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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태섭 May 22. 2019

유시민도 거쳐간 보좌진의 세계…어떻게 뽑을까요?

금태섭의 국회의원이 사는 법 ⑩ 보좌진 이야기

의원별 9명인 보좌진, 채용 경로는
①선거캠프에서 일하다가 합류
②상임위 전문성 인정받아 영입
③공개채용 절차 거쳐 뽑힌 경우

배려심 없는 의원 갑질에 마음고생
‘패트 저지’ 등 궂은일 동원되기도
보좌진 역할 중요해지며 인원 늘어
가장 가까운 동지…마음 열고 합심해야


지난달 26일 새벽 국회 본청 7층 의안과 앞에서 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보좌관들이 선거제 개혁 법안 등을 둘러싸고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


국회에서 일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의원실로도 문의가 오고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궁금해하는 분을 많이 본다. 국회라고 하면 의원들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입법부에 국회의원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외에도 국회사무처 직원들, 정당에서 일하시는 분들, 그리고 보좌진이 있다.


보좌진의 경우 의원실마다 9명(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8·9급 비서 각 1명, 유급인턴 1명)을 둘 수 있기 때문에 의원실(300명)을 모두 합하면 2700명이나 된다. 그러나 국회의원을 출신 지역, 학교, 배경 등에 따라서 분류해놓은 기사나 논문은 많지만 보좌진을 분석한 자료는 찾기 힘들다.


우리 의원실에도 9명이 함께 일한다. 남자가 5명, 여자가 4명. 매일 출근해서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다. 그렇지만 이들의 정확한 나이는 모른다. 1명을 제외하면 다들 나보다 어린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우연히 알게 된 경우를 제외하면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도 모른다. 오해는 마시기를. 사이가 나쁘거나 털어놓고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나친 것이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될 정도로 스스럼없이 수다를 떨고 농담을 주고받는다. 방 분위기는 매우 좋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적인 부분은 상호 존중을 한다. 직장 분위기를 해치고 상처를 주는 발언을 하지 않도록 서로 조심한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나이를 묻지 않고 출신 학교를 궁금해하지 않는 것을 보면 완전한 꼰대는 아닌 것 같아서 뿌듯하게 느낄 때가 있다.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관계도 일반적인 직장의 상사와 부하직원 또는 동료들 사이의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오늘은 누가 어떻게 국회의원 보좌진이 되고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보자.


보좌진 되는 경로는


보좌진이 되는 경로는 다양하지만, 크게 보면 ① 선거 캠프에서 일하다가 보좌진이 되는 경우 ②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전문성을 갖게 되는 경우 ③ 공개채용을 통하는 경우 등 3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차례로 보면 이렇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고들 하는데 선거 때만큼 그 말을 절감할 때는 없다. 출마할 지역을 정하고 사무실을 얻는다고 해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물론 후보의 가족들이 나서는 경우가 많지만 일정을 짜고 지역을 누비고 사람들을 만나려면 동지가 있어야 한다. 추운 겨울날 지하철역 입구에 서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데도 만면에 웃음을 짓고 “안녕하세요? 이번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금태섭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명함을 돌릴 때 옆에 있어준 사람들에게 느끼는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의원실 보좌진이 되는 경로 중에는 이렇게 선거운동을 돕다가 자연스럽게 함께 일하게 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려움을 나누다보면 나중에는 눈빛만 봐도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가 된다. 이렇게 호흡을 맞추다보면 당연히 의정활동에서도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 의원실 보좌진 중에도 이렇게 해서 같이 일하게 된 분이 몇 명 있다.


이 방식으로 보좌진이 되는 분들 중에는 국회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이 당선된 의원과 함께 처음 의정활동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의원실에 근무하다가 승진 등을 위해서 유력한 후보를 찾아가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인턴으로 장기간 근무했고 능력도 인정받았는데 그 의원실에 퇴직하는 직원이 없어서 승진을 못하는 처지에 놓이는 수가 있다. 그럴 때 당선 가능성이 높고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후보를 찾아가서 당선이 되도록 돕는 것이다. 일이 잘 풀리면 승진해서 새로운 의원실에 근무할 수 있다. 물론 자신이 돕던 후보가 선거에서 낙선하면 그런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어렵게 당선을 시켰더라도 선거운동 과정을 겪으면서 전혀 존경심이 들지 않고 신뢰도 가지 않아서 도저히 함께 일을 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면 보좌진으로 들어가기 어렵다. 말하자면 선거를 거쳐서 의원실을 구성하는 것은 의원이 보좌진을 선택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보좌진이 의원을 선택하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둘째로는 특정한 상임위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보좌진이 있다. 국회에는 17개의 상임위원회가 있는데 각각 다루는 분야가 매우 광범위하고 전문적이다. 국회의원 중에는 자신이 속한 상임위의 업무에 정통한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상임위가 그 분야의 전문가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법사위에 변호사 자격을 갖춘 의원들만 배정한다고 생각해보자. 자칫 기득권 옹호 집단이 될 수도 있다.) 해당 상임위에서 오래 활동한 보좌진은 의원들이 필요한 법을 만들고 정책과 관련한 질의를 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위원회는 복지정책, 의료계 현안, 식품과 관련된 문제, 국민연금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하나하나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오래 논쟁이 되어온 것들이다. 그런 맥락과 역사를 모르고 섣불리 덤벼들었다가는 관료들로부터 비웃음을 사기 딱 좋다. 이 때문에 상임위 업무에 정통한 보좌진은 의원들로부터 앞다퉈 러브콜을 받는다.


