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공개
아래 사진으로 첨부한 것은 이번에 유죄판결을 받은 변희재 씨의 1심 판결문.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피고인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 판결에 대해서는 찬, 반 양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 얘기하려고 하는 것은 이 판결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판결문 공개의 문제다.
변희재 씨는 판결문에도 기재되어 있듯이 인터넷 신문사의 전 대표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유명인, 혹은 소위 '공인'이다. 그는 JTBC 보도의 근거가 된 태블릿 PC에 대해서 조작설을 제기했고 그 주장이 허위로 밝혀져서 처벌을 받게 된 것이다. 당연히 그 사건도 공적 관심사다. 국민들은 어떤 얘기를 했을 때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처벌받는지 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째, 이 판결은 공개된 것인가, 아닌가.
대한민국 헌법 제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다만, 심리는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는 때에는 법원의 결정으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따라서 법원의 판결은 공개되어야 한다.
피고인인 변희재 씨는 이 판결문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반인이 이 판결을 입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 재판은 공개되었다고 할 수 있는가.
여기 첨부된 판결문은 국회의원실에서 의정자료로서 대법원에 요청해서 공식적으로 받은 것이다. 아마도 많은 기자들도 입수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들은 찾아볼 수가 없다.
만약 법원에서 이 판결을 법원 사이트 등에 올려서 공개한다고 하더라도 검색해서 찾을 수가 없다. '변희재'라는 키워드로 검색이 안 된다. 그것은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법원이 소위 '비실명화'를 해서 '피고인 변희재'를 '피고인 A'라고 고쳐놓기 때문이다. 그냥 데이터 베이스에 들어있을 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찾아보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재판의 판결은 공개된 것인가.
둘째, 비실명화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판결문의 내용을 읽어보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A가 변희재 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그가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는 것은 수많은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꿋꿋하게 '비실명화' 작업을 해서 피고인 A라고 쓴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일은 왜 생기는가.
(법원은 '땅콩 회항 사건' 때는 전 국민이 다 아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조현아는 한진그룹 회장 조양호의 장녀로서 1999. 7. 1. 대한항공에 입사하여 2014. 1.부터 대한항공 부사장으로서..."를 "피고인 A는 T그룹 회장 U의 장녀로서 1999. 7. 1. V에 입사하여 2014. 1.부터 V 부사장으로서..."라고 고쳤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비실명화 때문에 검색도 안 된다. 여기에 대해서 법원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해오고 있다.
전 국민이 다 아는 대한항공을 V라고 표시하지 않거나 변희재를 A라고 표시하지 않으면 도대체 무슨 문제가 생기는지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일단 그렇다고 치면 다음과 같은 세 번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판사가 공개된 법정에서 판결문을 그대로 낭독하면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가 되는 것인가.
만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문제로 판결문을 공개할 수 없거나 비실명 처리를 해야 한다면 공개된 법정에서도 판결문을 낭독해서는 안 될 것이다. 법정에는 누구나 들어가서 방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 예를 들어 기자가 취재목적으로 법정에 와 있다면 법정에서 판결을 선고할 때도 "피고인 변희재"가 아닌 "피고인 A"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이래저래 판결문을 공개하지 않는 우리 법원의 태도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판결문을 비실명화 하지 않고 공개해서(임의어 검색이 가능하게 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바로 생각나는 것만 해도 많다. 예를 들어 대법원에서 나오는 판결을 검색해서 그중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대리인으로 선임된 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건, 그 처리 결과 등을 데이터 베이스화 해서 분석하면 전관예우가 존재하는지 혹은 법원에서 늘 주장하듯이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물론 이 사건처럼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사건은 누구나 한 번씩 읽어보고 논박을 벌일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판결문의 문장은 점점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게 쉬워질 것이고, 국민들은 법에 대해서 조금은 가깝게 느끼게 될 것이다.
국회의원이 되고 2년이 넘도록 줄기차게 법원에 대고 판결문 공개 좀 하자고 하는데, 한다한다 말만 하고 왜 안 하는지 진짜 이해가 안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