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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Sep 28. 2021

입주한 지 한 달째 되는 날

작업실 이야기

새집을 짓고 입주한 지 오늘이 꼭 한 달째 되는 날이다.

입주한 지 3주 만에 노트북을 처음 열었고 일주일이 더 지나 한 달째 되는 날 바로 오늘 드디어 입주 이야기의 문을 연다.


어떤 이야기를 제일 먼저 해 볼까나.

음...

작업실의 문부터 열어본다.


단순히 집을 이사하기만 해도 자리를 잡는데 한 달은 걸릴터인데...

새로 집을 짓는 일은 더 할 것이나 비교적 빨리 자리를 잡은 듯하다.

이유는...


좋아하는 일에 올인을 하는 캐릭터다 보니 탱크처럼 밀고 나간다.

말로는 '쉬엄쉬엄하지' 하면서도 어느새 몸이 움직인다.


정리를 해가면서 글도 쓰고 일상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냐만은 집이 모양을 갖추고 온갖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즐겁기에 글 쓰는 즐거움을 번번이 이겨버리고 만다. 


모든 것들이 원하는 자리에 각각의 모양을 갖추고 '이제 정말 집 같다'는 마음이 밀려오니 편안하게 노트북을 연다.


무심한 주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듯 노트북 문을 여니 방긋 웃으며 반갑게 맞이해준다. 얼마나 답답하고 무료했을까 라는 마음에 노트북 얼굴을 살포시 매만져준다. 기다려준 녀석에게 보답을 하는 마음으로 새로 마련한 작업실 한가운데 턱 하고 놓아주니 녀석의 어깨가 천정에 척하고 달라붙는다.


'그래 이 녀석아 니가 대장이닷! 그렇게 꼭대기에서 대장질 실컷 하렴ㅋㅋㅋ'


2층에 마련된 작업실은 주택의 층고가 높다 보니 작업실에서 보는 뷰가 시원하다.


작업실 데스크에 앉으면 픽스 창으로 산이 보이고 하늘이 보인다. 가슴이 뻥 뚫리면서 뭔가 고해성사라도 할 듯이 마음이 열린다. '불멍'이 있다면 '창문멍'이라고 해야 하나 '산멍'이라고 해야 하나 아님 '하늘멍'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아무 생각 없이 마음이 편안하다.



(작업실에서 만난 나무, 산 그리고 하늘)



정면 창의 오른쪽 창문에도 초록나무들이 초록미소를 짓는다. 미소 짓는 초록 나무들을 파란 하늘이 도닥여 주며 환하게 웃는다. 인간이 만든 창문을 통해 만나는 자연이기에 그 품위를 온전히 느낄 수는 없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볼 수 있으니 좋다.


참 좋다.


하얀 데스크 위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를 잡은 노트북.



(시행사: 휘페스타)


데스크 위에 친구들도 함께 한다.




녀석들을 보니 감동이 가득이다.

홍 집사(남편)의 여동생이 생일 선물로 준 멋진 스피커가 맑은 사운드의 음악을 전한다. 나로 인해 인연을 맺은 동생이기도 하니 뭐 내 선물이기도 하다. (그건 아닌가 ㅋㅋㅋ)

암튼 홍 집사의 서재에 자리가 마땅치 않아 이곳으로 모셔왔는데 자리를 잘 찾은 듯하다.

 




코너에 있는 하얀 바구니 안에서 방긋방긋 웃고 있는 꽃들이 화사함을 뽐낸다. 제자 중 한 명이 직장일을 마치고 늦은 밤 짬을 내어 자그마치 6개월 동안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는 종이꽃이다.





아들이 태어나기 전 처음 생긴 첫 조카 그러니까 언니의 첫째 딸이 지난 생일에 준 작은 스탠드 등.





스위치를 켜면 불이 켜지고 반짝반짝 춤을 춘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첫 조카의 선물이어서 그렇겠지만 내 눈엔 그저 이쁘기만 하다. 하얀 날개를 단 천사와 천사의 손에 있는 하얀 새처럼 마음 착한 조카다.





스위치를 한 번 더 켜면 청아한 음률이 퍼진다.





무심코 봐왔던 물건들이...

아니 바쁘다는 핑계로 눈여겨보지 않았던 소중한 녀석들이 자리를 찾고 눈을 맞추니 새삼스럽게 사랑스럽고 감사하다.


되찾은 일상이 감사하고 해가 뜨는 것도 지는 것도...

숨을 쉬는 것조차도 모두 감사할 뿐이다.


아직도 남은 작업이 있지만 일상이 안정이 되니 이제 급할 게 없다.

천천히 하나씩 손을 보고 다듬으면 된다.


그리고...

그동안 읽지 못했던 읽을거리들도 쓰지 못했던 쓸거리들도 하나씩 하나씩 읽고 쓰며 자연과 함께 실컷 놀고 싶다.


그렇게 매일...

내가 정성 들여 만든 작업실에서...

자연과 함께 아침을 연다.


맑고 맑은 날씨 좋은 오늘은

입주 한 지 한 달째 되는 날 작업실 이야기의 문을 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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