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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Aug 27. 2021

1타 3피?회, 탕,죽!

1편:1타 2피-탱글탱글활어회, 얼큰매운탕 수제비


이사 오기 전 동네에 단골 회집이 있었다.

회도 싱싱하고 회를 뜨고 남은 매운탕거리를 오천 원에 파는 데 맛이 기가 막힌다.


매운탕을 끓이면 양이 만만치 않아 혼자 먹기는 부담스럽고 또 남을게 뻔하니 홍 집사(남편)랑 둘이 먹을 때는 매운탕거리는 추가로 사지 않는다.


홍 집사는 매운탕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매운탕을 좋아한다.


좋고 싫음을 떠나 무엇보다...

매운탕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코가 벌렁벌렁 입이 씰룩씰룩 기분이 좋아진다.


이유는...


아빠 생각 때문이다.


어릴 때 아빠는 낚시를 가실 때마다 꼭 둘째 딸인 나를 데리고 가신다. 어쩌다 언니도 가긴 하지만 거의 내가 아빠를 따라갔던 것 같다. 아빠가 고기를 잡는 날은 많지 않다. 고기를 잡지 못하신 날은 낚시터 앞에 있는 가게에서 물고기를 사서 집을 향하신다.


물론 나는 아빠랑 입을 맞춘다.


어떻게?

'아빠가 잡은 거로ㅋㅋㅋ 가족들한테 쉬 ㅠㅠㅠ'

기억은 안 나지만 한 마리당 10원이든 20원이든 암튼 아빠는 내 입을 막으셨다.


물론 엄마는 번번이 아빠가 사 온 물고기를 잡은 물고기로 속아주신다.


아우 김여사 센스 센스 ㅋㅋㅋ


아빠가 그리도 물고기에 집착을 하신 이유 중에 하나...

바로 매운탕이다.

매운탕을 워낙 좋아하시는 데다가 또 직접 끓여주셨는데 아마도 그 재미이셨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 삼 남매는 아빠의 취향에 이끌려 어릴 때부터 매운탕을 먹었다.

살짝 매웠을 법도 한데 어쨌든 내 기억에 남아있는 매운탕은 빨간색이다.


홍 집사가 매운탕이 싫다고 할 때마다 스멀스멀 심통이 날 때가 있다.

그럴 땐 영락없이 한 방 메겨야 속이 시원하다.


"으이구 암튼 물구경 못한 티를 내셩 ㅠㅠㅠ 가끔 아빠가 끓여준 매운탕 생각나는데...

언제 한번 메기매운탕 맛집 가서 시원하게 먹었음 좋겠당."

"아니 뭐 어려워. 가면 되지."


말이 그렇지 좋아하지 않는 1인과 좋아하는 1인이 가서 시키기에는 무모한 메뉴이기도 하기에 말뿐이지...

딱 한번 갔던 기억이 난다.




이사를 와서 싱싱한 회를 떠주는 식당이 벌써 단골이 됐다.

회도 싱싱하지만 매운탕을 끓일 수 있는 매운탕거리를 같이 준다.

양념은 물론 내가 좋아하는 수제비 반죽도 앙증맞게 방긋 웃고 있다.


따로 매운탕 거리를 사야 할 때는 굳이 사 먹지 않았는데 회 가격에 포함되었다며 함께 주니 이건 뭐 빼박이다. 회를 먹고 자연스럽게 매운탕을 끓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제비도 주니 제대로 된 매운탕 수제비가 푸짐하다. 맛은 더도 덜도 말고 그냥 정답이다.


왜?

매운탕 양념이 신의 한 수다.

백퍼 조미료가 숨어 있을 테니 말이다.

감칠맛이 착착 감긴다.


'우와~~~ 이 감칠만 나는 맛! 바로 이맛이지!'


흠...

그렇다면 추정컨대 아빠의 매운탕에도 그때 그 시절 미원이란 것이...

캬~~~

그렇지! 그렇고 말고!

아빠 매운탕의 정체가 미원이었네 ㅋㅋㅋ.



자 그럼 아빠의 매운탕을 추억하면서...

매운탕 먹기 전에 회 한 점부터 시작해볼까나!



<1타 1피>

탱글탱글 회한점에 소주 한잔 짠!

아우~~~ 광어 빛깔 좀 보소!



(싱싱한 광어회)



<1타 2피>

회를 맛나게 먹었으니 이제 탕으로 가즈아~~~~


매운탕 끓이기!


매운탕거리 회감을 깨끗이 씻는 게 포인트!

특히 핏물이 고여 있는 부분을 깔끔하게 씻어내야 비리지 않다.




냄비에 물을 붓고 깨끗이 씻은 매운탕 거리와 큼직하게 썰은 무를 넣고 센 불에서 끓인다.

10분!





뼈 육수가 뽀얗게 우러나면 중불로 줄여 좀 더 끓임!

10분!





매운탕 양념을 넣고 더 팍팍 끓이기!

10분!





진하게 국물이 걸쭉해지면 수제비를 먹기 좋은 크기로 떼어 풍덩!





뼈를 골라내지 않은 이유는 육수를 더 진하게 우려내기 위함!





대파 양파도 따라 들어 갓!





수제비를 넣고 10분 더 끓임!





불을 끄고 쑥갓, 홍고추 척!


꺅~~~

착착 감기는 이맛!

조미료를 이길 것이 무엇이뇨 ㅋㅋㅋ







매운탕을 맛있게 먹고 나니 국물이 진국일세!

진국을 버리는 건 죄!

흠...

어쩐다?

어쩌긴!


어죽까지 가즈아~~~


매운탕 거리에 포함된 양념장 덕분에 모처럼 입에 착착 붙는 조미료 맛에 취한다.

얼마 만에 맛보는 감칠맛인가.

역시 조미료는 어마 무시하다.ㅋㅋㅋ

리스펙!


그런들 어떠하리!

정체 모를 양념장이지만 맛있으면... 그거면 됐다.

게다가 아빠를 추억할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매운탕인가.



"아빠! 아빠 둘째 딸 한 번도 엄마한테 불은 적 (ㅋ) 없읍니닷!

감사하게도 엄마가 한 번도 묻지 않으셨으니요 ㅋㅋㅋ"




-매운탕 양념을 만들어야 할 경우 재료-

-매운탕 재료-
광어(소)- 매운탕거리
물 - 10컵
쑥갓
대파
양파
홍고추
후춧가루, 소금- 선택
---------
-양념장-
고춧가루 -6~7큰술
된장 - 1큰술
고추장 - 1큰술
국간장 -1/2 큰술
다진 마늘 - 4큰술
다신 생강 -1/2 큰술
맛술- 2큰술
설탕 -1/2큰술
물 -5큰술






ps:  <1타 3피> 어죽 이야기는 계속해서 2편에 올리겠습니닷!






음식은

추억이고

사랑이고

그리움이고

감사함이다.

그래서

음식

이야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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