보좌진이 일단 해당 상임위에서 이름이 알려지고 관계 공무원들로부터도 존중을 받는 반열에 오르면 국회의원 못지않은 영향력을 갖게 된다. 같은 상임위에 소속된 여러 의원실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고, 선거 때 공약을 만들거나 정책을 수립하는 데 관여한다. 문제가 터지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들이 해결 방안을 묻기도 한다. 이런 분들은 같이 일하던 의원이 선거에서 낙선하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어렵지 않게 다른 의원실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다른 정당의 의원실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한다. 보좌진이 전문지식을 쌓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은 이런 인정을 받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공채를 통해서 보좌진으로 들어오는 분들이 있다. 국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의원실 채용’이라는 게시판이 있는데 여기에 의원실에서 올리는 채용공고가 뜬다. 의원실마다 직원을 뽑는 방식이 조금씩 다른데 우리 의원실의 예를 들면 이렇다.


우선 철저히 ‘블라인드 전형’ 방식으로 한다. 채용공고에도 “금태섭 의원실의 이력서는 지역, 성별, 나이, 학교, 외모, 종교, 가족 등의 정보란이 없습니다. 지원자께서는 작성 시 관련 정보를 포함하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라고 명시하고, 미리 정한 이력서 양식을 첨부해서 사진을 붙이지 못하도록 한다. 지원서를 검토해서 면접을 볼 후보자를 추리고 실제 면접을 보는 일은 보좌진의 몫이다. 특별한 경우(예를 들어 우열을 가리기 힘든 지원자가 2명 있어서 내 의견을 묻는 경우)가 아니면 의원인 나는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의원실 업무를 분류해서 직원들 사이에 적절히 나누는 것은 선임 보좌관이 전권을 가지고 있고, 실제 일을 하는 것도 보좌진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판단하는 것도 그들이 하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나는 합격자가 결정된 뒤에나 인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처음에는 조금 불안하기도 했는데 지금까지는 아무런 문제 없이 잘되어 왔다.


지난해 1월15일 한해 의정활동 계획을 세우기 위해 연 워크숍에서 금태섭 의원과 보좌진이 의견을 나누는 모습. 금태섭 의원실 제공


13대 국회 유시민·이호철 등 활약


일단 의원실에 들어오면 경험과 적성에 따라 임무를 부여받는다. 과거에는 정책, 정무, 공보 등 업무 성격에 따라 일을 나눴다고 한다. 예를 들어 가장 상위 등급인 4급 보좌관 2명 중 1명은 정책을 담당해서 상임위나 법안 발의와 관련된 일을 하고, 1명은 정무를 맡아서 소속 정당 혹은 지역구와 관련된 일을 하는 식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런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전천후로 협업을 하는 때가 많다. 국정감사 기간처럼 일이 쏟아질 때는 너나 할 것 없이 달라붙어서 현안을 처리한다. 그래도 문제나 현안별로 각자 책임을 맡은 영역이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스스로 계획을 짜고 진행 상황을 점검한다. 우리 의원실의 경우 1년에 한번꼴로 워크숍을 가는데 맡은 업무에 대해서 전년도 실적과 그해 사업계획을 발제한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과정을 통해서 경험을 축적할 수 있고 자신의 성장을 느낄 수도 있다. 물론 그 후에는 밤새 부어라 마셔라 하며 논다. 마음이 동할 때는 회식도 한다. 그런 점에서는 국회의원실도 다른 직장과 큰 차이가 없다.


보좌진으로 일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의원과의 관계라고들 한다. 예의나 배려심이 없는 의원들의 갑질에 마음고생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궂은일에 동원되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최근의 예로는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법안 접수를 저지하는 일에 나서야 했던 자유한국당 보좌진이 국회법 위반으로 고발된 일을 들 수 있다. 한창 대치하고 있을 때 보좌관 출신인 민주당 의원이 앞에 나와서 과거 자신이 비슷한 일을 하다가 벌금형을 받은 경험을 털어놓으며 만류하기도 했다. 국회의원이 자격 없는 사람이나 심지어 가족을 의원실에서 일하게 해서 보좌진을 울적하게 만드는 일도 있었다. 상사가 시키는 일은 무조건 따라야 하는 직장문화가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당연히 바꿔야 한다. 과거에 비해서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다. 페이스북에는 익명으로 운영되는 ‘여의도 옆 대나무숲’이라는 페이지가 있는데 의원실에서 부당한 일이 벌어지거나 ‘영감’(자신이 보좌하는 국회의원을 부르는 은어)들이 무례한 언사를 할 때 그 사연이 올라온다. 잘못된 일이 알려지고 인식이 바뀌면 의원실도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직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보좌진이 많아진 것을 국회의원의 특권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역대 국회에서 보좌진 수가 꾸준히 늘어난 것은 단순히 국회의원들이 대접받거나 편하기를 원했기 때문은 아니다. 국회의 업무량이 많아지고 전문성이 요구되면서 보좌진의 역할을 중요시하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보좌관이 주목을 받은 것은 13대 국회(1988~1992년)부터다. 이해찬 의원실의 유시민 보좌관, 노무현 의원실의 이광재·이호철 보좌관 등이 대활약을 하면서 입법이나 정책 수립의 전문성을 인정받기 시작했고 점차 늘어서 지금처럼 9명이 되었다. 선거법이 개정되는 과정에서 의원 수가 늘어나면 보좌진을 줄이자고들 하는데 의원실에 근무하는 분들이 실제 하는 일을 본다면 그렇게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함께 일하는 보좌진은 가장 가까운 동지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정치란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힘을 모으는 일이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 9명과 마음을 열고 합심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해야 할 최소한이다. 최근 언론에 20대 국회에서 보좌관과 비서관이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의원실이 보도되었는데 우리 의원실도 그중 하나였다. 좋은 분들을 만나서 변치 않고 함께 일하고 있는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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