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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Nov 12. 2021

출국날 아침 갈치조림

한방에 피로를 녹여주는 아들의 리엑션

코로나로 인해 거의 2년 만에 캐나다에서 집에 온 아들과 함께 한 시간이 모두 지나버렸다. 약 3주 동안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과 캐나다에서 구하기 힘든 식재료 혹은 구할 수 있어도 혼자 할 수 없는 메뉴 위주로 식탁에 올린다.


아들이 떠나기 전날 저녁 갈치조림을 하려다가 마지막 저녁이니 파이어 핏에 불을 피워 불멍도 하고 숯불에 뭔가를 구워 마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갈치구이는 오자마자 해줬고 아들이 좋아하는 조림을 할 갈치가 대기하고 있었기에 출국하는 날 아침메뉴로 정했다. 아침 일찍 미리 쌀뜨물에 갈치를 잠깐 담가 비린내와 잡내를 잡아 깨끗이 씻어 냉장고에 살포시 넣어둔다.


"아들 아침은 갈치조림해주게."

"아침에 엄마 바쁘지 않겠어?"

"노노놉! 1도 안 바빠. 한 시간도 안 걸려 갈치도 쌀뜨물에 들어갔다가 대기 중 신경 뚝!"
"오~~~ 이여사 쏴라 있네!"


나를 닮아 생선이라면 뭐든 구이도 조림도 좋아하는 아들이다. 아들 하나다 보니 비교할 수없지만 여럿이 있다면 그중 나의 식성을 꼭 빼닮은 녀석이 더 이쁘지 않을까.


"에휴 ㅠㅠㅠ 생선을 그리 좋아하는데 혼자 굽기도 어렵고 하니... 초밥이라도 많이 먹어. 캐나다는 연어도 많잖아."

"그럼 그럼 걱정 마 엄마."


친하게 지내는 형이 초밥집에서 일하는 덕분에 자주 초밥을 먹는단다.

초밥은 초밥이구 ...

생선구이도 혼자 하기 힘들지만 조림은 엄두도 못하는 요리기에 마지막 날 아침은 갈치조림으로 결정했다.


갈치조림에 대한 추억 소환은... 딱히 없다. 돌아가신 엄마가 해준 기억도 많지 않다. 일단 흔하지 않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으니 말이다. 지금도 식당에서 먹는다 해도 결코 착한 가격으로 먹기 힘든 메뉴다.


아들이 출국하는 날 아침!

택배로 신중하게 구입한 제주산 갈치로 정성과 사랑을 담아 갈치조림을 한다.


이작가야's 갈치조림!

Gooooooooooooooooooooooo!



ㅡ이작가야's 갈치조림ㅡ

Yummy!

요리 준비

재료
갈치- 8토막
무- 10조각(원하는 만큼)
양파- 1개
대파 -2대
청양고추 -약간
물- 1리터

-갈치조림 양념장-
고추장 -1큰술
설탕- 2큰술
간 마늘 -1큰술
진간장- 4큰술
국간장 -4큰술
맛술 -4큰술
고춧가루- 4큰술
후추- 약간
참치액젓 - 2큰술




Yummy!

요리 시작

갈치조림의 포인트는 갈치를 깨끗하게 씻어 쌀뜨물에 잡내를 잡기!

제일 먼저 양념장을 만들어 잠깐이라도 숙성!

아들이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해 고춧가루 비율을 살짝 줄임.


준비한 양념을 쉐킷 쉐킷!




냄비에 무로 바닥을 채우고!




갈치로 무를 덮어!




준비한 야채도 따라 들어 갓!



빛깔 고운 양념장을 촤르르~~~



물을 자작하게 붓고!




센 불로... 팔팔 끓기 시작하면 중강 불로 불을 낮추기!



포인트!

절대 휘젓지 말고 국물을 재료에 끼얹으며 살살 저어주기!



국물이 자박자박해질 때까지 바글바글 끓여주면 끝!

역시 마지막에 간을 보면서 입맛대로 간장을 가감하면 굿!




아들 리엑션도 마지막인가 ㅠㅠㅠ


"자 ~ 언능 먹어봐! 비리지 않아야 할 텐데!"


아들이 한 술 뜨더니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리엑션을 쏜다.


"와~~~ 쥑인다. 엄마 엄마 엄마 1도 안 비려! 비리기는 노노놉!!!"

"구뢔? 다행일세. 쌀뜨물에 담가 그런가?"

"오호 쌀뜨물까지? 역쉬~~~ 비리지도 않고 달달한 것이 이것이 갈치란 말인가. 국물도 완전 맛있어."

"구려 구려 마니 드셩."


아들에게만 집중하니 머쓱했던지 아빠를 챙긴다.

"아빠도 언능 드셔용~~~"

"아빠 걱정 말고 너나 실컷 먹어. 아빠는 갈치조림 안 좋아해ㅋㅋㅋ"

홍 집사: 내가? 나 갈치조림 젤 좋아해 ㅋㅋㅋ

"에라이 ㅋㅋㅋ"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홍 집사는 아들만 오면 차별을 한다며 시위를 한다.


그렇게 갈치조림을 놓고 세 식구는 한바탕 또 깔깔깔이다.


"엄마는 왜 안 먹어?"

"냄새를 계속 맡아 그런가? 난 별로 생각이 없네. 엄마가 갈치조림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정말 생각 없어 안 먹는 거야. 신경 뚝!"


...


내가 젤 좋아하는 최애 메뉴 중 하나가 갈치조림인데...

글쎄...

그날은 갈치로 보이지도 않았다.


마음엔 벌써 공항에서의 헤어짐이 한가득이었을까.


지금도 귀에 맴돈다.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은...

한방에 피로를 풀어주는 아들의 리엑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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