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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Dec 15. 2021

마음의 가로등

언제나 환한 햇살처럼...

밤새 비가 온 모양이다. 눈을 뜨니 세상이 온통 비에 흠뻑 젖어있다.

창문 밖을 바라보며 멍을 때린다. 비가 와도 좋고 눈이 와도 좋고 바람이 불어도 좋다.

매일매일 공짜로 선물을 주는 자연에게 어찌 감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감사해야지... 감사해야지... 하고 있는데 홍 집사(남편)가 뭔가를 본 모양이다.


"어! 저눔 봐라."

"왜 뭐뭐뭐?"

"고양이가 식탁 밑에 들어갔는데?"

"고양이가? 비도 멈췄는데... 추운가?"

"식탁 밑에는 비도 안 맞고 땅도 뽀송뽀송하니 좋은 게지."


홍 집사가 마당에 나가보더니 그새 고양이가 가고 없단다.

"녀석 가고 없네?"

"아~~~ 체크아웃하셨네 ㅋㅋㅋ 깔끔하긴 ㅋㅋㅋ"


고양이 한 마리가 그저 왔다 갔을 뿐인데 또 낄낄거린다.




눈만 뜨면 유머 베틀을 하는 철딱서니 없는 우리 부부는 암거도 아닌 데 낄낄거린다.

어쩌면 철딱서니 없는 낄낄거림이 30년이라는 긴 세월을 물 흐르듯 잘 보내게 한 것 같다.



전봇대에 가로등이 들어앉았다. 아마도 주택이 하나 둘 들어서니 서서히 불을 밝힐 계획이 있었으리라.

"가로등이 생겼으니 우리 집 잔디 등은 이제 안 켜도 되나?"

"함 보지 뭐! 가로등이 있어도 어두움 키면 되구."



주택이 들어선 도로 길이 어두운데 가로등이 없어 잔디 등을 켜 두었더니 택배기사님들도 좋아라 하시고 지나가는 이웃분들도 좋아라 하신다. 작은 마음으로 크게 좋아하는 이들이 있으니 그 또한 좋다.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이 매일매일 쌓이니 어떻게든 베풀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말이다. 나 또한 누군가의 아주 작은 마음에 크게 감동한 경험이 얼마나 많은가.



온통 비에 젖은 세상을 그냥 내버려 둘리가 없다. 어느새 구름 사이로 환한 햇살이 비친다.


(시행사: 휘페스타)



남동생이 휴무라 오후에 온다는데 햇살이 비치니 좋다.


"어제 나이트 근무라 오후에 왔다가 1박만 하고 간다네?"

"그래?"


홍 집사도 좋은가 보다.

"그취... 갸가 이제 우리 집에 오는 게 낙인게지. 어케 지가 더 좋아해!"
"그러게 그런 거 같네. 좋지 뭐!"


아파트에 살 때는 와봐야 거실에서 같이 밥을 먹고 차 한잔이면 할 게 없으니 휴무라고 굳이 번번이 오지 않았던 동생이 멀리서 기차를 타고 휴무면 집에 온다. 밥숟가락 놓고는 혼자 슬슬 동네 한 바퀴를 돌기도 하고 집주인보다 더 자주 마당을 거닌다.


"부지런히 돈 모아서 퇴직하면 이 근처로 와야지. 마누라도 없는데 누가 챙겨줄겨 ㅋㅋㅋ"

"그러지 뭐."


싫지 않은 모양이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렇게 한단다.


"뭐야 이거이 또 내가 노총각 동생 반찬해 날라야 되는 거 아녀 ㅠㅠㅠ 이런 낚였네 ㅋㅋㅋ"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입에 맞는지 어떤지 아무 반찬이라도 해주면 그저 맛있단다.

"누나가 해준 반찬 덕분에 요즘은 반찬을 할 일이 없어."

좋다는 말이다. 반찬 할 시간에 잠이라도 잘 수 있을 테니 뿌듯하다.


누군가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그 누군가가 남동생이니 더 행복하다.


누군가에게 가로등이 되어주고 싶은 작은 마음을 간직하며 살고 싶다.

가로등처럼 불을 밝힐 수 있다면 좋겠다.


간혹 가로등의 불이 꺼지면 새 등을 교체하면 될지니...

간혹 불이 꺼진다 해도 마음의 가로등은 언제나 환한 햇살처럼 비추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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