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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Dec 08. 2021

30주년 결혼기념일 선물?

'자연'이라는 선물

꽤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다시금 햇살이 따사롭다.


(시행사: 휘페스타)


마당에 만들어놓은 수돗가를 손 보는 날이다.

"이 정도 날만 따뜻해도 좋지요."

조경작업 실장님 얼굴이 환하다.

"어느 집은 종일 해가 들지 않아 노동을 해도 추워요 ㅠㅠㅠ 여기는 해가 잘 들어 참 좋지요."



일을 하러 오는 분이 일을 하면서도 기분이 좋다니 어깨가 덩실덩실이다.



해는 좋아도 온통 세상이 갈색이다.



뭔가 철든 맞딸 같은 계절이다.



뭔가 점잖은 장남 같은 계절이다.



겨울...

봄을 준비하기 위함을 인내하는 겨울이다.




화려하고 눈부신 아름다움은 모두 양보하는 겨울이다.



그저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겨울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결혼기념일 3부네 ㅋㅋㅋ"



"오늘이 결혼기념일 전야제 구만."



생일이나 기념일에 밀땅을 하지 않는다.

기억을 하는지 여부를 테스트하지 않는다.

왜?

한 달 전 일주일 전부터 떠들어댄다.

그러면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다.


드디어 오늘 아침 그러니까 결혼기념일 아침이다.

그것도 자그마치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드디어 30주년이다~~~. 이렇게 한 사람이랑 오래 살아도 되나 싶네 ㅋㅋㅋ. 너무 오래 살았어 ㅋㅋㅋ."



"오늘은 주방 휴업! 나가즈아~~~"

홍 집사도 맞장구를 친다.

"그르까~~~"


콧바람이 쐬고 싶을 때 가곤 했던 강가에 있는 제빵소를 향한다.

따뜻한 커피와 표고버섯피자빵이면 딱 좋다.



"우리 결혼기념일 인건 또 어케 알고 이쁘게도 해놨네그려^^"



어찌나 긍정적인지 ㅋㅋㅋ

크리스마스트리일 뿐인데 말이다.



"애기 트리 넘 구엽당!"



"완전 구염!"



"사슴도 열일하시궁~"



시원시원한 나무들이 자태를 뽐낸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카페 정원이다.



사람들이 북적거림 나무도 덜 추우련만...



그래도 마냥 씩씩해 보인다.




빠알간 남천나무 열매가 앙증맞다.



참으로 자연스러운 빨간빛에 시선이 멈춘다.



마치 맞은 브런치에 운치를 더하니 기분이 up!



상쾌한 브런치를 즐기고 집으로 향한다.

"어째 날이... 눈이 오려나? 30년 전 결혼식날도 눈이 왔는데?"

"비가 왔지."

"눈인뎅?"

"니 누구랑 결혼했노?"

"ㅋㅋㅋ 비였나? 비 오다 눈이 왔나?"

또 한바탕 낄낄거린다.



집으로 돌아오니 하늘이 반겨준다.



캬~~~ 멋지네^^



날이 춥지도 않고 따뜻해!



하늘 좀 보소!



하늘... 나무... 맑은 공기가 살포시 감싸주니 좋다.



남동생이 마침 휴무라 축하 겸 집에 온다니 혹시라도 괜한 돈 쓸까 단도리를 해둔다.



브런치 사진을 공유하며...



나를 보는 듯 쌍둥이 같은 막내 이모에게도 카톡!



'아'하면 '어'하는 이모다.

이모와 나는 개그코드도 딱이다.

(백퍼 유머니 놀라지 마시길!)



이모는 결혼기념일에 조기를 달아야 한단다.

물론 농담이다.


'낮게 달아야쥐'

?

'한 남자랑 이렇게 오래 살았다는 이유만으로도 조기 달기에 충분 ㅋㅋㅋ'





홍 집사가 점심도 나가서 먹자니 꼬리를 훅 내린다.


"점심도 나가서 먹을까?"

"아니! 그럼 몇 번을 나가야 하는데... 그냥 집에서 먹어."

"뭘 먹나?"

"난 모르쥐! ㅋㅋㅋ 오늘은 알아서 하셔."

"내가?"

"그럼 누가?... 내가 결혼해준 이유 하나만으로도 당신이 해야쥐 ㅋㅋㅋ"


떼쟁이로 변신 라면이 먹고 싶다고 홍 집사를 조종한다.


"대신 번개같이 상차릴께! 오늘은 기분이다 청실홍실 ㅋ"


30년 전 그날 우리 부부가 식을 올린 그곳은 '청실', '홍실' 딱 두 개의 홀이 있었다.

복잡하지 않게 하루에 딱 두 쌍만 예식을 치르기 위함이라 하여 그곳으로 정했다.




"아구 이양반 라면도 잘 끓이궁!"



점심을 먹고 나니 까치 두 마리가 짹짹 난리다.

"쟈들이 어케 알고 축하를 해주러 왔을까ㅋ"


이런!

말이 떨어지자마자 한 마리가 날아가 버린다. ㅋㅋㅋ

'넘 오버했남~~~ㅋ'



오늘은 홍 집사가 풀코스 서비스다.

"오늘은 커피 배달도 됩니다.~~~"

"와우~~~ 30년 살만하네!"


작업실까지 커피 도착이다.

"아웅 감솨감솨!"




캐나다에 있는 아들과 영상통화도 완료다.


"엄마 아빠 30주년 축하축하!"

"말로만? 어느 집은 계좌로 팍팍 쏴준다는데 에휴 ㅠㅠㅠ"

"알았수! 담에 갈 때 두둑한 봉투 가져가리다!"


홍 집사가 훅 들어온다.

"봉투가 두둑하던지 누구를 데리고 오던지 (예비 며느리-희망사항) 손주를 데리고 오던지 ㅋㅋㅋ"




어떻게 30년이 흘러갔는지 정말 빠르다.

긴 세월 함께 울고 웃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것도 이렇게 전원에서 맞이하는 30주년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함 가득하다.

30주년인데 선물은?


"나 필요한 거 없는뎅? 그냥 우리 건강하면 되고...그리구 매일매일 선물 받잖아~~~

'자연'이라는 선물!!!"


'자연이라는 선물'


"그나저나 저녁엔 또 소고기 구워준 다는 거쥐?"

"그치"


30주년 결혼기념일도 저녁을 향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12월 8일을 맞이할지 모르지만 그저 매일 순간에 감사하자.


홍 집사는 고기 염지 하느라 분주하다.

동생도 도착 불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행복하고 감사한 오늘.

30년 전 그날을 추억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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