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과 관련하여 널리 퍼져있는 오류 바로잡기 2
검찰개혁 작업이 지지부진합니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검찰개혁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추진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검찰개혁과 별다른 관련성이 없는 과제를 중요한 것처럼 오해하거나, 혹은 개혁이 필요한 원인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중요하지 않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헛힘을 쓸 수도 있고, 혹은 엉뚱한 방향으로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몇 가지 오해에 대해 설명을 드립니다. 지난 번에 “법무부 탈검찰화”에 대해서 말씀드렸고, 이번에는 참여정부 때의 검찰개혁 과정에 대한 평가입니다.
검찰개혁이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가 된 것은 참여정부 때다. 참여정부는 의욕을 가지고 전면적, 본격적으로 검찰개혁을 추진했다. 그리고 실패했다.
다음과 같은 3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참여정부 때 검찰개혁에 관계했던 분들이 이런 얘기를 많이 한다. ① 참여정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했다. 검찰 업무 특히 수사에 대해서 청와대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②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가 끝나고 MB정권이 들어서자 검찰은 다시금 정치적으로 편향되기 시작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을 비롯해서 비판을 자초한 수사를 벌였다. ③ 때문에 검찰개혁 작업은 단순히 정권이 검찰에 관여하지 않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인적청산을 거쳐서 검찰 수뇌부를 '정의로운 검사'(혹자는 '우리 편을 들어줄 검사'라고도 한다)로 채워야 한다.
①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론이 없다. 참여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도 당시 청와대가 검찰과 거리를 두고 검찰 인사나 수사에 관여하지 않으려고 자제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②와 ③은 틀린 진단과 처방이다.
MB정부가 들어선 이후 검찰이 다시 정권만 바라보는 해바라기가 된 원인은 참여정부가 검찰과 거리를 두었기 때문이 아니다.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검찰, 국정원, 경찰 등 대통령의 관심과 애정을 두고 경쟁하는 권력기관은 조금의 틈만 있으면 정권에 충성하려드는 속성이 있다. 정권이 바뀌어서 MB정부가 들어서는 순간 검찰의 중립성은 깨어지기 시작했다. 참여정부가 검찰에 대해서 중립을 지켰다고 해서 다음 정권에서도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킨다는 보장은 전혀 없는 것이다. 즉 ②에서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라는 부분은 의미 없는 말이다. 그런 노력만으로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③ 부분의 처방, 즉 검찰 수뇌부에 대한 인적 청산을 거쳐서 '정의로운(우리 편을 들어줄)' 검사들을 중용해야 한다는 것도 제대로 된 처방이 아니다. 검찰을 활용하기로 마음먹은 정권이 들어서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검사들을 쳐낼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아니 그 전에 그 '정의로운' 검사들이 정권이 교체된 후에도 그런 노력을 할지도 의문이다. 검찰 조직을 위한다는 명분 혹은 단순한 출세욕 때문에 변질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실제로 소위 잘 나가는 검사들을 보면 정권의 교체와 상관없이 계속 좋은 자리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검찰의 권한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검찰을 활용할 유인이 없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수사권(특히 검찰 특수부가 하는 사건)을 검찰에서 떼어내야 한다. 그러면 검찰의 편향성이 문제될 여지가 없게 된다. 검찰의 수사권이 없어지면서 권한이 대폭 축소되면 정치권이 검찰을 이용할 유혹을 느끼지도 않게 되고, 검찰의 편향성이 문제될 이유도 상당 부분 없어지게 된다.
참여정부는 검찰과 거리를 두는 데 그쳤을 뿐 검찰의 권력을 축소시키는 데에는 실패했다. 검찰의 권한을 대폭 줄이는 제도적 개혁을 이루어냈다면 그 다음에 들어선 MB정권도 검찰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하기가 어려워졌을 것이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검찰개혁'을 거친 후에도 검찰의 막강한 권한, 특히 수사권은 전혀 손상받지 않았다. MB정권이 이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오산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검찰은 세계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즉 횡적, 종적으로 비교할 대상이 없을만큼 유례없이 막강한 권한을 자랑하는 조직이다. 이런 조직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정권이 검찰의 중립성을 지켜주기를 기대하거나 검사들이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하기를 바라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적폐청산의 와중에 검찰의 힘은 더욱 세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검사 숫자는 그 어느 때보다 많고, 소위 특수통 검사가 법무부와 검찰의 주요 포스트를 장악하고 있다.
언젠가 정권이 바뀌면 새로운 권력이 이렇게 힘이 세진 검찰을 이용하려들 위험성은 여전히 높다. 아무리 지금 검찰의 주요 보직에 '좋은 검사'를 배치한다고 해도 새로운 정권이 그 자리에 출세에 눈이 어두운 검사들을 앉히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지금 '좋은 검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태도를 표변할 수도 있다. 그때가서 검찰의 힘을 줄이자고 주장해봤자 먹힐 리가 없다.
검찰 조직의 힘, 검사의 권한을 유지시킨 채 '좋은 검찰', '정의로운 검찰'을 만들겠다는 무모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민주주의는 신뢰와 믿음에 기초한 제도가 아니라 견제와 불신을 기본원리로 하는 제도다. 좋은 검사들에게 많은 권한을 주고 활용하려고 하는 것은 그런 기본원리를 망각한 것이다. 최근 일각에서 일부 검사에 대해서 마치 정의의 화신인 것처럼 칭송하는 분위기가 생겨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현상이다. 지나치게 집중된 검찰의 힘을 줄이지 않으면 권한남용과 부패의 위험을 피할 수 없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금언을 잊어서는 안 된다.
* 한가지 첨언하자면, 최근 야당에서는 검찰개혁 방안으로 '인사의 중립'을 주장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위에서 본 것처럼 막강한 검찰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정권에 검찰인사의 중립을 주문하는 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어서 실효성 있는 개혁방안이라고 할 수 없다. 어느 정권이 검찰을 이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 않겠는가. 검찰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