난주 더운 날 홍 집사 생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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