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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Aug 21. 2021

콩나물 국 이야기

콩나물국에서 손을 뗐다!

<콩나물... 꼬맹이때>

"콩나물 많이 먹어야 키가 커요. 언니 좀 봐 아무거나 다 잘 먹으니 키가 쑥쑥 크잖우."

"언니는 공주가 아니어서 그래. 메롱 ㅋㅋㅋ"


꼬맹이때 엄마는 아무거나 주는 대로 잘 먹는 언니와 먹기 싫은 건 입에도 안대는 나를 비교하셨다.

비교한다고 달라질 내가 아니었다만 언니는 키가 크고 나는 키가 작으니 콩나물에서는 깨갱깽 할 말이 없다. 결국 '언니는 공주가 아니어서 그렇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을 쫑알거리며 끝까지 콩나물을 먹지 않았다.


콩나물을 먹어야 키가 크고 시금치를 먹어야 힘이 뽀빠이처럼 튼튼하다며 나물을 먹지 않는 아이들에게 엄마들이 어떻게든 꼬드겨 먹이려고 했던 멘트를 나 또한 아들이 어릴 때 똑같이 했다.


"아들 콩나물 먹어야 키가 커요.ㅋㅋㅋ"

"엄마 웃겨?"

"웅 ㅋㅋㅋ"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엄마랑 똑같이 말한다.


'사실 엄마는 꼬맹이때... 아들보다 더 안 먹었거든ㅋㅋㅋ 그래서 쬐끔 찔려서리ㅋ웃음이나네.'





<콩나물... 엄마 콩나물국>

"아유 밥을 또 안 먹고 나가누 ㅠㅠㅠ"

"바빠 바빠 못 먹어 엄마 미안."

"그럼 콩나물 국이라도 후루룩 마시고 나가야지 술이 깨지."

"그럼 함 마셔 볼까 낭ㅋㅋㅋ"


후루룩 콩나물국을 들이켠다.

"캬~~~ 시원하닷! 역쉬 김여사~~~쏴라있네!"

"으이구 어쩌면 그렇게 아빠랑 똑같으슈. 리엑션은 암튼 ㅋㅋㅋ"


뜨거운 콩나물국을 시원하다며 한 대접을 다 비운다.



술보다 술자리를 좋아한다.

하하 호호 까르르 깔깔 시원한 맥주에 골뱅이 한 접시 놓고 유머 팍팍 치면서 좋아 죽는다.

그렇게 철딱서니 없는 나는... 꼬맹이때 그렇게 엄마가 꼬셔도 먹지 않았던 콩나물과 친해졌다.


펄펄 끓는 뚝배기에 온몸을 푹 담가 술꾼들의 속을 달래주는 콩나물!

나는 선지, 머리 국밥 등 고기를 넣은 해장국보다 콩나물 해장국을 더 좋아한다.


삼 남매 중 아빠를 닮은 언니와 나는 술을 마실 줄 알고 막내 남동생은 술을 잘 못한다.

아들도 아니고 두 딸의 해장국을 즐겁게 끓여주신 엄마...


참 멋을 아는 멋짐 뿜 뿜 김여사...

그 시절에 딸들이 한잔하고 귀가를 해도 말없이 아침에 주막집 주모처럼 콩나물국을 끓여주신 엄마다.

비가 오니 엄마 콩나물 국이 더 그립다.




<콩나물 ... 언니 콩나물국>

엄마가 끓인 콩나물국을 언니도 똑같이 맛을 낸다.

어쩌다 언니네 집에 가면 저녁에 한잔하고 아침에 언니가 콩나물 국을 끓인다.


"캬~~~ 이 맛이야. 엄마보다 더 맛있네 ㅋ 콩나물에 무슨 짓을 하신겨?"
"무슨...걍 끓인겨. 엄마 콩나물국이 더 맛있지."

"뭐래니.

엄마가 없으니 하는 말이지ㅋ 언니가 끓인 게 더 맛있어."


"엄마 있음?"

"당근 엄마지 ㅋㅋㅋ""

"에라이~"


언니가 끓여준 콩나물국을 먹어본 게 기억도 안 날 정도로 가물가물하다.

언제 다시 먹어보려나...


"날이 더워 뭐 해 먹어?"

"마트에서 콩나물 샀어. 콩나물 냉국 하게."

"캬~~~ 맛있겠당."


언니 콩나물 국 생각만 해도 침이 꼴깍 꼴깍이다.



<콩나물... 홍 집사(남편) 콩나물국>

어느 날 아침 해장국집이다.

가끔 아침 산책을 하고 홍 집사랑 눈이 맞으면 아침에 문을 여는 국밥집에 간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홍 집사가 선지, 양(소고기 양)이 많이 들어간 해장국을 너무 좋아한다.


나는 선지, 양을 좋아하지도 않거니와 집에서는 할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식당에 가야 해결되는 메뉴이기

때문에 해장국집을 간다.


선지, 양 해장국은 싸게는 칠천 원에서 비싸게는 만원까지도 받는 집이 있다.

홍 집사는 양을 많이 넣은 해장국을 시키고 나는 콩나물국을 시킨다.





아침에 문을 여는 맛집을 가려면 작정하고 멀리 가야 하니 그냥 가까이에 있는 집을 검색해서 갔는데...


'두 번째로 맛있는 해장국집' 이라고 쓰여있다.

참 익숙한 문구다.

