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법개혁

공수처는 정답인가

검찰개혁과 관련하여 널리 퍼져있는 오류 바로잡기 3

by 금태섭
검찰개혁 작업이 지지부진합니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검찰개혁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추진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검찰개혁과 별다른 관련성이 없는 과제를 중요한 것처럼 오해하거나, 혹은 개혁이 필요한 원인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중요하지 않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헛힘을 쓸 수도 있고, 혹은 엉뚱한 방향으로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몇 가지 오해에 대해 설명을 드립니다. 첫 번째로 “법무부 탈검찰화”, 두 번째로 “참여정부 때의 검찰개혁 과정에 대한 평가”에 대해 말씀드렸고, 이번에는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떠오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대한 평가”입니다.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그 외 고비처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으나 성격에 별 차이가 없는 점을 감안해서 여기서는 공수처로 통일함)가 검찰개혁의 의제로 등장한 것은 20여 년 전인 1996년이다. 참여연대에서 검찰개혁의 방안으로 제안했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유하는 기관을 검찰 외에 하나 더 만들어서 경쟁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몇 차례의 입법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공수처 설치는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꼽힌다. 그러나 과연 공수처 설치가 검찰개혁의 정답이 될 수 있는지는 매우 의문이다. (언론보도 등을 통해서 우리 국민 대부분이 '공수처'라는 말을 들어봤겠지만, 사실 공수처는 매우 생소한 기관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공수처와 유사한 기관을 설치한 경험이 없다. 때문에 당연히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


공수처 설치는 일단 그 자체의 논리 안에서부터 앞뒤가 안 맞는다는 비판에 부딪힌다. 대한민국 검찰이 문제를 안고 있는 근본적 원인은 기소권, 수사권 등 형사사법에 관한 권한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강력한 기관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를 하니까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검찰개혁에 관심이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한다.


그런데 공수처는 검찰과 마찬가지로 수사권, 기소권을 모두 갖는 강력한 기관이다. 전속적 수사권(고위 공직자에 대한 수사는 공수처만 할 수 있게 하고 검찰 경찰은 못하게 하는 것), 혹은 우선적 수사권(검찰, 경찰도 고위 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할 수는 있지만 공수처가 하겠다고 하면 물러나야 하는 것)을 갖는다는 점에서 검찰보다 오히려 센 기관이 된다. 검찰 하나만 있을 때도 문제였는데 그런 기관을 하나 더 만들면 문제가 더 심각해지지 않겠느냐는 당연한 의문이 든다.


여기에 대해서 공수처 설치를 찬성하는 분들은 이렇게 대답을 한다. “공수처는, 공수처장을 국회에서 추천하게 하는 등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는 기관이기 때문에 괜찮다.”


두 가지 반박이 가능하다. ① 그게 과연 가능하겠는가.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하는 장치를 만들지 못하고 실패했는데 무슨 수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장치를 만들 수 있겠는가. ② 만약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장치를 만들 수 있다면, 왜 굳이 공수처를 만드는가. 그런 장치를 이용해서 검찰을 중립적인 기관으로 만들면 되지 않나. 검찰총장을 국회 추천을 받아서 임명하면 되지 않겠는가.


공수처를 찬성하시는 분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답을 못한다. 그냥 공수처는 검찰과 달리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다는 말을 되풀이할 뿐이다.

 

조직을 만드는 일에서도 난점이 있다.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의 숫자는 대체로 7,000명이 조금 넘는다. 현재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공수처 법안들에 의하면 현직 검사가 공수처의 특별검사로 임명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검찰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런데 7,000명의 고위 공직자에 대한 부패사건을 수사하려면 뇌물사건, 기업사건 등의 수사에 경험이 있는 전문 인력 수백 명이 필요하다. 현직 검사를 배제한다면 어디서 공수처에 근무할 특별검사 수백 명을 구할 수 있겠는가.


이런 지적을 받자 법무부는 현직 검사를 공수처 특별검사에 임명할 수 있는 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현직 검사가 바로 공수처 특별검사로 갈 수 있게 된다면, 공수처가 검찰의 영향을 받지 않기 어렵다. 검사들의 커리어 패스(career path)를 하나 더 만들어주는 셈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애초에 의원들이 공수처 법안을 발의하면서 현직검사가 공수처에 갈 수 없게 만든 것이 그 때문이다. 법무부 안에서는 현실적인 이유로 이 부분이 바뀐 것인데, 공수처의 본질을 바꾼다고도 할 수 있는 변경이다.


조직상의 문제는 그것 하나뿐이 아니다. 막강하기 짝이 없는 대한민국 검찰 중에서도 가장 센 기관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짧게는 6개월, 길어야 2년 정도의 순환 보직으로 운영을 한다. 대한민국 고위 공직자 7,000명을 대상으로 전속적 혹은 우선적 수사권을 행사하는 공수처의 특수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보다 훨씬 센 자리다. 그런데 공수처 특수검사는 보직 변경 없이 10년 이상 근무할 수 있다. 이들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부패하면 어떻게 견제할 수 있겠는가. 그때는 공수처 특수검사를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수사기관을 만들 것인가.


(이러한 지적을 하자 법무부는 이런 답변을 내놓았다. 법무부 안에 따라 공수처를 만든다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1년에 7-10명 정도를 기소하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다수의 베테랑 수사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반박도 가능하지만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고작 1년에 7명을 기소하는 기관을 만드는 것이 정말 검찰개혁의 상징이고, 우리의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할 대상이 되는 것이 맞는 일인가)


권력기관은 존재 자체만으로 권한남용, 부패의 위험성이 있다. 세계 어느 곳에도 유사한 예가 없는 공수처를 만들자고 하려면 그런 위험성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어떤 조직을 만들면 그 조직은 생존을 위해서도 실적을 내려고 한다. 민주적이고 좋은 정권만 이어진다면 좋겠지만, 어느 시기라도 권위적인 정권이 등장해서 검찰과 공수처를 경쟁을 시켜가며 이용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검찰이 정권에 충성했던 것처럼 공수처도 정권에 충성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과연 누가 할 수 있을까.


참여연대의 아이디어는, 검찰과 공수처가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 경쟁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제도를 설계할 때는 선의와 신뢰에 기초를 두는 것이 아니라 불신과 견제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검찰과 공수처가 정권의 총애를 받기 위해서 경쟁하는 구조가 될 위험이 너무나 크다.  

공수처 설치 주장은, 결국 검찰의 권한을 유지한 채 ‘좋은 검찰’ 혹은 ‘정의로운 검찰’을 만들자는 주장의 변형 중 하나다. 그런데 예를 들어 기무사나 국정원의 개혁을 생각해보자. 기무사나 국정원 개혁의 방향은, 그러한 권력기관의 권한을 빼앗고 힘을 줄여서 기무사, 국정원 등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쪽이 되어야지 좋은 사람, 정의로운 사람들로 구성된 기무사, 국정원을 만들어서 똑같은 권력을 휘두르게 하자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수처도 마찬가지다. 이름만 다를 뿐 검찰보다 오히려 더 강력한 기관이 될 위험이 있다. 그런 기관이 제도적 장치만 잘 만들면 정치적으로 중립성을 지키고 정의로울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시켜서 검찰을 정상화하는 것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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