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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Jan 07. 2022

참 착한 알리오 올리오

단 한 번도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는 마늘과 올리브의 만남

알리오(aglio)는 이탈리아로 마늘 올리오(olio)는 오일을 뜻한다. 알리오 올리오는 올리브유에 열을 가한 후 마늘을 볶아 마늘향의 풍미로 오일과 면을 휘감아 만드는 이탈리아 파스타를 말한다. 언제부터 알리오 올리오를 만났던가 기억을 더듬어보니 아들이 유학을 가기 전이니까 약 15년?전쯤 암튼 가물가물하다.


종로구에 살던 당시엔 인사동 교보문고 피맛골 등 목적 없이도 갈 곳이 꽤 많았다. 경복궁 덕수궁도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고 세종문화회관 뒷골목 또한 맛집도 많고 편히 쉴 수 있는 작은 쉼터도 있었다.


언젠가 홍 집사(남편)의 거래처 중 한 곳이 음식점이었는데 광화문에 있어 그곳에서 외식을 하게 되었다.

음식점은 고급 레스토랑 인테리어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메뉴는 마늘이 주인공이다. 식당의 이름이 한국말로 '마늘에 미친' 이란 뜻을 시사하니 모든 메뉴가 마늘이 메인이다. 단 맛은 좋으나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메뉴를 보는 순간 가격이 너무 과하다 싶었지만 까짓 거 한 번은 먹어보자는 마음으로 주문을 했다. 당시에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메뉴는 오롯이 마늘만을 넣었다는 마늘 파스타였다. 마늘과 올리브유를 좋아하니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단지 가격이 너무 비쌌던 게 단점이었지만 말이다. 무슨 스파게티가 만 팔천~이만 원(당시 가격)이라니 '맛만 없어 봐라' 하면서 단단히 벼르고 주문을 했다.


당시에 정확한 메뉴명이 기억이 나진 않지만 아마도 '알리오 올리오'였을 텐데 그 맛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그날 이후로 알리오 올리오는 나의 최애 메뉴에 당당히 들어앉아 잊어먹을 만하면 한 번씩 꼭 해 먹는 메뉴 중 하나다.


마침 홍합살을 충분히 주문을 한 터라 이것저것 만들어볼 메뉴가 적지 않다. 오랜만에 알리오 올리오가 생각나는데 그 정확한 맛에 홍합살을 더해 홍합살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어보고 싶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음식점에서 먹는 것보다 집에서 요리를 하면 재료를 원하는 대로 응용할 수 있으니 좋다. 알리오 올리오에 베이컨이나 치즈를 곁들임 짭조름한 맛이 침샘을 자극한다. 언젠가는 꼬막 통조림이 있길래 알리오 올리오에 함께 하니 그 또한 기가 막힌다. 어떤 재료와도 어울림은 알리오 올리오의 기본 베이스가 절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맛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홍합살을 곁들여본다.


홍합살 알리오 올리오!

Gooooooooooooooo!









-이작가야's 홍합(살)  알리오 올리오-

Yummy!

요리 준비

재료(2인 기준)
스파게티면- 200g
물- 2L
홍합살- 200g(맛술 2큰술)
올리브유 - 2/3 컵
통마늘- 10개
간 마늘- 4큰술
소금-1큰술
참치액젓-1큰술:선택
통후추
*면수- 2/3컵




Yummy!

요리 시작

물이 끓으면 소금과 면을 넣고 8~10분 정도 면을 삶아준다.


8분은 면의 심이 씹힐 정도 꼬들꼬들.

10분은 면이 통통 부드러움.


흠...

이럴 땐 적당히 9분!


잠깐 꿀팁!

올리브유를 몇 방울 또르르- 삶은 후 면이 붙지 않게!




면을 삶는 동안 팬에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르고 중 약불에서 통마늘을 볶다가 마늘이 노르스름 해지면 간 마늘도 따라 들어 갓!



소금물에 살살 씻어 맛술로 조물 조물 비린내를 제거한 홍합살도 촥~



지글지글!



홍합살도 다른 해산물처럼 오래 볶으면 질겨지므로 센 불에서 휘리릭!

통통한 살이 색을 드러내면 끝!



삶은 면은 물기를 쪽~~~ 뺀 후 팬에 넣고 쉐킷 쉐킷!~

이때, 면을 삶은 면수를 한국자 정도 농도를 조절하면서 넣어주는 게 신의 한 수!


소금으로 간 조절 마무리!

액젓도 굿ㅡ선택



그릇에 담고 통후추를 솔솔!

(갠적으로 통후추를 넘 좋아하니 모양은... 에그 에그 무서버라 ㅠㅠㅠ)



못생겨도 맛은 좋아!



통통한 홍합살의 감칠맛이 캬~~~




알리오 올리오 너~~~

참 착한 맛이다.


생색을 안내면 입이 근질근질ㅋ

"잡솨봐~~~ 기가 막히쥥! 이거 이거 밖에서 사먹을람~"


홍 집사가 훅 들어온다.

"아 예예~~~ 못해도 2만 원이라고요~~~"

"당근! 저기요. 이 집 카드 안됩니다. 백퍼 캐시 온리!ㅋㅋㅋ"



흠...

스파게티 500g이 보통 2천 원 전후다. 둘이 200g이면 천원도 안 하는데 아무리 마늘에 올리브에 인건비에 어쩌고 해도 2만 원은 좀 과한 생각이 든다. (물론 2만 원의 경우에 한해서 말이다)


집에서 착한 알리오 올리오를 경험한 이후 밖에서 단 한 번도 사 먹어 본 적이 없다.

비싸도 비싸도 너무 비싼 데다가 간혹 마늘맛도 못볼경우는 완전 낭패다.


속 편하게 알리오 올리오는 집에서 올리브유 듬뿍 마늘도 듬쁙 원하는 만큼 충분히 넣을 수 있으니 그 맛이 풍요롭다. 가성비도 맛도 좋으니 기분도 당근 UP UP!


게다가 간혹 제철 식재료를 더하면 최고다.

음식은 무조건 기본 베이스가 탄탄해야 응용도 그 빛을 발한다.


올리브유와 마늘의 만남은 신이 주신 궁합인 듯 단 한 번도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다.

참 착한 알리오 올리오로 마음까지 착해지는 넉넉함에 기분이 좋다.


게다가 홍합살까지 더하니 음식을 취하는 이들의 입이 즐겁고 눈이 즐겁다.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생각나는 메뉴다.


참 착한 알리오 올리오!

홍합살이 없으면 어떤가 알리오 올리오만으로도 충분하다.

조연이 없어도 언제나 기대를 저버지리 않는 알리오 올리오.

참 괜찮은 메뉴다.


알리오 올리오!

간혹 아들이 한국에 오면 해주는 알리오 올리오 이기에 더 사랑스러운 걸까...











음식은

추억이고

사랑이고

그리움이고

감사함이다.

그래서

음식

이야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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