얼마나 많이 속아본 문구인가 ㅋㅋㅋ


콩나물국 첫 술을 뜨자... 멘붕이다!

기가 막힌 비주얼인데?

맛이 꽝이다. ㅋ





같이 먹는 홍 집사까지 맛없을까 봐 할 수 없이 깨작깨작 숟가락을 내려놓지 않는다.

캬~~~

어떻게 보기 좋은 떡이 이렇게 맛이 없을 수가 있을까 ㅋㅋㅋ





식당에서 나오면서 홍 집사가 한 소리 안 할 리가 없다.


"맛없지?"

"말해 뭐해 ㅋㅋㅋ 맘 같아선 그케 맛없게 끓이는 비법 좀 알려달라고 하고 싶었어 ㅋㅋㅋ"

"그 정도야? ㅋㅋㅋ 나만 잘 먹었네?"

"한 사람이라도 잘 먹어야 분하지 않지."
"맛이 어떤데?ㅋㅋㅋ"


"맛?"
"웅"

"없다니깐!  맛 ㅋ 없어 ㅋ 맛ㅋ 없어 ㅋ 참 신기하단 말이지."

"뭐가?"
"아니 새우젓을 조금만 넣으니 맹탕이어서 ㅋㅋㅋ 다 넣었단 말야... 봤잖아."
"근데?"

"근데? 맹탕이야 ㅋㅋㅋ 뭐냐구 어떻게 콩나물도 많이 들었던데 아무 맛이 안나냐구 ㅋㅋㅋ"


그러니까...

"정말 완전 나만 먹기는 세상 억울한 맛 ㅋㅋㅋ"


아침부터 맹탕 콩나물해장국 덕분에 진짜 눈물 콧물 다 빼며 배꼽을 잡고 웃었다.




다음 날 홍 집사가 콩나물을 사자고 하더니 콩나물국을 끓여준단다.


"웬 콩나물국? 당신 한 번도 안 끓여 봤잖아?"
"그래서 내가 어디서 찾아봤지. 기가 막히게 끓여주께 조또마떼 구다사이 ㅋ"


식탐 끝판왕인 나는 뭘 맛없게 먹고 나면 분이 안 풀려 꼭 맛있게 한번 먹어줘야 분함을 잊는다.


"오호랏! 분을 풀어주시겠다 ㅋㅋㅋ 조아 ~~~ 대신 맛없음 알쥐 ㅋㅋㅋ"

"뭐!"
"콩나물 한 개에 한대다! ㅋㅋㅋ"


복수를 해 준다는 홍 집사 표 콩나물국!

Gooooooooooooooooooooooooo!




집사님's  콩나물국ㅡ

Yummy!

요리 준비

재료
콩나물 -200g
물 - 1리터
간 마늘 - 1 큰술
다진 대파 -1큰술 -선택
참치액젓 - 2 큰술
새우젓 - 각자 입맛대로
고춧가루, 청양고추- 선택





Yummy!

요리 시작

냄비에 물을 붓고 물이 끓으면 콩나물, 참치액젓을 넣고 (청양고추- 선택)

4분 끓이다가 마지막에 간 마늘을 넣고 1분 더 끓인다.




불을 끄고 3분 정도 뜸을 들여~~~





먹기 전에  새우젓으로 입맛에 따라 간을 한다.

고춧가루도 곁들임 얼큰 맛을 즐길 수 있다.


날이 더울 땐 식혀서 냉콩나물국도 굿!




"우와~~~ 기가 막힌 당! 어케 이런 맛이 나지? 맹물에 했담서?"
"그게 기술이지 ㅋ"

"아니 진짜 맛있다니까."

"참치액젓 맛이지 ㅋㅋㅋ"

"그래도 그렇지 이건 완전 반칙야."


홍 집사 어깨가 순식간에 천정에 붙었다.


며칠 후...

살짝 쓸데없는 승부욕이 스멀스멀 올라와 마트에서 충동적으로 콩나물을 집어 들었다.

맹물이 아닌 멸치 육수를 내서 콩나물국을 끓이려는 속셈이다.

멸치, 다시마를 넣고 육수를 내서 체에 밭쳐 맑은 육수로 끓였는데...


"우왕~~ 국물 죽인 당! 맛있지 맛있쥥~~~~~?"


이런!

홍 집사 표정이 떡이다.

"무슨 짓이고?"

"왜?"

"그그그그그 표정은 뭐냐궁!"
"살짝 비리지 않아? 난 그런데?"

"멸치가 상태가 안 좋나?"

"아니! 내가 상태가 안 좋다 왜 ㅋ"



나는 고양이 뺨치게 생선을 좋아하는데 홍 집사는 생선이던 멸치던 비린맛을 좋아하지 않는다.


"당신 입맛이 이상한 거 아냐?"

"아닌데 좀 비린데?"

"그럼 먹지 마!"


이런 된장!

슬며시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불덩이가 훅!!!!

올라오지만 여기서 처참하게 패배할 수는 없다.

뭐라도 득이 있어야쥐!


"앞으로 나는 콩나물국 손 뗀닷! 콩나물국은 이제 니가 끓이는 거로!"
"콜!"


이래서 또 하나 넘겼다 ㅋㅋㅋ

아우 조으다 ㅋㅋㅋ


이딴식으로 한 개씩 개판 치면?

서서히...

한 개씩 넘길 수 있당~

우후~~~~






음식은

추억이고

사랑이고

그리움이고

감사함이다.

그래서

음식

이야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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